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거포 노시환의 MVP 모드 발동, 파이어볼러 문동주의 신인왕 도전

한화이글스 노시환 선수(왼쪽)와 문동주 선수(오른쪽).
한화이글스 노시환 선수(왼쪽)와 문동주 선수(오른쪽).

점입가경. 가을야구를 향한 순위 경쟁이 그야말로 예상치 못하게 전개되고 있다. KIA를 제외한 모든 팀이 100경기를 넘긴 가운데, LG가 선두 수성에 7부 능선을 넘어선 분위기이다. LG와 선두 다툼을 벌이던 디펜딩 챔피언 SSG가 후반기에 들어 부진에 빠졌고 연패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3위로 내려앉았다.

한때 최하위를 마크했던 KT는 후반기에도 무서운 상승곡선을 계속 그리면서 SSG를 끌어내리고 2위까지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NC가 꾸준하게 4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상승세의 KIA가 5위권에 도전을, 하락세의 두산은 다시 5위권으로 내려앉으면서 마지막 남은 한 자리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부진에 빠졌던 롯데는 다시 힘을 내면서 5위권 추격에 나섰지만, 아직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좋은 경기력을 승리와 연결하지 못하고 있는 한화는 8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서는 조금 더 승리를 가져와야 하는 형편이다. 오히려 9위 삼성의 경기력이 좋아지면서 8위 수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하위로 처진 키움은 주말 시리즈를 3연승으로, 최하위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최하위 탈출은 아직 힘겨운 모습이다.

한편, 한화이글스는 팀 순위는 8위에 그치고 있지만, 한국야구의 미래 거포 노시환의 거침없는 홈런포와 160km/h의 사나이 문동주의 활약으로 미소 짓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두 선수는 2006년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시즌 MVP와 신인왕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한국야구의 미래, 거포 노시환의 MVP 모드 발동

2006년 혜성같이 등장한 류현진이 MVP와 신인왕을 동시 석권하면서 ‘괴물 투수’의 대관식을 치른 후,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시즌 MVP와 신인왕은 ‘남의 떡’이었고 구경거리에 불과했다.

류현진의 2006시즌 성적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30경기에서 18승(6패)을 쓸어 담으면서 평균자책점은 2.23을 기록했다. 무려 201⅔이닝을 소화하면서 탈삼진은 204개를 잡아냈다.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누가? 바로 고졸 신인이 말이다.

‘고졸 신인’ 류현진의 충격적 데뷔였고 ‘괴물’ 류현진의 탄생이었다. 이 시즌에 한화이글스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아쉽게 삼성에게 우승을 내줬고 이 한국시리즈는 한화이글스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로 기억되고 있다.

그렇게 리그를 씹어 먹으며 등장한 류현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무패 우승의 주역이 되었고 7년간의 짧은 국내 활약을 끝으로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LA다저스와 토론토블루제이스를 거치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17년이 지난 2023시즌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17년 전의 주인공, 메이저리거 선배 류현진의 위업에 도전하는 두 명의 젊은 독수리가 있다. 바로 국가대표 노시환과 문동주이다.

한화이글스에서 애지중지 키워낸, 키워내고 있는 유망주들이다. 한화이글스의 미래이자 이제는 어엿한 국가대표로 한국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소중한 자원으로 성장 중이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9시즌 한화이글스에 입단한 노시환은 2019 드래프트에서 세 번째로 불리며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물론, 1차 지명에서 고향 팀인 롯데에 선택되지는 않았지만, 그해 드래프트 첫 번째로 불린 선수는 이대은, 두 번째는 이학주였다.

이대은과 이학주가 누구인가. 이미 해외 프로 경험이 있었던 선수들로 즉시 전력감으로 모든 구단이 침을 흘렸던 선수들이다. 즉, 순수 신인으로는 첫 번째로 불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투수가 아닌 야수가 말이다.

노시환은 첫 시즌부터 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1군에서 착실히 경험을 쌓았다. 팀은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였지만, 김태균, 정근우, 송광민, 이성열, 이용규 등의 레전드 베테랑 선수들과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자신의 밑거름을 만들 수 있었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첫 시즌을 아쉽게 보낸 노시환은 2년 차 시즌에 12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차세대 거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3년 차 시즌이자 수베로 감독의 첫 시즌에는 ‘소년가장’으로 불리며 부상에도 불구하고 18개의 홈런과 84타점을 기록하면서 정상급 선수로의 발돋움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기량이 만개할 것으로 보였던 4년 차에 타율은 가장 좋은 0.281와 122개의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지독한 ‘장타 부진’에 빠지면서 6개의 홈런에 그치고 말았다. 정확성을 키우기 위해 히팅 포인트를 뒤쪽에 설정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노시환은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다시 스윙을 가다듬었다.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끌고 나왔고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장타를 겨냥한 스윙을 완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2023시즌 노시환은 ‘소년가장’에서 벗어나 채은성이라는 든든한 후원자의 지원을 받으며 기대했던 만개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홈런 29개로 1위, 85타점으로 역시 1위, 장타율 0.577로 당연히 1위, OPS도 0.970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야말로 ‘MVP 모드’로 2023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런 활약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극마크는 ‘당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가장 강력한 2023시즌 MVP 후보인 노시환에게 두 가지 변수가 있다. 첫 번째는 강력한 경쟁자의 존재, 두 번째는 태극마크이다.

