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잔여 시즌 많은 경험 중요, 내년 시즌을 위한 자양분

한화이글스의 2023 시즌은 큰 기대를 품었으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다만 신인급 선수들의 약진은 올해보다는 내년을 기다리게 만든다. 한화이글스 선수들.
한화이글스의 2023 시즌은 큰 기대를 품었으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다만 신인급 선수들의 약진은 올해보다는 내년을 기다리게 만든다. 한화이글스 선수들.

소용돌이. 각 구단이 최대 20경기(KIA), 최소 9경기(키움)를 남겨놓은 2023시즌. 아직 순위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최종 순위의 향방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선두 LG가 2위권과의 승차를 꾸준하게 여섯 경기 정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정규시즌 우승에 바짝 다가선 것만이 명확해진 순위라고 할 수 있는 정도로 안갯속 순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시즌 내내 치열했던 2위권 경쟁이 이제는 KT로 귀결되는 모양새이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국면이다.

3위 NC는 시즌 내내 안정적인 모습으로 3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나, 2위 도전에는 실패하고 있다. 자칫 상승세의 두산에게 3위를 내줄지도 모르는 극박한 상황까지 몰려 있다.

한때 6위까지 떨어졌던 ‘명가 두산’은 시즌 막바지 저력을 발휘하면서 4위 자리를 꿰찼고 내심 3위 자리까지 노릴 정도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후반기 거침없는 추락을 거듭한 디펜딩 챔피언 SSG는 KIA와 가을야구의 마지막 한자리를 다투는 신세가 되었다. 내심 3위까지도 노려볼 상승세였던 KIA도 부상 선수들이 나오면서 가을야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7위 롯데는 8위 한화의 추격을 따돌리는 모습으로 올 시즌 7위 수성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7위 롯데 추격이 마지막 목표였던 한화는 8위 수성이 현실적인 목표가 되었다.

9위 삼성은 최근 연패에 빠지면서 최하위가 유력했던 키움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키움은 삼성의 연패가 이어진다면 앉은 자리에서 최하위 탈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2023시즌, 젊은 선수들의 경험치 먹는 시간, 내년 시즌을 위한 자양분 되기를...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한화이글스 선수들이 남은 시즌 개인 기록에 있어서 나름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또한, 지난 9월 4일 칼럼(‘최하위 추락’ 한화이글스 유망주의 냉정한 현주소와 미래)에서는 한화이글스 유망주들의 ‘성장 더딤’에 대한 의견도 제시한 바 있다.

이렇듯, 한화이글스 젊은 선수들의 발굴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나 그 결과물에 대한 성과는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베테랑들의 영입으로 나름 중심을 잡았으나, 워낙 약한 전력이었기에 한화이글스의 전력 상승을 위한 영입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한화이글스의 비상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소위 말해서, 두 노선(베테랑 영입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모두 성공을 거둘 때 한화이글스의 비상은 제대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내년 시즌을 위한 베테랑의 영입은 프런트에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과제이다. 반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현장에서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과제이다.

이제 2023시즌 한화이글스에게 남은 경기는 16경기에 불과하다.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지만, 5년 만의 시즌 60승이라는 목표가 있고 3년 연속 최하위의 굴욕에서 벗어나는 나름의 성과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기에 다른 구단은 아직 치열한 순위 경쟁에 있기에 한화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전력을 다할 것이다.

따라서,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에게는 시즌 막바지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되고 있다.

필자는 남은 경기에서 내년 시즌을 위한 자양분을 얻기 위해 좋은 경험치를 쌓아야 하는 선수로 다섯 명을 지목하고 싶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투수 파트의 남지민, 한승주, 김기중, 김규연과 타자 쪽에서는 최인호다.

필자는 시즌 내내 투수 남지민의 성장에 대한 아쉬움을 종종 토로한 바 있었다. 남지민은 분명 문동주에 버금가는 우완 투수로 성장할 재목이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면 자신의 공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좋은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경향이 짙다.

남은 기간, 부담을 내려놓고 선발 로테이션에서 좋은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키움과의 선발 등판에서도 5이닝을 소화하면서 6실점(5자책점)으로 무너졌다.

