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경험과 가능성을 넘어야 성공, 유로결 남지민 성장 아쉬움 가득

한화이글스가 결국 최하위로 추락했다.
한화이글스가 결국 최하위로 추락했다.

자칫 주춤하면 어디까지 순위가 떨어질지 모르는 2023시즌이다. KT의 돌풍이 여전한 가운데 선두 LG가 KT의 추격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고 있다.

2위 자리를 차지한 KT는 3위 SSG와의 격차를 조금씩 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 중이고 SSG는 어떻게든 KT를 다시 끌어내리기 위해 분투 중이지만,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굳건히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NC는 3위 추격보다 5위 KIA의 상승세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우려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KIA가 8연승을 달성하면서 기어이 4위 자리를 꿰차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NC는 승차는 없지만 5위로 내려앉았다.

나성범, 김도영의 복귀, 김태군의 트레이드 영입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KIA는 어느덧 5할 승률을 훌쩍 넘어서 4위에 자리했고 이제는 3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시즌 막판, KIA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손을 뻗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KT의 상승세로 선두권이, KIA의 상승세로 중위권 순위가 볼만해진 상황이다.

6위까지 떨어진 ‘명가 두산’은 한번 꺾인 상승세가 돌아오기 쉽지 않은 모습으로 힘겹게 중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서튼 감독이 떠난 롯데는 가을야구 진출의 희망을 안고 마지막을 쥐어짜고 있지만, 결코 쉽게 반등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하위 탈출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탔던 삼성도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고 키움, 한화와 최하위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키움은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고 한화는 주말 선두 LG를 상대로 오랜만에 연승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모습으로 다시 최하위로 떨어져 4년 연속 최하위의 굴욕을 맛볼 위기에 빠져 있다.

류현진 이후 없었다. 노시환과 문동주만으로 만족? 경험과 가능성 넘어서야

한화이글스는 2006년 류현진의 신인왕 수상 이후, 신인왕 수상은 없었다. 한화이글스 팬들은 류현진 하나로도 만족하고 배부르다는 표현을 하곤 했었지만, 벌써 17년 전의 일이다.

지난 시즌 김인환이 중고 신인으로 신인왕에 도전했었고 올 시즌 고졸 2년 차 문동주가 17년 만에 신인왕에 강력하게 도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신인왕 수상이 아니라, 류현진 이후로 프랜차이즈 출신으로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한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태양과 김민우가 있었지만, 팀별 안배 성격이 짙었고 반짝했을 뿐이다. 류현진이 국가대표로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할 때가 고졸 3년 차 시즌이었음을 상기해보면 17년이 지난 올 시즌에 비로소 노시환, 문동주가 그것도 연령 제한이 있는 아시안게임 대표가 되었다는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팀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면서도 제대로 된 유망주 지명과 발굴 그리고 성장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국가대표급 선수는커녕 주전급으로 성장한 젊은 선수도 많지 않았다는 것이 한화이글스가 하위권에 계속 머물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최근 5년간(고졸 신인이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오는 기간) 신인 지명을 살펴봐도 주전급으로 성장한 선수는 올 시즌 대활약 중인 노시환과 문동주 그리고 올 시즌 부진하지만, 강재민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다른 구단에 비해 선수층이 얇았기 때문에 젊은 유망주들이 1군 무대에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그 기회를 잡으며 성장한 유망주는 강재민, 노시환, 문동주를 제외하면 없었다고 보는 게 맞는 상황이다.

조금 더 확대해보자면, 2020년 드래프티 4년 차 투수 한승주와 2023년 고졸 신인 문현빈 정도가 올 시즌 1군에서 지속적인 기회를 받는 상황이니까 포함이 될 수 있을 듯싶다.

신인은 어디까지나 ‘로또’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성장하고 소위 말해서 터지느냐는 아무도 모르는 게 사실이지만, 괜히 스카우트 팀이 있는 게 아니고 어떤 신인을 어느 순간에 지명해야 하는 지명 순위를 중요시하는 게 아니다.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게 스카우트 팀의 스카우터의 역할이고 그게 팀의 미래 초석을 쌓는 가장 첫 시작이다. 그다음이 지도자의 코칭에 의한 선수의 성장일 것이다. 그를 뒷받침하는 것들로 선수단의 환경과 분위기, 팀과의 궁합, 기회 여부 또는 장기적 성장 계획, 팀 내 롤 모델 여부 등의 부차적인 것들이 복잡하게 엮여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것이고 그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은 지도자들이다. 결국, 어떤 신인 선수가 지명되어 팀에 입단하더라도 지도자와 선수가 팀의 미래와 선수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 문제이다.

