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기존 투수들의 아쉬움,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감 상승

한화이글스 선수들. 자료사진
한화이글스 선수들. 자료사진

한화이글스는 최종 성적 9위로 2023시즌을 마감했다. 전반기 막판 연승 행진으로 가을야구 언저리까지 근접한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후반기 시작과 다시 침체에 빠지면서 결국 4년 연속 최하위의 수모에서 벗어난 것을 위로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하위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여유 있거나 만족할만한 시즌은 결코 아니었다.

구단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었던 수베로 감독의 3년 차를 보장하면서 시작된 2023시즌이었지만, 5월 수베로 감독의 전격 경질과 함께 최원호 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퓨처스에서 수베로 감독을 뒷받침하던 최원호 신임 감독은 곧바로 팀을 정비하면서 비상에 나섰지만,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결국 최하위 탈출에 만족해야만 했다. 감독대행으로 시즌을 치렀던 경험이 있었지만, 신임 감독으로 시즌을 치르면서 운영의 아쉬움은 남았다.

2023시즌(9위) 144경기 58승 80패 6무, 승률 0.420 / 26(1위 게임차)
홈 32-1-40 원정 26-5-40  8위 삼성 0.5경기, 10위 키움 1.5경기, 5위 두산 14경기

2022시즌(10위) 144경기 46승 96패 2무, 승률 0.324  / 43(1위 게임차)
홈 28-0-44 원정 18-2-52  9위 두산 14경기, 5위 KIA 23.5경기

2021시즌(10위) 144경기 49승 83패 12무, 승률 0.371 / 25.5(1위 게임차)  
홈 25-7-40 원정 24-5-43  9위 KIA 8경기, 5위 키움 18.5경기

2020시즌(10위) 144경기 46승 95패 3무, 승률 0.326  / 38.5(1위 게임차)  
홈 25-2-45 원정 21-1-50  9위 SK 4경기,  5위 키움 33경기

2023시즌은 이전 시즌과는 달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우선,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고 60승 달성은 실패했지만, 4할 승률을 넘어섰으며 지난 시즌에 비해 12승을 더 거두었다. 최하위를 했던 세 시즌 동안, 최다 승리는 49승에 불과했다.

가을야구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 두산과의 게임 차이는 14경기였다. 직전 세 시즌 중 2021시즌이 18.5경기, 2020시즌에는 무려 33경기 차이가 있었다. 지난 시즌에는 9위 두산과의 게임 차이가 14경기일 정도로 압도적인 최하위였다.

최하위를 했던 세 시즌 동안에도 원정보다는 홈에서 성적이 좋았다. 이번 시즌에도 홈에서의 성적이 원정보다는 조금 나았다. 부진한 가운데도 그나마 홈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이었다.

아쉬움과 기대감이 공존한 2023시즌 한화이글스 투수진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은 분명한 성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왜 한화이글스가 하위권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다.

평균자책점은 4.38로 8위를 기록했다(7위는 SSG의 4.37). 피홈런이 101개로 3위, 2루타 241개로 1위, 3루타 34개로 압도적 1위(2위 KIA 25개), 폭투 73개로 1위, 볼넷은 518개로 5위, 대신 몸에 맞는 공이 103개 월등하게 1위(2위 롯데, 두산이 82개)였다.

탈삼진은 1037개로 3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40으로 5위, 피안타율 0.261로 5위였다.

즉, 볼넷 허용은 준수했으나 몸에 맞는 공이 대량으로 나오면서 상쇄가 되며 소위 공짜 출루 허용이 많았다. 2루타 이상의 장타 허용도 삼성에 이은 두 번째였으며, 폭투로 한 베이스를 더 허용한 수치도 최고였다.

탈삼진 수치가 좋아졌고 이닝당 출루 허용률과 피안타율도 평균은 유지했지만,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는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승리로 연결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겠다.

이는, 세이브 20개로 10위(9위 키움, KIA, NC 33개), 블론세이브 24개로 키움과 공동 1위, 퀄리티스타트 40회로 10위를 기록한 수치가 대변해주고 있다.