피안타율도 높았지만, 누상에 주자가 나갔을 때, 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득점권에서는 더 약한 모습을 보였기에 마운드에서의 평정심 찾기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지민과 입단 동기인 한승주는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까지 선발로 좋은 경험을 한다면, 내년 시즌에는 아주 좋은 선발 자원으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번의 선발 기회에서 선발승을 따내지는 못했으나, 5이닝 1회, 4이닝 3회를 투구하면서 초반 무너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49의 준수한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남지민과는 다르게 주자가 있을 때나, 위기 상황인 득점권에서의 피안타율이 점점 낮아지는 것이 좋은 기록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되었다.

3년 차 좌완 김기중은 한화이글스에서 귀중한 좌투 자원이다. 특히, 선발진에 합류할 수 있는 좌완 투수로는 거의 유일한 자원이 바로 김기중이다. 그만큼 성장해야 할 재목인 선수이다.

올 시즌 31경기에서 구원으로만 등판했던 김기중은 최근 두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모두 5이닝 2실점으로 1승을 거두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구원으로 등판한 31경기에서 기록한 최종 평균자책점은 5.22였다. 하지만, 선발 두 경기에서 호투하면서 4.81까지 떨어트린 상황이다.

김기중이 앞으로 몇 경기 더 선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김기중이 선발로 출장해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가는 경험을 쌓는다는 것은 내년 시즌 한화이글스의 선발 뎁쓰가 그만큼 강해진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한화이글스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장충고의 좌완 황준서와 조동욱을 1, 2차 라운드에서 차례대로 선발했다. 그만큼 좌완이 부족한 팀 내 사정을 이번 신인 선발에서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김기중에게도 이제는 경쟁 상대가 생긴 것이다.

한화이글스는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상위 라운드 좌완 투수들의 성장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남지민, 한승주, 김기중이 선발에서 성장해야 할 재목이라면 김규연은 불펜에서 성장이 이루어져야 하는 선수이다.

김기중과 입단 동기인 김규연은 8라운드 지명자로 2년 차인 지난 시즌부터 1군 무대에 올랐다. 말 그대로 하위 라운드의 반란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난 시즌 12경기에서 5.2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김규연은 올 시즌 14경기에서 3.9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월 8일 키움과의 경기에서는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두기도 했다.

김규연은 뒤늦게 투수로 전환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어깨의 무리도 다른 투수들에 비해서 덜 하다. 하지만, 투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직 마운드에서 타자와의 싸움에 능숙하지는 않다.

김규연이 남은 기간, 마운드에서 좋은 경험을 쌓는다면 내년 시즌 한화이글스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자 쪽에서는 최인호가 눈에 띈다. 고졸 신인 문현빈은 1년 차에 한화이글스의 확실한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새롭게 대단한 도약을 한 이도윤과 기존의 정은원, 노시환까지 존재하는 한화이글스의 내야는 문현빈의 가세로 그야말로 풍성 그 자체이다.

하지만, 몇 년째 계속되는 외야의 ‘나는 외야수다’ 오디션은 끝날 줄 모른다. 하지만, 오디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최인호가 등장했다. 수많은 젊은 외야수들이 오디션의 기회는 받았으나 그 누구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최인호는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상무에서 제대하고 팀에 복귀한 최인호는 남지민, 한승주와 입단 동기로 6라운드에 지명됐다. 하지만, 첫 시즌부터 1군 무대에 얼굴을 알렸고 매서운 타격을 선보이면서 일찍이 유망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의 매운맛을 뒤로 하고 군 복무를 선택했고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어졌다.

올 시즌 26경기밖에 출장하지 않았으나, 날카로운 타격을 선보이면서 좌익수 자리에 붙박이 출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부진하면서 타율이 떨어졌지만, 2할 후반과 3할 초반을 오가며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다.

아직 안정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남은 기간 경험을 쌓고 비시즌에 훈련과 실전을 병행한다면 내년 시즌 성장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최인호가 NC의 손아섭과 같은 스타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을 하고 있다. 물론, 손아섭과 같은 레전드의 길을 간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손아섭과 비슷한 스타일로 자신의 타격 컨셉을 잡는다면 충분히 좋은 타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쉬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정은원과 대폭발한 노시환 그리고 국가대표 반열에 올라선 문동주, 고졸 신인으로 1군 붙박이가 된 문현빈 등의 젊은 선수들이 성장한 한화이글스다. 하지만, 성장할 자원이 너무나 많은 한화이글스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이 내년 시즌 진일보한 성장을 이루어낸다면, 한화이글스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기회는 지도자가 주는 것이지만, 기회를 잡는 것은 선수 자신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최원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화이글스. 최악의 시즌을 벗어난 지금 시점에서 과연 대도약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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