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기 변호사의 법률톡톡]

송문기 변호사.
송문기 변호사.

우리 대한민국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민사상·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영국이 의회주권을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국왕이 의회 의원들을 탄압하던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내에서 국회의원들이 군부독재정권에 의하여 탄압받은 경우를 살펴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하여 납치되어 살해될 뻔했던 경우는 물론이고, 과거 박정희 정권의 군부독재 시절 10월 유신에 반대한 조윤형 의원(조병옥 박사의 차남이자 조순형 국회의원의 형이다.)을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 다수를 감금하여 고문하는 경우 외에, 심지어 민주공화당의 김용태 의원(김종필을 옹립하려 한다는 이유로 끌려가 고문당했다.) 등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중앙정보부가 감금하고 고문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 사법부가 군부독재정권에 의하여 탄압받은 가장 참담한 사례는 전두환 정권에서 심지어 대법관까지 끌고 가서 고문 끝에 사표를 쓰게 한 일(당시 명칭은 대법원의 위상을 낮추기 위해 ‘대법원 판사’였으며 양병호 대법관이 김재규 사건의 소수의견을 제시하였다가 보안사령부로 끌려갔다.)이다.(참고 1)

즉 우리나라 역시 군부에 의한 독재와 폭정, 고문과 탄압의 비극이 있었기 때문에 국회의원에 대하여는 헌법 제45조에서 특별히 면책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사법부에 대하여는 헌법 제103조에서 법관의 독립을 규정하고 제106조에서 신분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회의원들에 대하여는 이러한 헌법상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등을 규정한 헌법조항이 없다.

이것은 헌법개정 당시의 불비로 볼 수도 있겠고, 지방의회의원들에게도 저러한 특권을 부여해야 의정활동이 보장된다는 의견도 있다. 또는 지방의회의원들은 국회의원에 비하여 그 정수가 많으므로 면책특권을 지나치게 광범위한 다수에게 보장해서는 안되겠다는 헌법적 결단으로 볼 수도 있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지방의회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의 발언 하나하나가 민사·형사상 책임을 별도로 질 수 있다. 최근 대전광역시 동구 의회에서도 구의회 의장이 ‘모 의원이 반대하여 동구청장의 주요 공약인 글로벌캠퍼스 설립이 무산되었다.’고 발언한 부분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모양이다. 이미 대전광역시 동구에는, 글로벌캠퍼스 설립을 특정 정당이 무산시켰다고 주장하거나, 그것이 아니라 예산사용에 관한 절차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데 상대당이 오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플래카드가 여럿 붙어있는 상황이다.

위 사건이 법률 분쟁으로 비화되면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아무튼 원칙적으로 국회의원인지 지방의원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의정활동에 임하는 자라면 책임지지 못할 발언 자체를 함부로 하지 않아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지방의회의원이라면 특히 신중하게 발언해야 하겠다.

그 밖에도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차이는 배치되는 보좌인력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옛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는 행정조직의 방점이 수직적인 상명하복에 찍혀있어서 상당히 경직된 구조였으나, 현재는 행정학계에서 지방자치에도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고, 무엇보다도 지방자치를 선언한 헌법의 정신에 기하여 모법의 위임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조례제개정을 통하여 지방자치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방의회의원들에게도 입법보좌인력이 배치되어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증진할 필요가 상당하다.

지방의회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논문 등을 통하여 필요성을 제기하였거니와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입법보좌기관 내지 집합적 보좌기관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참고 1, 국회입법조사처, 지방의회의 자치입법제도 운영현황 및 문제점 참조)를 내놓음에 따라, 현재 지방의회에도 입법보좌인력이 어느 정도 배치된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개별 의원들에게 개별보좌인력이 배치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방의회에도 입법보좌인력을 증원할 것인지에 관하여 국민 일부의 반대가 있는 상황이므로, 지방의회의원들이 우선 노력하여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한 뒤, 개별보좌인력이 배치되어 전문성을 배가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참고 1: ““판사 쓸어버리겠다” 위협…보안사, 소수의견 판사 연행해 고문” 제하의 한승헌 전 감사원장의 기고문(경향신문, 한승헌 전 감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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