마무리의 부재로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었으나, 시즌 중반부터 박상원이 클로저로 등장하면서 한시름 덜었으나 어디까지나 초보에 불과했다. 아직은 안정적이지 못했던 클로저로 인해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최다 블론세이브가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

외국인 투수 페냐와 산체스가 선전했지만, 퀄리티스타트는 40회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수치였다. 선발도 마무리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2023시즌 한화이글스의 마운드를 지켜내며 빛낸 투수들이 있다. 그들의 한 시즌에 박수를 보내면서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필자가 선정한 2023시즌 한화이글스 ‘최우수투수’는 바로 펠릭스 페냐이다. 페냐는 지난 시즌 대체 선수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이번 시즌 재계약에 성공했다. 32경기에 출장해 177⅓이닝(전체 6위)을 소화하면서 11승 11패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3.60(전체 14위)이었고 퀄리티스타트는 19회(전체 6위)였다. 앞선 한화이글스 투수진의 QS가 40회였으나 페냐가 50% 가까운 지분을 차지한 것이다.

WHIP도 1.17(전체 7위)로 괜찮았다. 피안타율은 0.225(전체 3위)로 준수했고 주자 있을 때 피안타율은 0.233, 득점권 피안타율도 0.208로 위기관리 능력도 탁월했다. 하지만, 장타 허용이 많았다. 28개의 2루타(전체 7위), 5개의 3루타(전체 2위), 14개의 홈런(전체 3위)을 내줬다. 피안타의 32%를 장타로 내준 것이다.

시즌 초반, 스미스의 이탈로 부담감을 가지며 부진했던 페냐는 5월, 6월, 7월을 리그 에이스 모드로 지내면서 복덩이로 자리 잡았다. 한화이글스의 상승세와 맞물린 대활약이었다. 하지만, 후반기에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페냐가 없었으면 한화이글스 선발진은 무너졌을 것이다.

2023시즌 한화이글스 ‘최우수신인투수’는 바로 국가대표 문동주이다. 문동주는 지난 시즌 데뷔한 2년 차 선수이다. 2023시즌 한국프로야구 신인왕이 거의 확실시되는 선수이니 한화이글스에서는 당연히 최우수신인투수 뿐 아니라 최우수신인이다.

문동주는 올 시즌 23경기에 출장해, 118⅔이닝(항저우 아시안게임 10이닝 소화)을 소화하면서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로 시즌을 마감했다. 팀의 철저한 관리하에 시즌을 치르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 국가대표팀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했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160km/h를 던진 것은 덤이었다.

올 시즌 활약도 준수했지만, 과연 내년 시즌 어떤 활약을 펼칠지는 한화이글스를 떠나 한국프로야구에 큰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을 정도로 문동주의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문동주는 아직 미완의 대기이다.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은 0.206에 불과했다. 하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0.313으로 대폭 상승한다. 득점권에서도 0.281로 고전했다. 아직은 주자가 있을 때 마운드에서 자신의 공을 던지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겠다. 42개를 허용한 볼넷 수치도 내년 시즌에는 대폭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볼넷을 줄이고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 타자와의 싸움에서 냉정함을 찾을 수 있다면 내년 시즌 문동주는 리그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경험과 금메달 획득이 문동주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3시즌 한화이글스 ‘기량발전투수’는 바로 주현상이다. 주현상이 없었다면, 한화이글스의 불펜진은 하염없이 무너졌을 것이고 한화이글스의 최하위 탈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만큼 주현상의 올 시즌 활약은 한화이글스에서 ‘빛이요 소금’이었다.

주현상은 올 시즌 55경기에 출장해 2승 2패 12홀드를 기록하면서 1.96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불펜 투수가 59⅔이닝을 소화하면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는 것은 주현상의 공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던가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피안타율은 0.172에 불과했고 WHIP는 0.84였다.

2015년 내야수로 지명을 받고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주현상은 2021시즌부터 투수로 변신해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시즌 부침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 보란 듯이 불펜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이었다. 그 이면에는 직구 스피드가 150km/h에 가까울 정도로 상승한 것이 큰 몫을 차지했다. 볼 끝의 무거움도 한몫했다.

주현상은 내년 시즌에 한화이글스 불펜의 핵심 선수로 활약해줘야 한다. 강재민과 윤산흠이 군 복무에 들어가고 박상원이 마무리로 빠진 상황에서 아직 변수가 많은 불펜진에 주현상이 오롯이 버팀목이 돼주면 마운드 운영에 큰 힘이 될 것이다.

2023시즌 한화이글스 ‘최우수유망투수’는 바로 한승주이다. 한승주는 5년 차 시즌인, 올 시즌 데뷔 이후 최고의 해를 보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본인에 앞서 1라운드에 지명된 남지민에 밀리면서 기회의 우선순위가 가장 빠른 선수는 아니었다. 올 시즌에도 한승주는 선발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다.

