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취소. 2023시즌 막바지 순위 경쟁에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바로 “비”다. 우천으로 연기된 경기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각 팀의 셈법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 곧 다가올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차출도 각 팀의 고민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과연, ‘우천 취소’와 ‘아시안게임 차출’의 두 가지 변수가 각 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즌 마무리까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선두 LG는 2위권을 최대 6경기까지 떨쳐내며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향한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반면, 2위권 경쟁과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5위권 경쟁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급상승세의 KT와 꾸준한 모습의 NC는 어느덧 다른 팀들을 밀어내고 2위 경쟁에 몰두해 있다. 아직은 KT가 우세하지만 만만치 않은 NC의 추격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5위까지 내려앉은 디펜딩 챔피언 SSG는 5연패를 당하며 6위로 한 계단 더 추락하며 이제는 가을야구 진출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6위까지 처지면서 가을야구 진출이 쉽지 않을 것 같았던 명가 두산이 6연승의 기세로 다시 힘을 내면서 5위 경쟁에 뛰어들었고 급기야 KIA를 제치고 4위에 복귀하면서 KIA와 SSG는 졸지에 5, 6위에 자리하게 되었다.

두산, KIA, SSG의 승차는 1.5경기에 불과하다. 이제는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순위 경쟁’이 아니라 ‘순위 전쟁’이 치러질 전망이다.

7위 롯데는 가을야구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고 7위 수성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8위로 복귀한 한화는 상승세를 잇지 못하면서 최대 7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9위 삼성은 8위 한화를 끝까지 추격하는 게 최상의 목표가 될 것이고 가장 많은 경기(132경기)를 치르고 8연패에 빠지면서 4할 승률마저 무너진 키움은 2023시즌 최하위가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다.

하위권 탈출에 실패했지만, 가능성 확인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마지막 목표 이루기

선수에게 목표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기량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은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곤 한다.

선수에게는 짧은 기간 달성을 위한 단기, 조금 길게 보면서 설정하는 중,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유용하다. 아무런 목표 없이 운동하기에는 동기가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때론 의욕을 잃을 때도 생기기 때문이다.

단기 목표는 시즌 전 한 시즌의 목표를 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또는 한 달 단위로, 어쩌면 주간 또는 하루의 목표가 될 수도 있을 정도의 초단기 목표 설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중, 장기적인 목표는 한 시즌을 넘어 본인이 어떤 선수 생활을 할 것인가에 방점을 두고 군 입대 시기를 결정하고 본인이 1군에서 활약할 시기, FA가 되었을 때의 고민 등의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단기적인 목표 설정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에는 선수 생활이 연장되고 FA 제도가 생기면서 선수들의 몸 관리도 특별해졌다. 그렇기에 중, 장기적인 목표 설정이 중요하고 필요한 요즘이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에게는 단기 목표 설정이 유용하다. 특히, 주전으로 올라서는 시기나 갓 주전이 되었을 때의 ‘목표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본인이 팀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 본인 스스로 어떤 경기력을 보일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수치를 결정하는 것은 상당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한화이글스는 이번 시즌에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성장을 위한 피나는 훈련을 했지만, 자신들의 목표에 다가갔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수치로 드러난 기록들을 살펴보면, 충분히 자신들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치는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의외의 성적을 거두면서 본인이 세운 목표치를 넘어선 선수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한 시즌이 마감되는 시점에서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이루었으면 하는 기록들이 있다. 이 기록들은 이번 시즌의 자산이 될 것이고 내년 시즌에 대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노시환은 시즌 최우수선수상(MVP)을 정조준하고 있다. 물론, 아시안게임 차출 변수가 있지만, 최고의 활약을 인정받기에는 충분하다. 다만, 그에 걸맞은 기록을 만들어야지만 최우수선수상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노시환은 시즌 타율 3할에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달성하면서 홈런, 타점, 장타율 타이틀을 따내는 것이 지상 목표이다. 그래야 시즌 최우수선수상에 도전할 수 있고 획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노시환은 시즌 타율 0.298, 30홈런, 9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홈런과 타점, 장타율(0.550)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지만, SSG의 최정이 노시환이 아시안게임 차출로 리그를 비운 기간 얼마나 추격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고졸 신인으로 1군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문현빈은 마지막까지 시즌을 잘 마무리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마지막에 문현빈이 쌓아 놓은 기록이 큰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겠다.

필자는 문현빈이 데뷔 첫 시즌에 100안타를 돌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현재 91안타). 거기에 시즌 타율은 0.260을 달성한다면(현재 0.255) 충분히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A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채은성은 베테랑으로서 팀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즌을 마치면서 기록한 수치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남은 기간 채은성이 최소한 2할 8푼, 20홈런 80타점(0.266, 17홈런, 70타점)의 기록을 달성한다면, 채은성 본인도 FA 첫 시즌을 만족할만한 시즌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시즌 마지막까지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정은원도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3년 연속 100안타에 도전(현 83안타)할 필요가 있다. 아직 선수 생활의 시작 단계에 있는 젊은 선수이기에 지금 부진하더라도 의미 있는 기록을 이어간다는 것은, 다음 시즌을 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데뷔 9년 차에 비로소 이름을 알린 이도윤은 데뷔 첫 100경기 출장에 도전(현 84경기)하고 있다. 시즌 144경기 중 100경기 이상 출장한다는 것은 바로 팀의 주전급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이도윤의 남은 기간, 100경기 출장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기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3할은 어렵겠지만, 2할 9푼 달성(0.290)은 내년 시즌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의 레전드 정우람은 남은 기간 역사에 빛날 기록에 도전한다. 물론, 올 시즌 개인 기록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우람의 1,000경기(현 997경기) 출장은 투수로서는 최초이자 어쩌면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불멸의 기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현재 상황으로서는 쉽지 않겠지만, 통산 200세이브(현 197세이브)도 아직은 유효한 기록으로 보인다.

한화이글스의 새로운 클로저 박상원은 데뷔 첫 20세이브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를 맡은 박상원은 분명 기복은 있었지만, 어느덧 이글스의 클로저로서 본인의 역량을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박상원의 20세이브 달성은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좌완 불펜 김범수는 2년 연속 20홀드(현 16홀드)에 도전한다. 아울러, 데뷔 첫 3점대 평균자책점에도 도전(최저는 2022시즌 4.36)하고 있는데, 지난 9월 5일 SSG전 3.96 이후 4경기 4이닝 3실점 하며 4.17로 상승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는 4.07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채은성과 함께 FA로 팀에 큰 보탬이 된 이태양은 커리어하이 평균자책점 도전(최저는 2018시즌 2.84)한다. 지난 9월 6일 SSG전 5이닝 3실점, 12일 두산 전에서 아쉽게 2이닝 3실점으로 2.31이었던 평균자책점이 2.81로 껑충 뛰었지만, 아직은 유효한 도전이 되고 있다.

한화이글스 주요 선수들의 목표 달성이 이루어진다면 내년 시즌에 대한 동기부여 뿐 아니라 올 시즌을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원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화이글스. 최악의 시즌을 벗어난 지금 시점에서 과연 대도약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