[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여전한 최하위 타격 지표, 하지만 희망은 있다.

한화이글스가 2023 시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야수부문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이글스가 2023 시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야수부문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이글스 야수진은 여전히 최하위였다. 팀 성적은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지만, 적어도 타자들이 찍은 공격력에 관한 수치들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표적인 클래식 비율 스탯인 타율과 출루율 그리고 장타율을 보면 그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타율 0.241 10위(9위 두산 0.255, 8위 SSG 0.260), 출루율 0.324(9위 키움 0.331), 장타율 0.350(9위 키움 0.353, 8위 롯데 0.362)으로 모두 최하위였다. 당연히 OPS 0.674(9위 키움 0.684, 8위 롯데 0.700)도 최하위일 수밖에 없었다.

타율은 9위 두산과 1푼 4리 차이지만, 8위 SSG와는 2푼 가까운 차이가 난다. 이는 나머지 팀들과의 차이는 2푼 이상이라는 얘기다. 한화이글스가 얼마나 못 쳤는지 알 수 있는 수치이다.

못 치니 살아나가기도 힘들었다. 볼넷이 535개로 2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출루율은 0.324로 역시 최하위였다. 홈런 100개를 채우면서 3위에 올랐으나 노시환 혼자 책임진 홈런이 31홈런, 여기에 채은성의 23홈런을 포함하면 두 선수의 지분이 54%로, 너무나 큰 것이 확인된다. 장타율은 0.350으로 최하위였다. 9위 키움을 제외하고 나머지 팀들과는 최소 1푼 이상의 차이가 있었다. 3루타 12개로 10위, 2루타 211개로 9위 두산(210개), 10위 삼성(208개)과 거의 차이 없는 8위의 여파가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득점권 타율도 0.240(9위 두산 0.242, 8위 SSG 0.254)으로 최하위였다. 그나마 있는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삼진은 1,162개를 당해 부동의 1위(2위 키움 1,096개)를 차지했으니 처참한 공격력이었다는 것을 다양한 지표가 확인해주고 있다.

도루는 성공률은 평균이었으나 67개로 9위(10위 키움 54개, 8위 KT 87개), 주루사는 35개로 가장 적었다. 하지만, 그만큼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치지도 못하는데 뛰지도 못한 한화이글스다.

하지만, 채은성이라는 효자 FA가 건재함을 과시했고 젊은 유망주였던 노시환이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하는 데 성공하면서 팀의 중심을 잡을 선수들은 확실했다.

이진영이 홈런 10개를 만들어내면서 자신의 가치를 조금 더 상승시켰고 고졸 신인 문현빈은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똘똘하게 본인의 능력을 과시했다. 9년 차 이도윤은 ‘대기만성’의 가능성을 보였고 최인호는 이진영과 함께 한화이글스판 ‘나는 외야수다’ 오디션을 끝낼 기대주로 부상했다.

외국인 타자의 선택만 잘 이루어진다면, 내년 시즌 한화이글스의 타선은 지금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다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기존의 선수들이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한 시즌 동안 타선에서 힘을 보태며 좋은 활약을 보인 타자들을 꼽아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필자가 선택한 2023시즌 한화이글스 ‘최우수타자’는 바로 노시환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2023시즌 리그 홈런왕이자 타점왕이다. 유일하게 30홈런, 100타점을 돌파한 타자가 바로 한화이글스의 노시환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덤’이었고 노시환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NC의 외국인 투수 페디가 아니라면 2023시즌 리그 최우수선수상은 노시환의 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페디를 넘기에는 페디가 남긴 성적이 어마무시한 수준이다.

‘미완의 대기’였던 노시환이 5년 차 시즌에 드디어 폭발했다. 이미 장타력을 인정받았던 노시환은 지난 시즌 기대에 못 미친 장타 생산으로 마음고생을 했다. 하지만, 동계 훈련 기간 자신의 단점을 고쳐내면서 이번 시즌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다.

아쉽게도 3할 타율에 살짝 못 미쳤고 마지막에 더 이상의 장타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SSG의 최정에게 장타율 타이틀을 내준 것은 내년 시즌 도약을 위한 ‘약’이 되었을 것이다.

모든 수치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노시환이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내년 시즌에는 올 시즌을 뛰어넘는 활약이 이어질 것이다. 아니,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올 시즌을 넘어서는 32개의 홈런을 치면 6년 차에 통산 100홈런도 기록하게 된다. 통산 타점은 정확하게 300개를 채웠다.

