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여든여덟번째 이야기] 노래가 멈출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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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멈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 이런 놀이를 한 적 있다. 아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면서 노랫소리에 귀를 쫑긋했다. 노래가 멈추면 아이들은 의자를 찾아 앉았다. 앉지 못하면 탈락이다. 아이들은 기를 쓰고 의자에 앉으려고 했다. 누가 앉으려면 밀쳐내려다 실랑이도 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의 ‘승선 불가’ 발언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1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고 했다. 이른바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한 일부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중진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공천을 연상시키는 ‘승선시킬 수 없다’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윤상현 의원, 22일 YTN라디오 출연에서)”라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논란이 일자 “왜곡된 게 있다”며 해명했다. 그는 “‘승선 못 한다’가 아니라 ‘같이 (배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된다’라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집권 여당 사무총장이 총선을 앞두고 한 발언은 오해를 사기 충분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보자.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투표에 불참하자는 쪽과 참여하자는 쪽이 충돌했다. 불참 쪽은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거듭 밝혔음에도 검찰 정권의 부당한 체포 동의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참여 쪽은 이 대표가 특권 포기를 선언한 마당에, 표결을 거부하거나 반대표를 던질 명분이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나 야나 내부에서 ‘내 편’과 ‘네 편’이 갈리는 양상이다. 언제는 한배를 탄 ‘동지’처럼 굴더니, 이제는 ‘오월동주(吳越同舟)’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이런 행태를 단순히 계파 갈등으로 볼 수 있을까. 박근혜 정권 시절 ‘친박과 비박’, 문재인 정권 시절 ‘친문과 비문’, 윤석열 정권 ‘친윤과 비윤’의 결이 좀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야 내부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가만 보면 ‘계파’가 보이지 않는다. 분화를 거듭하면서 주류와 비주류만 존재할 뿐, 그 ‘근본’을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저 ‘나만 살고 보자’식의 본능적인 ‘생존의 법칙’만 두드러질 따름이다. 마치 어린 시절 ‘의자 빼기’처럼. 

‘의자 빼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자리가 하나씩 줄어든다. 그때마다 한 명씩 떨어져 나간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1인’이 최종 승자가 된다. 하지만 게임의 끝에는 뭐가 남는가. 

마지막까지 홀로 남은 아이는 승리의 쾌감을 느끼는 듯하지만 곧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내가 이겼는데, 내가 일등인데, 왜 진 애들이 더 신나 보이는 걸까?” 아이는 곧 깨닫는다. 놀이가 즐거웠던 건 함께였기 때문이고, 다시 심심해진 건 혼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남강한 작가가 2015년 출간한 그림책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서평이다. 이는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와 ‘내 편’만 알고 ‘우리’는 깨닫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선 누구도 의원석에 다시 앉기 힘들 거라는. 지금이야 신나고 즐겁게 춤을 출런지 모르나, 노래가 멈출 시간은 얼마 안 남았다. 국민들은 누구 의자를 뺄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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