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2000년생 불펜진 성장 매우 중요, 좌완 불펜진 후보군 치열할 듯

한화이글스 선수들.
한화이글스 선수들.

정중동. 이제는 순위가 순식간에 뒤집히는 시기는 확실히 아니다. 하지만, 자칫 방심하는 순간 미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LG의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적인 가운데, 팀별 순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띄엄띄엄 편성된 현 경기 상황에서 어떻게 집중할 수 있느냐가 최종 순위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KT는 1위 추격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3위 NC와의 차이는 2.5경기에 불과하다. NC도 아직 2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막판 상승세를 탄 두산도 아직 4위에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위 NC와 1.5경기 차이이기 때문이다. NC는 KT를 추격하느냐, 두산에 추격을 허용하느냐의 갈림길에서 많은 고민이 있는 상황이다.

디펜딩 챔피언 SSG는 어렵게 5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KIA가 다시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주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팀의 격차도 2.5경기 일뿐이다.

7위가 굳어진 롯데가 막판 상승세를 타면서 5위 SSG를 네 경기까지 추격한 상황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기에 막판 반전의 주인공이 될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화는 삼성에게 8위 자리를 내주고 9위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8위에 복귀했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많은 경기를 치른 최하위 키움과의 승차도 세 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과 같은 페이스로 나머지 경기를 치른다면 자칫 다시 최하위로 떨어질 수 있는 충분한 위기 상황이다.

가뜩이나 약한 타선에 노시환마저 빠지고 김태연도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면서 타선에서의 빈자리가 큰 상황이다.

한화이글스에게 ‘불펜의 힘’은 팀을 지탱하는 가장 큰 전력

한화이글스는 지난 2018시즌 무려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2018시즌 한화이글스는 그야말로 ‘우주의 기운’이 모인 팀이었다. 믿을 수 없는 역전승도 많았고 ‘불펜의 힘’으로 버티고 버텨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쁨은 단발에 그치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전체적인 전력이 약했고, 특히, 선발진이 안정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강했던 불펜이 다음 시즌에도 지속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원인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다.

2018시즌 한화이글스의 불펜은 강했다. 송은범과 안영명, 이태양이 전천후로 대활약을 펼쳤고 김범수는 좌완 불펜으로 힘을 보탰다. 여기에 2년 차 박상원이 급성장을, 장민재도 한몫 단단히 했다. 클로저 정우람의 뒷문 닫기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투혼의 권혁과 윤규진, 송창식까지 있었다.

질적으로 퀄리티가 높았고 양적으로도 풍성했다. 질과 양의 조합이 절묘하게 맞았다. 한화이글스의 불펜진은 결국 팀을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23시즌 한화이글스의 불펜진은 아직은 아니지만, 주축들이 30대에 접어들면서 젊은 불펜진의 발굴과 육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됐다. 아직 젊은 선발진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기에 2018시즌처럼 불펜의 힘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 시즌 한화이글스의 선발진은 올 시즌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긴 김민우와 국가대표로 성장한 문동주(03년생)를 중심으로, 젊은 유망주들인 남지민(01년생), 한승주(01년생), 김기중(02년생)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베테랑 장민재, 이태양의 역할도 주목할만하다.

특히, 올 시즌 후반기에 선발로 좋은 피칭을 이어간 이태양은 젊은 선발 유망주들이 계획대로 선발로서 자리를 잡는다면, 다시 불펜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베테랑 이태양의 존재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화이글스의 선발진은 젊은 유망주들이 후보군에 있으면서 충분히 세대교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불펜은 선발만큼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눈에 띄는 젊은 불펜 투수들의 활약도 없었다.

내년 시즌에도 한화이글스 불펜의 핵심은 주현상(92년생), 이민우(93년생), 윤대경(94년생)으로 이어지는 30대 초반 라인이 될 것이다. 올 시즌 확실한 불펜 옵션으로 올라선 주현상과 부침은 있었지만, 시즌 막판에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이민우 그리고 부상으로 지속적이지는 못했지만, 마운드에 있을 때만큼은 자신의 공을 던진 윤대경이 내년 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좌완 불펜으로서 고군분투한 김범수(95년생)는 여전히 불펜을 지킬 것이다. 기대만큼의 폭은 아니지만, 매 시즌 조금씩 진일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범수다. 최다 홀드 기록을 세운,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 조금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김범수지만, 기복 있는 피칭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복을 줄이는 ‘꾸준한 안정성’은 꼭 필요한 옵션이 됐다. 이제 정우람(85년생)이 내리막인 좌완 불펜진에 송윤준(92년생), 이충호(94년생)의 뒷받침이 중요한 시점이다. 젊은 좌완 불펜의 발굴과 육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팀의 ‘핵심 불펜’으로 자리를 지켜준 강재민(97년생)의 군 복무가 유력한 가운데,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과연 어떤 선수가 강재민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고 만약 강재민의 빈자리를 채울 선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불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상원(94년생)이 첫 클로저 시즌을 잘 마무리할 것으로 보여 ‘포스트 정우람’ 걱정은 덜게 되었다. 올 시즌의 경험이 내년 시즌에는 더 안정적인 클로저로서의 성장에 보탬이 될 것이다.