노시환은 올 시즌 완성하지 못한 3할 타율(0.298)-4할 출루율(0.388)-5할 장타율(0.541) 달성과 함께 다시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만들어내는 시즌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할 것이다.

2023시즌 한화이글스 ‘최우수신인타자’는 바로 문현빈이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한화이글스에서 이렇게 똘똘한 고졸 신인 타자를 본 적이 있는가. 필자 기억에는 단 한 명이 존재했다. 바로, 2001년의 김태균이다.

하지만, 그 김태균도 하지 못한 기록을 문현빈이 달성하고 말았다. 바로, 고졸 신인 데뷔 100안타 기록이다. 프로야구 통산 7번째의 대기록이었다. 앞선 6명의 선배 이름을 열거하면, 문현빈이 초라해질 정도이다.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재현을 필두로 현재 두산과 삼성의 감독인 이승엽, 박진만에, 3루수 레전드 정성훈,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둔 이정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4번 타자 강백호가 그 주인공들이다.

문현빈은 올 시즌 137경기에 출장하면서 타율 0.266를 기록했다. 안타는 최종 114개로 마감했다. 아직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지만, 원래 포지션이었던 2루수에서 중견수로 변신하고 유격수와 2루수로도 뛰면서 쌓은 기록이기에 더 값질 것이다. 고졸 신인이 말이다.

내년 시즌 정은원의 군 입대가 이루어지면 문현빈은 2루에 고정될 것이다. 문현빈의 타격 성장이 어디까지 이루어질지 너무 궁금한 대목이다.

올 시즌 테이블세터 뿐 아니라 중심타선에도 배치가 됐던 문현빈인데 아무래도 테이블세터가 더 옷에 맞지 않을까 한다. 이진영, 최인호와 더불어 내년 시즌 더 많은 성장과 도약이 필요한 문현빈이다.

2023시즌 한화이글스 ‘기량발전타자’는 바로 이도윤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수베로 감독에게 지속적인 기회를 받은 고졸 4년 차 박정현이 있었고 FA로 이글스의 유니폼을 다시 입은 베테랑 오선진이 있었다. 하주석의 갑작스런 이탈이 있었지만, 이글스의 유격수 자리에는 대안은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하주석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이때 바람같이 나타나 내야의 중심을 지켜준 선수가 바로 9년 차 이도윤이다. 청소년대표를 지낼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프로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기회도 부족했다.

이번엔 달랐다. 기회를 잡았고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줬으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시즌 막판 전체적인 비율 스탯이 떨어졌지만, 이도윤 없는 한화이글스의 내야는 상상하기 어려운 2023시즌이었다.

이도윤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 출장에 성공했다. 최종적으로는 106경기에 출장했다. 타율은 0.252를 기록했지만, 시즌 후반에 많이 떨어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8월을 지날 때 이도윤의 타율은 0.289에 달했다. 하지만, 9월과 10월에 힘이 빠지면서 최종적으로 0.252로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시즌 80경기에 출장했지만, 타석에 들어선 것은 126번에 불과했다. 타율은 0.159로 보기 민망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106경기 출장에 무려 346타석에 들어섰다. 불과 26경기 더 출장했는데, 타석은 거의 세 배 더 들어선 것이다. 바로 주전으로 계속 출장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내년 시즌 하주석이 돌아오면 다시 주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이도윤은 타격의 정확성 뿐 아니라 득점권에서의 집중력도 높여야 한다. 수비의 안정성과 타격 페이스가 좋을 때의 장점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확인됐다. 이번 동계 훈련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채우는 데 성공한다면, 한화이글스의 내야는 노시환, 문현빈과 함께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2023시즌 한화이글스 ‘최우수유망타자’는 바로 이진영이다. 이진영은 KIA에서 데뷔한 외야수이다. 외야 주전 경쟁이 치열한 KIA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이진영은 외야수가 필요한 한화이글스의 팀 사정에 트레이드를 통해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이글스의 ‘나는 외야수다’ 오디션에서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굴러들어온 이진영은 깜짝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연일 홈런포를 터트리며 자신의 가치를 높인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한 달 정도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이진영의 강렬함은 한화이글스 외야진에 희망의 빛으로 다가왔다. 2022시즌 8개의 홈런으로 자신의 장타 본능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이진영이지만, 결국 시즌은 0.200의 타율로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올 시즌 개막과 함께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이진영은 4월 28일에야 1군에 콜업이 되었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에서 머물렀다. 그냥 머문 것이 아니었다. 121경기에 출장하면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인 10개의 홈런과 50타점을 만들어냈다. OPS는 0.738이었다.

