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통]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우리 애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제 자식은 제가 잘 알아요. 그런 일을 저지를 아이가 아니에요.”

자녀의 일탈행동으로 학교에서 상담하게 된 부모들로부터 교사들이 대체로 많이 듣는 말이다. 이럴 때 교사는 할 말을 잃고 그저 답답하기만 한다. 왜 그럴까?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과 학교라는 사회에서의 관계는 완전히 다르다. 가정도 속을 살펴보면 단순하지만은 않다. 위기 가정이나 해체 가정도 있고, 한 부모, 또는 조손 가정도 있다. 그런데 대체로 평온한 가정에서 무난하게 자랐을 법한 아이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학교로 호출받게 된 부모들은 대체로 우리 자식은 그럴 아이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오해하고 있다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학교와 가정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미묘한 감정선이 서로 교직하면서 불만이 쌓이기도 하고, 말 못할 고민을 만들기도 한다. 부모에게는 말하지 않는 생각이나 감정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각자 학교 생활을 돌아보자.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닌데 목숨이 걸린 것처럼 매달리고, 감정을 소비했던 적이 없었던가? 특정한 친구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고 싶은 적은 없었던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스스로 가치관을 정립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혼돈이 필요한지를 밖에서는 알 수가 없다.

결국 아이들은 혼돈 속에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혼돈 속에서 절제되지 못한 생각과 감정으로 반응하다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자신의 열등감을 저보다 약한 고리를 찾아 친구를 괴롭히는 것으로 풀어가는 아이도 있고, 불만과 결핍을 자해 등으로 자신을 학대하는 아이도 있다. 게다가 경쟁과 비교에 주눅이 든 아이들을 유혹하는 갖가지 쾌락적 자극들도 많다. 

따라서 부모가 자식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학교도 학생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하기는 어렵다. 한두 번의 상담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아이들은 쉽사리 자신의 속마음을 교사에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믿고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열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생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한 다양한 상담 활동과 신나는 방과후활동이 필요하다. 학생의 개성을 살리면서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만남이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개선될 뿐 아니라 아이들도 학교에 오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사들의 희생을 계기로 '교권보호 4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도 여러 대책들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악성 민원'의 통로로 악용됐던 카톡방을 없애고, 학부모와의 상담 의무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학부모와 거리를 두고, 일탈행동을 저지른 학생을 교실이나 학교에서 내보내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학생들의 신뢰이다. 학생들의 신뢰가 있는 한 학부모들이 교사들을 함부로 의심하거나 불신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지금 학교는 오로지 경쟁과 비교에만 관심이 많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어떻게 하면 더욱 가깝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불안한 학부모는 교사의 언행 하나하나를 아이들을 통해 확인하며 의심하는 것이다. 결국 사소한 교사의 언행 하나가 불씨가 되는 상황이 되고 만다. 

법령을 보완하고, 학부모와 거리두기를 한다고 해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경쟁과 비교로 점철된 교육을 완화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교사들을 따르고 좋아한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학부모들과도 협력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학부모들이 지지하지 않으면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교사들은 알고 있다. 서이초 선생님의 희생 이후, 교사들은 연대와 단결을 어떻게 이루어내야 하는지 깨달았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을 것이다. 

이제 교사들은 긴 안목으로 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연대와 단결의 주체인 교원단체들이 나서서 개혁에 앞장섰으면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