2000년대생 젊은 불펜 투수들의 성장이 매우 중요해진 시점

아쉽게도 한화이글스 96년생-00년생 투수 중 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선수는 불펜 강재민, 겨우 한 명에 불과하다. 5년의 전력 공백이 결국 한화이글스 투수진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전력 구축이 안 되었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이 시기의 선수들은 현재 20대 중, 후반의 가장 좋은 경기력을 낼 수 있는 나이대지만, 한화이글스에는 없는 전력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그 이후 세대인 2000년대생 선수들은 철저한 관리와 체계적 지도 그리고 명확한 역할 부여로 확실한 전력으로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기존의 불펜 전력이 노장 축에 들지 않기 때문에 시간도 있다. 본격적인 경험 쌓기와 성장이 필요하지만, 잃어버린 5년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빠르게 해내지 못하면 또다시 암흑기가 찾아올 수 있다.

다행히, 후보군은 있다. 군에 입대하지만, 지난 시즌 의미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윤산흠(99년생), 거포 유망주 변우혁을 KIA로 보내면서 한승혁과 유니폼을 바꿔 입은 장지수(00년생), 지난 시즌과 올 시즌 1군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김규연(02년생)과 전략적으로 성장시켜야 하는 박준영(03년생)과 김서현(04년생)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빠른 공’이다. 150km/h에 가까운 또는 상회하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다. 특히, 김서현은 160km/h에 도전하는 투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들이 불펜에서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성장해준다면, 한화이글스의 다음 세대 불펜은 든든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바로 김규연이다. 올 시즌 3년 차에 접어든 김규연은 지난 시즌 1군 무대에 얼굴을 내밀었고 올 시즌 더 큰 성장을 기대했으나, 전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에 1군 무대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데뷔 첫 세이브도 기록하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내년 시즌 김규연은 불펜의 핵심 역할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한편, 우완 박준영과 사이드암 김서현은 말 그대로 한화이글스에는 보물과 같은 존재들이다. 빨리 꽃을 피우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박준영과 김서현은 반드시 리그 정상권으로 성장해야 하는 선수들로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세광고를 졸업한 박준영은 국가대표로 성장한 문동주와 최고 우완 자리를 다퉜던 선수로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지명이 되었고 서울고를 졸업한 신인 김서현도 제구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2023시즌 최대어로서의 가치를 분명히 지니고 있다.

특히, 이 두 선수는 150km/h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기 때문에 불펜으로서의 역량 중 최고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다만, 제구에 대한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다면, 당장 내년 시즌에도 충분히 좋은 불펜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워낙 가진 것이 많은, 그래서 보여줄 것도 많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팀에 부족한 좌완 불펜진도 충분히 성장 가능성 있는 후보군 형성

여기에 조금 더 자원 확보를 위해 시야를 넓히면, 이승관(99년생)과 박주홍(99년생)도 팀에 부족한 좌완 불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신인 시절 좋은 기회를 얻었으나 살리지 못했다. 언더사이즈지만 타자와 싸울 줄 아는 비슷한 유형의 두 선수가 군 복무 복귀 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김범수가 외롭게 버티는 좌완 불펜진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올 시즌 신인으로 드래프트 1, 2라운드에서 선택된 황준서(05년생)와 조동욱(04년생)도 좌완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특히, 신인 최대어 황준서와 조동욱의 보직에 대해 팀이나 지도자들의 판단과 결정이 매우 중요해지는 스토브리그가 될 것이다.

완성형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황준서나 큰 키에서 빠른 공보다는 공의 움직임이 좋은 조동욱, 둘 다 선발에 어울린다는 평이 있으나 시작은 불펜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이들이 선발로 적격 판정이 난다면, 기존의 김기중과 더불어 좌완 선발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불펜부터 시작된다면, 김범수와 더불어 기존의 이승관, 박주홍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될 것이다. 부족했던 좌완 불펜진도 확실한 후보군이 형성되는 긍정적인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젊은 팀이다. 아직은 ‘물음표’가 많은 팀이다. 이제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젊은 불펜 투수들의 성장은 한화이글스 투수진의 전체적인 전력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다. 충분히 성장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이제는 기회와 성장 그리고 성공의 영역에서 기대를 해봐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최원호 감독 취임 이후, 전반기 막바지 가을야구에 대한 꿈을 꾸었던 한화이글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함을 경험했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4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해 이번 시즌 마무리를 잘해줘야 한다. 마지막까지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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