자신의 시즌 타율보다 거의 1할에 가까운 수치를 높인 출루율은 이진영의 가치를 높여주었다. 여기에 10개의 홈런포는 노시환, 채은성과 더불어 장타를 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타자로서의 가치까지 더해졌다.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의 이진영은 준수한 주력과 강한 어깨까지 동반한 ‘5툴 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진영이 내년 시즌 외야의 한 자리를 맡아주면서 10개 이상의 홈런과 OPS 0.8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공격력을 보여준다면 이진영은 한화이글스의 보물이 될 것이다.

이진영의 강력한 경쟁자는 최인호다. 시즌 뒤늦게 1군 무대에 얼굴을 선보인 최인호는 시즌 막판까지 인상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41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시즌 타율은 0.298로 마감했다. 마지막 10경기에서는 0.368를 기록했다.

원래 다부진 공격을 선보였던 최인호는 이제 이진영과 더불어 한화이글스 외야의 희망이 되었다. 동계 훈련을 통해서 디테일을 가다듬고 수비의 안정을 기할 수 있다면 NC의 손아섭과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한화이글스 ‘최우수공로타자’는 바로 채은성이다. ‘채은성은 채은성이었다.’ 대형 FA 계약을 통해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채은성은 시즌 초반부터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왜! 한화이글스가 자신을 선택했는지를 바로 입증한 채은성이었다.

물론, 부침도 있었지만, 채은성은 자신의 몫을 다했다. 시즌 중반에 부진한 모습도 있었지만, 이내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23개의 홈런과 84개의 타점을 쓸어 담았다. 23개의 홈런은 팀 후배 노시환, SSG 최정에 이은 리그 3위였다.

시즌 막판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타율이 0.263에 그친 것은 아쉽지만, 0.311의 득점권 타율은 채은성이 왜 중심타자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겠다.

채은성은 초반에는 우익수로도 출장했지만, 1루수와 지명타자로 주로 출장하면서 노시환과 더불어 팀 타선을 이끌었고 덕아웃에서는 선배로서 어린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도 보여줬다. 팀 성적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적 첫 시즌, 채은성은 ‘자신의 몫은 충분히 했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데뷔 이후, 최다 타석에 들어섰던 시즌인 만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채은성이다.

또 다른 FA 베테랑 최재훈은 채은성의 강력한 경쟁자였다. 주전 포수로 투수진을 이끈 최재훈의 가치는 더 이상 논할 이유가 없다. 2017년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부상 없이 7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장을 이어갔다. 첫 시즌 104경기 출장을 제외하면 6년 연속 110경기 이상 출장이다.

최근 2년 동안 장타율이 급감했지만, 출루율은 여전했다. 타율이 0.248에 그쳤지만, 출루율이 무려 0.392에 달했다. 81안타를 쳤는데, 볼넷은 56개, 몸에 맞은 공은 무려 23개였다. 쳐서 나간 게 81개, 걸어서 나간 게 79개였으니 최재훈의 가치는 따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2023시즌 한화이글스 ‘아쉬움타자’는 바로 정은원이다. 122경기, 86안타, 타율 0.222. 한화이글스 2루수 정은원의 시즌 성적이다. 불과 2년 전인 고졸 4년 차에 2루수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은 바 있는, 이제 6년 차 성장의 과정에 있는 선수의 기록이었다. 누가 믿겠는가!

정은원 본인 뿐 아니라 한화이글스 팬 그리고 코칭스태프, 동료들 모두 놀랐을 것이다. 시즌 초반부터 극도의 부진에 빠진 정은원은 결국 시즌 내내 회복하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에는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정은원다운 마무리를 했지만, 올 시즌에는 실패했다.

타율 대비 출루율은 여전히 준수했지만, 타격이 너무 부진했다. 수비의 안정감도 떨어지면서 공, 수에서 불안한 모습이 시즌 내내 노출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정조준했던 정은원은 도전도 하지 못한 시즌이 되었다.

1년 선배인 키움의 김혜성의 뒤를 밟았던 정은원이기에 이번 시즌의 부진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내년 시즌 군입대를 선택할 것으로 보이는 정은원. 상무 입대가 가능하다면 차분히 자신의 실패를 되짚어 보면서 많은 경험을 쌓길 바란다.

신인의 패기로 전설의 악마 2루수 정근우를 밀어냈던 정은원. 출루 머신으로 포근이 정은원으로 다시 돌아올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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