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투, 타의 중심 노시환과 문동주, 성장과 도약의 교육리그 명단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한화이글스 문동주와 노시환. 이들은 소속 팀에 복귀해 시즌 마무리를 함께한다. 한화이글스 제공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한화이글스 문동주와 노시환. 이들은 소속 팀에 복귀해 시즌 마무리를 함께한다. 한화이글스 제공

29년 만의 우승. LG트윈스가 2023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거머쥐었다. 1994시즌 이후, 무려 29년 만의 경사였다.

시즌 초반, 선두에 올라선 후 강력한 도전자들을 따돌리고 정규시즌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이자 29년 만의 통합 우승 도전에 나섰다.

현재의 10개 구단 체제가 만들어진 것은 2015시즌이다. 2013시즌부터 NC가, 2015시즌부터 KT가 합류했다. 뒤늦게 합류한 NC와 KT는 각각 2020시즌(8시즌)과 2021시즌(7시즌)에 나란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아직 이번 시즌 우승의 향방은 아무도 모른다. 과연, LG트윈스가 29년 만에 진정한 챔피언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LG의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두 구단이 있다. 바로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다. 한화이글스의 정규시즌 우승은 무려 31년 전으로 돌아가야 하는 1992시즌이다. 다행히, 진정한 챔피언은 24년 전인 1999시즌으로 돌아가면 된다,

롯데자이언츠는 더 암울하다. 정규시즌 우승 경력이 없다. 진정한 챔피언에 오른 것도 1992시즌 그러니까 31년 전으로 돌아가야 할 정도다. 한화이글스와 ‘도토리 키재기’지만, 조금 더 안타까운 상황이다.

KT가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두산이 다시 3위로 올라선 가운데, SSG, NC와의 3위 경쟁이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팀당 최소 1경기(KT)에서 최대 8경기(두산)가 남은 상황에서 어쩌면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나서 최종 순위가 결정될지도 모를 상황이다.

KIA는 5할 승률을 오가며 아직 가능성은 남겨두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고 롯데도 7위로 만족하는 시즌이 될 것 같다.

최하위 경쟁(?)도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최하위가 확정적이었던 키움이 쉬고 있는 사이, 한화이글스의 페이스가 많이 꺾이면서 최하위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4연패에 빠지면서 어느덧 9위에 자리했고 최하위 키움과는 1.5경기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화는 다섯 경기, 키움은 세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한화이글스 투타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노시환과 문동주

2023년 10월 7일. 노시환과 문동주는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밤이었을 것이다. 바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을 꺾고 영광의 금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노시환은 대표팀의 중심타선으로, 문동주는 실질적인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따낸 금메달이기에 더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2023시즌 리그 홈런과 타점, 장타율 부문 선두에 올라 있고 시즌 최우수선수상을 노리는 노시환에게는 이번 시즌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한편, 문동주는 2년 차 시즌에 건강하게 시즌을 잘 마무리했고 태극마크를 단 첫 국제대회에서 결승전 선발로 등판해 승리 투수의 영광을 안으면서 자신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노시환과 문동주는 이번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되었다. 선수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한화이글스의 미래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사건이다. 물론, 다른 구단의 군미필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겠지만, 팀 전력이 약한 한화이글스에는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한화이글스는 이제 팀의 미래를 책임질 투, 타의 핵심 선수를 잃지 않고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00년대 이후 팀의 투, 타 핵심으로 활약했던 김태균과 류현진을 얻은 것처럼 말이다.

노시환은 5년 차 시즌에 말 그대로 ‘폭발’을 했다. 복귀 이후, 잔여 경기에 출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리그 홈런과 타점 그리고 장타율 타이틀을 획득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NC의 외국인 에이스 페디의 20승과 3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이 어떤 역할을 할는지 모르지만, 노시환의 금메달 획득은 최우수선수상 수상에 있어 또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선전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대만과의 경기에 선발로 출장한 문동주. 대표팀에는 박세웅, 원태인 등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배들이 있었고 두산의 곽빈도 강력한 선발 후보군이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2년 차에 불과한 문동주였다.

대만과의 예선전에서 4이닝 2실점, 나름 성공적인 피칭을 했지만, 완벽한 피칭은 아니었기에 패전을 떠안게 된 문동주.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대만 전에 선발로 등판한 선수는 또 문동주였다.

류중일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가 아니었다면, 문동주의 컨디션과 올 시즌 경험이 부족했다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번의 선택이었다. 두 번째 선택에서 문동주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감독의 ‘지지와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 금메달을 견인했다. 6이닝 무실점.

이는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문동주를 120이닝 이하로 투구 이닝을 제한하고 9월 3일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한 한화이글스 구단과 최원호 감독의 결단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구단과 감독이 박수받아 마땅한 판단이었고 선택이었다.

시즌 막판 최하위까지 떨어질 수 있는 위기에 닥친 한화이글스지만, 아마도 문동주의 추가 등판은 없을 것이다. 118⅔이닝을 투구한 문동주가 아시안게임에서 10이닝을 소화했으니 올 시즌 공식적으로 문동주의 투구 이닝은 128⅔이닝이 되었다.

