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대전지역 아파트단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음. 자료사진. 
대전지역 아파트단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음. 자료사진. 

어느 아파트. 게시판에 동 대표 선거 공고문과 함께 후보자 공보물이 게시되었다. 후보자의 사진과 동 호수, 생년월일, 이력, 공약사항을 기재한 공보에 무언가 빠진 것 같았다. 살펴보니 후보자 이름이 없었다.

우편함에는 ‘대표자 선출에 대한 서면 동의 안내문’과 안내문 점선 아래에는 ‘서면동의서 서식’이 있었다. ‘투표용지’라 할 수 있는 서면동의서에는 ‘동 호수, 세대주 성명과 찬성, 반대를 표시’하고, 그 아래에는 작성자 성명을 기재하고 서명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관리규약 개정(안)’과 이에 대한 ‘주민 투표 안내문’도 있었다. 역시 점선 아래에 찬성, 반대 표시와 작성자 성명을 쓰고 서명하게 된 것은 동 대표 선거 서면동의서 내용과 같았다.

입후보자 공보에 당연히 들어가야 할 이름이 빠진 것은 착오일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서면 동의 방법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선거에서 ‘비밀투표의 대원칙’이 무너지기 때문이었다. 관리사무소에 전화하여 혹시 후보자 성명이 빠진 것은 착오인가 물으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개인정보 보호’ 관계로 쓰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후보자 이름을 빼는 것은 따로 규정에 있는 것인지 물으니, 선택사항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름은 꼭 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동만 넣고 호수는 ****으로 표기하고, 생년월일 대신 만 나이를 기재하여야 할 것이다. 또 서면동의 방식은 ‘비밀 투표’의 원칙을 벗어나는 것이니 변경하여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개인 정보 보호’와 ‘의결 사항’임을 강조하며 이를 되풀이 하는 것이었다. “국회의원선거나 시장 선거 등 다른 선거에서도 후보자 이름을 빼느냐? 후보자가 이름과 사진을 넣은 명함을 돌리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또한 공개 투표와 다름없는 방식이 맞느냐?”고 물었지만, 대답이 모호했다.

“후보자 개인정보는 중요하고 입주자 개인정보는 무시해도 되느냐?”라고 물었다. 서면 동의서에 동, 호수와 세대주를 표기하도록 한 것은 어느 세대의 투표 여부를 파악하고 미투표 세대를 독려하려는 목적으로 아파트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의결하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파트 선관위나 대표자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니 개의치 말라는 뜻인지 알 수 없는 대답만 돌아왔다.

하는 수 없이 구청 담당 부서에 전화하여 상황을 이야기하였다. 구에서는 관리사무소에 연락하겠다고 했다. 얼마 후 구에서는 “아파트에 ‘시정’하도록 조치하였다”라는 답변이 왔다. 그 후 후보자 이름을 넣은 공보가 다시 붙었다.

내친김에 ‘관리규약 개정(안)’을 살펴보았다. 시의 ‘준칙’에 따라 개정(안)을 만들었다는데, 이 가운데는 아파트 실정에 따라 정하여야 하는 사항이 있었다. 그러나 그냥 ‘빈칸’으로 두거나 잘못된 내용으로 개정(안)을 만든 사항이 보였다. 예를 들면 동 대표 선거에서 투표하는 방법을 빈칸으로 두었고, 투·개표 장소 역시 빈칸이었다.

‘임기’의 경우 선출 또는 위촉된 날짜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특정 날짜를 명기했다. 선거 참관인도, 준칙에 ‘〇명 이내’로 되어 있으면 아파트 자체로 적정한 인원을 정해야 하는데 준칙에 있는 그대로 ‘〇명 이내’로 표기했다. 자문 비용도 금액을 표기하지 않고 준칙 그대로 ‘〇〇만원’으로 표기했다. 이 밖에 몇 군데 오류와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었다. 이를 입주자 대표 회장과 관리소장에게 제시하니 이의 없이 받아들였다. 곧 수정공고 하여 입주민 투표를 진행했다.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선거관리위원회와 입주자 대표회의에서는 여러 사람이 모여 협의하고 의결한다. 이런 공식 절차를 거쳐 진행 중인 사항이, ‘관심 있는 한 사람에 의하여 시정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 구청에서 개입해야 시정되는 현실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관계 기관에서는 보다 관심을 갖고 아파트 관계자 등에게 제반 규정을 교육하거나 지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관리규약을 개정하여 구청에 결과를 제출하면 구청에서는 이를 꼼꼼히 따져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아울러 ‘입주자대표 가운데서 선출하는 감사’는 자격 기준을 따로 두고 동 대표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감사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해 심의 의결에 참여하며, 제반 사항을 감사하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감사가 흠결 있는 의결에 참여했다면 시정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사는 따로 선출함으로써 앞의 사례와 같은 잘못을 찾아내고 시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감사는 법규, 회계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거나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해야 할 것이다. 당국에서는 아파트 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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