1군에서 활약 중인 문동주와 한승주를 제외하고 현재 한화이글스 투수진에 적어도 남지민과 김기중 정도는 1군 무대에서 자리를 잡았어야 한화이글스 투수진이 훨씬 수월하게 운영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올 시즌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던 3년 차 김규연과 지난 시즌 문동주와 우완 최고를 다퉜던 박준영 그리고 올 시즌 최대어인 김서현까지도 1군에서의 활약을 구단과 팬들이 기대했을 것이다.

사실,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고 해서 무조건 성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신인 지명 순위에 따라서 선수의 성장 순위가 매겨지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신인의 성장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학생 선수 시절에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자원들은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는 성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유로결과 남지민의 성장세가 제자리걸음은 아쉬움 남아

필자는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한화이글스 젊은 선수 중에 가장 아쉬움이 남는 선수로 유로결과 남지민을 꼽고 싶다. 유로결은 올 시즌으로 이제 5년 차에 접어들었고 남지민은 4년 차 선수이다.

유로결은 광주일고 출신으로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노시환 다음인 2라운드 전체 13번으로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당시 ‘변(우혁)노(시환)유(장혁)’ 트리오로 불릴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다.

변우혁과 노시환 그리고 유로결(개명 전 유장혁)은 한화이글스의 미래를 책임질 야수 자원으로 구단에서 전략적으로 뽑은 자원들이었다. 투수 자원이 아닌 야수 자원을 1차 지명과 2차 상위 지명으로 선발한 것이다. 그만큼 한화이글스의 야수 세대교체의 중심으로 이 선수들을 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변우혁은 KIA로 트레이드되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타이거즈로 옮겨갔고 노시환은 기대대로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지만, 유로결은 아직도 제자리걸음 아니 오히려 실망만 안기고 있다.

유로결은 입단 후 팀 내 부족한 외야 자원의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시켰다. 수비에서는 빠른 적응력을 보이면서 외야 자원으로의 변신에 성공했지만, 공격에서 전혀 자신의 능력치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5년 차인 이번 시즌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타율이 2할을 넘어선 시즌이 아직 없으니 경기를 뛰기에 부족할 수밖에 없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퓨처스에서 소위 말하는 ‘2군 본즈 놀이’, ‘2군 폭격’ 등의 어마무시한 성적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3할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서 1군에서의 활약에 대한 기대치를 갖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유장혁이 적어도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한화이글스 외야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해줬다면, 한결 수월한 야수 운영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충분한 재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유로결에 이은 한 선수는 바로 투수 남지민이다. 남지민은 부산정보고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1라운드 전체 8번으로 지명된 우완 투수이다. 전형적인 에이스 기질을 타고난 선수로 신생팀이자 약체인 부산정보고를 전국대회 최초의 8강으로 이끈 장본인으로 청소년대표 출신이기도 하다.

청소년대표팀에서도 KT의 소형준과 팀을 이끌면서 에이스 역할을 해냈지만, 프로에 와서는 첫 시즌 팔꿈치 제거와 토미존 수술로 인해 재활에 힘쓸 수밖에 없었다.

2021시즌 후반기에 1군에 얼굴을 드러냈고 3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2022시즌 초반부터 1군에서 피칭을 하게 된 남지민은 150km/h에 달하는 빠른 공을 주무기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했으나, 변화구의 제구 불안으로 애를 먹었다. 하지만, 우완 영건의 등장은 충분히 흥분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2022시즌 22경기 2승 11패, 평균자책점 6.37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89이닝을 소화하면서 첫 시즌 부상과 수술 그리고 재활을 거친 회복이 완벽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발 경험은 다음 시즌을 위한 덤이었다.

2022시즌의 실패의 경험으로 2023시즌 큰 도약을 하리라 보였던 남지민은 150km/h의 여전히 빠른 구속에도 불구하고 변화구 제구와 경기 운영에 애를 먹으면서 오히려 기복이 더 심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12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고 평균자책점은 무려 7.56까지 치솟은 상태이다. 이닝 소화도 25이닝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 김민우의 부상, 장민재의 부진이 겹치면서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을 때 남지민이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더라면, 문동주의 성장과 더불어 한화이글스의 선발 마운드는 더욱 탄탄하고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더 크게 가졌을 것이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올 시즌 남지민의 모습이다.

선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선수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선수 본인이다. 그 선수의 부족함은 지도자가 채워줘야 한다. 그 기회를 잡지 못하면 또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가기 마련이다. 한화이글스의 젊은 유망주들이 부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잡아서 멋진 선수로 성장하기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최원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화이글스. 최악의 시즌을 벗어난 지금 시점에서 과연 대도약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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