이런 통 큰 결단에 한화이글스는 류현진 이후 다시 한번 건강한 대한민국의 에이스를 얻게 되었다. 두 경기에 불과하지만, 문동주의 아시안게임 두 경기 선발 출장은 내년 시즌 문동주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든 정말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한화이글스는 이제 노시환과 문동주를 축으로 비상의 나래를 펼쳐나가야 한다. 내년 시즌 반드시 가을야구 진출 그리고 2025시즌에 새로운 구장에서 독수리의 날개를 활짝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4시즌의 성장과 도약을 위한 미야자키 교육리그 명단 분석

한화이글스는 시즌 후, 미야자키에서 펼쳐지는 교육리그에 파견할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선수들은 10월 8일 출국해 11월 1일 귀국하는 일정으로 일본에서 총 18경기를 소화하게 된다.

일본의 라쿠텐, 요미우리, 니혼햄, 한신, 오릭스, 히로시마, 주니치, 세이부, 요코하마, 소프트뱅크, 치바롯데, 야쿠르트 등 거의 전 구단에 걸쳐 일본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게 된다.

그런데, 이번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포함된 선수들의 면면이 한화이글스의 내년 시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투수진은 최고참 한승혁을 필두로 김민우, 이층호, 정이황, 김서현, 장지수, 양경모, 성지훈, 김규연, 남지민이 포함되었다.

정이황, 양경모, 성지훈을 제외하면, 올 시즌에 1군 무대에서 활약했고 내년 시즌 한화이글스 투수진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선수들로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변우혁을 내주고 KIA에서 데려온 한승혁과 장지수. 한승혁은 올 시즌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실패를 했다. 장지수는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빠른 공을 바탕으로 투수진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필자는 장지수를 내년 시즌 불펜의 키플레이어로 꼽고 싶다.

올 시즌 부상으로 일찍 낙마한 토종 에이스 김민우와 아쉬운 성장세를 보인 남지민은 강력한 선발 후보군이다. 후배 문동주의 강력한 피칭으로 토종 에이스 자리를 내준 김민우는 내년 시즌 반드시 반등해야 하고 남지민은 이제 5년 차에 접어들면서 반드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슈퍼 루키 김서현의 숙제는 ‘제구 잡기’다. 이번 교육리그를 통해 선발이든 불펜이든 확실한 본인의 역할을 결정하는 것도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본인의 가치를 높일 방안을 찾는다면, 분명 내년 시즌 한화이글스 투수진에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야수에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시즌을 날린 하주석이 포함되었다. 이내 복귀했으나 전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9년 차 이도윤의 대활약으로 하주석의 입지는 더 줄어들었다. 만약, 하주석이 교육리그를 시작으로 동계 훈련 기간에 성실한 모습으로 예전의 경기력을 회복한다면 내년 시즌 한화이글스의 뎁쓰는 당연히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쉽게도 하주석에게 기회는 더 이상 없을 가능성도 매우 크다.

지난 시즌 16홈런을 치면서 최고령 신인왕 도전에 나섰던 김인환은 7개의 홈런에 그치면서 제자리걸음은커녕 뒷걸음질 친 시즌이 되었다. 김인환도 하주석과 마찬가지로 내년 시즌 반등을 위해서 교육리그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반등하지 않으면 김인환에게도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김건과 이민준은 한화이글스에서 내년 시즌 내야진 구성에 핵심 선수로 보고 있는 듯하다. 김건은 노시환과 경남고 동기로 청소년대표를 지낼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나 프로에 와서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 시즌 7경기에 출장했지만, 활약은 미미했다.

이민준은 이번 시즌 입단한 고졸 신인으로 한화이글스가 김서현, 문현빈에 이어 세 번째로 뽑은 선수이다. 바로 내야 센터 라인의 차세대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4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1군의 맛도 봤다. 데뷔 시즌에 한화이글스 핵심 선수로 자리 잡은 문현빈과 교육리그에서 좋은 호흡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외야는 장진혁과 유로결 그리고 이진영과 최인호가 합류한다. 이진영과 최인호는 내야수 문현빈과 더불어 추후 합류할 예정이다.

장진혁과 유로결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한화이글스는 여전히 그 기대를 접을 수 없다. 특히, 장진혁은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1994년생으로 하주석, 김인환과 같은 나이인 장진혁은 이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지 않으면 후배들에게 기회를 내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유로결은 동기 노시환의 대폭발을 보면서 많은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이제 6년 차를 앞둔 유로결도 도망갈 곳도 피할 곳도 없는 상황이다.

1군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친 이진영과 군 복무 후 복귀해 시즌 막판 상승세를 보여준 최인호의 합류는 내년 시즌 이들의 활약에 거는 기대감을 보여준다.

이진영은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9개의 홈런도 지난 시즌의 8개를 넘어섰다. 시즌 마지막까지 첫 두 자리 홈런을 기록한다면 의미 있는 시즌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시즌에는 한 단계 스텝업이 되어야 외야수 주전에 도전할 수 있다.

다부진 공격력을 보여준 최인호는 지긋지긋한 한화이글스의 ‘나는 외야수다’ 오디션을 끝낼 수 있는 적임자로 주목받고 있다. 상무에서의 경험이 1군에서의 자신감으로 나타나는 모양새인데, 교육리그와 동계 시즌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장점을 최소화하는 훈련에 매진한다면 내년 시즌 외야 한 자리는 최인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최원호 감독 취임 이후, 전반기 막바지 가을야구에 대한 꿈을 꾸었던 한화이글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함을 경험했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4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해 이번 시즌 마무리를 잘해줘야 한다. 마지막까지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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