노시환의 가장 강력한 MVP 라이벌은 NC의 외국인 투수 페디이다. 페디는 올 시즌 한국 무대에 데뷔했는데, 차원이 다른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21경기에서 15승 5패,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하고 있다. 15승은 다승 1위, 평균자책점은 2.01은 독보적인 1위이다. 탈삼진은 139개로 2위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페디가 소속된 NC는 현재 4위를 기록하며 가을야구를 향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아무리 페디가 외국인 선수라 하더라도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달성한다면 노시환의 MVP 도전에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노시환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물론, 아시안게임에서 대활약으로 대표팀에게 금메달을 안긴다면, 정규시즌과는 별개지만, 심리적인 가산점이 붙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노시환이 더 늘려가야 하는 홈런과 타점 등의 시즌 기록에는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답은 나와 있다. 노시환이 MVP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의 물리적 불리함을 ‘몰아치기’로 해결하고 아시안게임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160km/h의 사나이 문동주가 그리는 신인왕 타이틀

2021년 하반기의 프로야구는 2022시즌을 맞아 신인 선발에 핫이슈로 회자되는 시기였다. 바로 ‘문김대전’ 또는 ‘김문대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정도였다.

KIA의 연고 지역에서 초고교급 선수 두 명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거기에 하위권 팀에 전국 1차 지명이 가능해지면서 두 선수 중 한 명은 다른 구단에서 1차 지명이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두 선수는 바로 광주진흥고의 투수 문동주와 광주동성고의 야수 김도영이었다. 하필이면 운명의 장난처럼 투수와 야수로 나뉜 상황이었다. 뒤늦게 투수로 전향한 문동주는 150km/h를 쉽게 던지는 스피드와 건강한 어깨가 있었고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릴 정도로 만능 5툴 플레이어로 찬사를 받았다.

하위권 팀 중 가장 빠른 선택권이 있었던 한화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KIA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KIA의 선택은 ‘야수 김도영’이었다. 당연히 한화의 선택은 ‘투수 문동주’를 픽하는 수순이었다.

사실, 한화는 KIA가 문동주를 선택하고 김도영을 선택하게 됐다면, 당시 내야진의 구도가 상당히 복잡해졌을 가능성이 컸다. 3루에 노시환, 유격수에 하주석, 2루에 정은원이 건재한 상황이었기에 김도영의 존재는 내야를 흔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문동주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고 모든 팬이 아시다시피, 한화이글스의 철저한 관리 속에 2년 차인 올 시즌 기량이 급성장을 거두면서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공식 스피드 160m/h를 기록한 선수에 이름을 올리며 ‘스피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데뷔 시즌에 철저한 관리 속에 13경기 출장, 28⅔이닝을 소화한 문동주는 2년 차인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신인왕 도전’에 나섰다.

21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장한 문동주는 현재 8승 7패, 평균자책점 3.38로 10위를 기록하고 있다(국내 선수로 한정하면 안우진, 고영표에 이은 3위에 해당). 현재 109⅓이닝을 소화하고 있기에 아마도 규정 이닝인 144이닝 소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문동주는 ‘미완의 대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2년 차 시즌에 빠르게 선발에 안착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당당하게 선발되었다.

문동주도 노시환과 마찬가지로 ‘신인왕 도전’에 강력한 변수 두 개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역시 신인왕 경쟁자이다. 두 번째는 역시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노시환과는 다르게 문동주는 관리 차원에서 아시안게임 출전 이전에 올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인한 기록 쌓기는 크게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아시안게임 출전을 명시한 것은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 여부에 따라서 분명 ‘신인왕 도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동주의 ‘신인왕 도전’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KIA이 고졸 루키 윤영철이다. 윤영철은 고졸 신인답지 않게 영리한 피칭으로 KIA의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8경기에 출장해서 7승 5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하고 있다. 소화 이닝은 89이닝이다. 현재 기록으로는 확실히 문동주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평균자책점 3점대를 기록했던 윤영철이기에, 다시 평균자책점을 3점대로 끌어내리고 시즌 마지막까지 꾸준하게 출장해서 선발 10승을 거둔다면 윤영철의 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윤영철도 문동주와 마찬가지로 규정 이닝을 채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문동주가 아시안게임 출전 이전 어느 시점에 올 시즌을 조기 마감할지, 아시안게임 출전 후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지만, 최대한 승수를 쌓고 지금처럼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할 수 있다면, 아마도 ‘신인왕 도전’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최원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화이글스. 최악의 시즌을 벗어난 지금 시점에서 과연 대도약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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