47경기 출장에 선발 등판은 여섯 번에 불과했다. 그 기회마저 완벽하게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하게 불펜에서 등판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조금씩 높였다. 최종 기록은 1승 4패 2홀드, 평균자책점은 3.95였다.

선발승은 아니었지만, 데뷔 첫 승도 올렸고 70⅔이닝을 소화하면서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시즌 중반까지 3점대 초, 중반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유지했지만, 시즌 막판에 아쉬운 피칭을 하면서 3.95로 마감한 것은 본인으로서는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바로, 경험의 부족과 첫 풀타임을 소화하는 데 부족한 체력적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기에 동계 시즌을 잘 치른다면, 내년 시즌도 올 시즌처럼 중용될 자원이다. 다만, 군 문제를 어느 시기에 해결하느냐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다. 바로 고졸 3년 차 좌완 김기중이었다. 좌완의 희소성으로 선발로 중용되었다. 37경기 중 6경기 선발 기회를 받았으나, 9월 이후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선발승도 거뒀지만, 최고의 피칭은 5이닝 2실점이었다. 만약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면 김기중이 주인공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2023시즌 한화이글스 ‘최우수공로투수’는 바로 이태양이다. 이태양은 페냐와 최우수투수상을 다퉜다. 그 정도로 이번 시즌 FA 이태양의 활약은 한화이글스에게는 ‘알파요 오메가’였다. 50경기에 출장해 3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3.23은 얼핏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이태양은 팀이 필요한 상황에 언제든 마운드에 올랐다. 덕아웃에서는 후배들을 이끌고 마운드에서는 상대 타자들을 제압했다. 3년 연속 100이닝 소화에 성공했고 8월 16일 이후에는 선발로 전환해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돌았다. 퀄리티스타트는 1회에 불과했지만, 선발로 등판 경기에서 항상 제 몫을 해주고 마운드를 내려온 이태양이었다.

아쉽게도 47경기까지 지켜오던 2점대 평균자책점이 48경기에서 깨졌고 마지막 두 경기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3.23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내년 시즌 이태양의 보직은 미정이다. 아마도 젊은 투수들의 성장과 기회에 따른 변화가 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태양은 내년에도 한화이글스가 필요할 때 당당하게 마운드에 서 있을 것이다.

2023시즌 한화이글스 ‘아쉬움투수’는 바로 김민우이다. 김민우는 류현진 이후, 한화이글스가 발굴해 성장시킨 토종 에이스다. 하지만, 올 시즌 토종 에이스의 명성에 금이 가도 단단히 갔다. 2년 연속 규정 이닝을 소화했던 김민우는 단, 12경기 등판에 51⅔이닝 소화에 그쳤다.

부진이 발목을 잡았고 부상이 결정타를 날렸다. 평균자책점은 6.97로 선발로 자리 잡은 2020시즌 이후 최악이었다. 퀼리티스타트는 2회에 불과했고 피안타율은 3할을 넘었다. 승리는 단 한 개, 여섯 번의 패배를 떠안았다. 토종 에이스가 무너진 시즌 초반부터 한화이글스는 바닥으로 향했고 5월 26일 NC와의 경기에서는 3이닝 9실점의 피칭을 하기도 했다.

6월 14일 이후, 1군에서 사라진 김민우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 무대에 얼굴을 드러내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지난 3년간 토종 에이스로 홀로 마운드를 지켜낸 부담과 부하가 올 시즌에 찾아온 것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충분히 쉼을 통해서 부활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시즌이 될지도 모르겠다.

김민우의 부재 상황에서 국가대표에 오른 문동주의 급성장으로 김민우는 토종 에이스 자리를 되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문동주에게 토종 에이스 자리를 내주기에는 아직 김민우는 젊다. 김민우의 부활이 필요한 이유이다.

강력한 경쟁자는 강재민이었다. 데뷔 이후 강력한 공을 무기로 한화이글스의 핵심 불펜으로 자리 잡은 강재민의 올 시즌은 데뷔 이후 최악이었다. 12개의 홀드를 기록했지만, 6.44의 평균자책점은 결코 강재민다운 성적이 아니었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피안타율은 0.224로 높지 않았지만, 피안타의 무려 46%가 장타였다. 16개의 장타 중 10개 주자 있을 때 나왔으니 중요한 순간에 강재민다운 피칭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노렸던 강재민은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퇴보한 모습을 보이면서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제는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슬기롭게 군 문제를 해결하고 홀가분하게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올 강재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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