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투, 타 밸런스 붕괴와 젊은 선수들의 성장 한계 봉착

최원호 감독이 한화이글스 지휘봉을 잡은 이후 나아지는 듯 했던 성적이 후반기 중반 들어서면서 또 다시 예전 그 자리로 되돌아가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최원호 감독이 한화이글스 지휘봉을 잡은 이후 나아지는 듯 했던 성적이 후반기 중반 들어서면서 또 다시 예전 그 자리로 되돌아가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 무서운 상승세의 KT. KT의 거침없는 행보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과연 KT의 종착역이 어디일지 궁금해지는 2023시즌의 막판 레이스다.

전반기 막판부터 상승세가 시작된 KT는 후반기에도 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롯데, NC, 두산 등이 차례로 도전했지만 실패한 LG, SSG의 양강 구도를 깼다.

SSG를 밀어내고 2위 자리를 차지한 KT는 이에 그치지 않고 1강으로 자리를 굳힌 LG마저도 집어삼킬 기세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7경기까지 벌어졌던 차이는 이제 4.5경기.

아직은 거리가 있지만, 1위 LG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자칫 시즌 막판에 KT와의 피 말리는 1위 경쟁이 펼쳐질 수도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SSG는 여전히 3위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4위 NC도 부침을 겪으면서 가을야구 진출 여부를 마음 편하게 지켜보지 못하고 있다. KIA와 두산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5위 KIA와 6위 두산은 4위 자리까지 넘보면서 가을야구의 한 자리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는 7연패를 당하면서 더 이상 가을야구 진출에 대한 가능성은 접어야 하는 상황이고 최하위 탈출에 성공한 삼성도 현재로서는 8위 유지가 최선인 상황이다.

9위로 떨어진 한화는 6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최근 상승세인 8위 삼성보다는, 아직 격차는 있지만, 최하위 키움을 더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투, 타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좋았던 경기력이 나빠졌고 경기 막판에 역전으로 경기를 내주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선수단의 분위기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한때 가을야구 진출을 꿈꿨지만, 이제는 4년 연속 최하위의 굴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투타 밸런스 무너지면서 부진, 과연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언제?

든든했던 외국인 투수 페냐와 산체스가 기복 있는 피칭으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여기에 믿었던 필승 불펜진이 차례로 불을 지르면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투수진이 마운드에서 힘을 내면, 타자들은 여지없이 헛방망이를 돌리며 점수를 뽑지 못했다. 타자들이 불방망이를 휘두르면, 투수진은 상대 타선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점수를 헌납했다.

세밀한 플레이에서 한화이글스 선수들은 아쉬움을 남겼다. 한 베이스를 덜 내주고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보다는 한 베이스를 덜 가고 한 베이스를 더 내주는 야구를 했다.

과감한 승부가 필요했지만, 언제나 머뭇거렸다. 벤치의 작전도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 외야의 수비는 결정적일 때 흔들리면서 출루와 실점을 허용했고, 주자를 모아 놓은 결정적 기회에서 방망이는 침묵했다.

한화이글스의 최근 경기에서 나타난 현실이다.

물론, 팀이 좋을 때는 앞서 언급한 것들이 나타나지 않거나 반대로 나타난다. 반대로 팀이 좋지 않을 때는 앞서 언급한 상황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팀이 좋지 않을 때 빠르게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한화이글스는 그렇지 못하다. 강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전반기 막판 8연승을 달리면서 가을야구 도전에 나섰던 기간 선수들은 그야말로 ‘신나게 이기는 야구’를 즐겼다. 하지만, 위기에 빠지자 선수들은 ‘신났던’ 선수들은 주눅이 들었고 ‘바빠지기’ 시작했다.

본인의 야구를 하기보다는 남을 의식하고 부담감을 가졌으며 몸에 힘이 들어가 자신의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연히 경기력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투수진이 마운드에서 힘을 내면 타자들은 타석에서 집중을, 수비에서는 투수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타자들이 점수를 내주면 투수들은 어떻게든 상대 타선을 틀어막아 승리로 마무리를 해야 했지만, 덩달아 점수를 내주거나 그 점수를 지켜내지 못했다.

투, 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장 정우람이 흔들렸고 FA효자 채은성이 페이스가 많이 떨어졌다. 노시환과 문동주라는 초특급 유망주가 팀을 이끌고 있으나 힘겨움이 느껴진다.

효자 FA 이태양이 선발에 합류하면서 다시 안정감을 찾는가 했으나 이번에는 외국인 투수들이 무너졌다. 베테랑 장시환이 불펜에서 힘을 냈지만, 김범수, 강재민, 박상원으로 이어지는 젊은 필승진이 버티지 못했다.

팀의 상승세와 함께 힘을 냈던 이진영과 김인환은 예전으로 돌아갔고 외야에서 내야로 포지션을 옮긴 루키 문현빈은 충분히 잘 해내고 있지만, 팀의 기둥이라고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토종 에이스 김민우는 1군에서 종적을 감춘 지 오래고 장민재는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장을 기대했던 남지민은 볼만 빨랐을 뿐 오히려 퇴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업그레이드를 바랐던 불펜의 윤산흠과 김규연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줬을 뿐이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하주석이 복귀했지만, 오히려 팀 성적은 패배가 쌓여갔다. 팀 전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여전히 ‘외야수 오디션’은 진행 중이다. 그 많은 후보군에서 적격자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진영의 ‘아름다운 한 달’ 정도가 최고의 이슈였을 뿐이다.

최근,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적응에 성공한 듯 보였던 외국인 타자 윌리엄스도 큰 기대를 걸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타가 터지는 것도 아니고 지속적인 결정타를 때려주는 것도 아니며, 수비와 주루에서는 장점을 찾아볼 수 없을, 평균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흔들리고 있고 베테랑들은 힘에 부치는 모습이며,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제자리걸음인 한화이글스다. 이길 수 없는 팀 분위기임이 분명하다.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니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선수들 스스로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면, 벤치가 경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이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벤치의 적극적 개입으로 이긴 경기가 얼마나 있는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2023시즌, 이제 37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최원호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 가을야구 도전보다는 2024시즌을 위한 경기 운영도 그릴 필요가 있다. 시즌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다. 어떤 운영이 팀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 타의 모든 지표가 여전히 최하위권에 있다. 선수들도 지금의 팀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경기에서 지려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패배가 반복되고 팀 성적이 바닥을 치면, 결국 책임은 선수들에게 있는 것이다.

남은 경기에서 냉정함을 찾고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년 시즌을 기약할 수 있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최원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화이글스. 최악의 시즌을 벗어난 지금 시점에서 과연 대도약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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