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자신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면서 상대방에게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는다. 서로 잘 지낸다는 안부를 전하고 끝맺음을 한다. 그 안부 속에 상대방도 불안과 두려운 마음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다.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은 욕구도 있었을 것이다. 더 솔직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과 지지(응원)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처럼 보이고 싶으세요?” 이 질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게 많이 애썼을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취업이나 시험면접을 보기 위해서, 맞선을 보는 자리에서,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 등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점점 살아지면서 삶의 중요한 부분이 조금씩 바뀌었을 뿐, 여전히 우리는 좋은 이미지를 갖고 싶어 한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연하지 않는 일일 수 있다.

불편함도 감수해야 될 때가 있고, 부자연스러운 감정, 언어, 표정, 마음도 때로는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속의 아이’가 모순된 감정들로 혼재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진짜 감정과 마음을 보려고 애써야 한다. 우리에게는 ‘실재적인 나’와 ‘내면의 나’로 존재하고 있다. ‘내면의 나’는 한 명이 아닌 상처의 수만큼 존재한다. 

K의 사례를 들어보자. K와 A는 절친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어느 날부터, A가 반려동물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K는 항상 전화를 하면 반려동물의 안부와 A의 심리상태에 대해 안부를 물었다. 그래서 통화의 대부분이 반려동물 이야기였고, 그런 일들이 반복이 되자 K는 스스로 마음을 닫아버렸다. K가 반려동물에 관심을 보였다기보다는 A의 가장 큰 걱정을 들어주고자 했던 반려동물의 안부가 두 사람 관계에 불편함으로 왔다. K가 솔직하지 않았다. 때론 K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끝까지 경청해주고 공감받고 싶었는데, 말하는 도중에 다시 반려동물 이야기로 전환이 되었던 것이 화가 났다. K가 솔직하지 못한 것이 K의 기질적 성향 때문이었다. 차라리 “반려동물에 대해서 이제 그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반려동물 이야기는 5분만 하자” 이런 식으로 말했어도 A는 충분히 그렇게 했을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불편한 진실’이 그동안의 관계를 서먹하고 어색하고 낯설게 할 수 있다. 이 또한 주체는 K라는 사실을 알면서 얼음인 채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K에게만 책임을 떠안기는 것이 불편해 보인다. 스스로 자책하지 않길 바라며 이런 경우에는 누구든 허심탄회하게, 진솔하게 대화하면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와 같은 비슷한 사례는 너무나 많다. 내가 어렸을 때 가족 안에서 보험이나 다단계, 화장품 등 판매를 높이기 위해서 가족들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된 일이었고, 난 무척이나 화를 냈던 일이 문득 떠올랐다.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왜 이리 버럭했는지…….


그래서 인간은 부족한 대로 서로 부대끼며 협력하면서 사는 것 같다. 이렇듯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는 자신의 취미, 반려동물, 직장, 집안일, 부부관계, 모임 등 먼저 관심을 보이면 이런 내용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존중이며 배려다. 그러나 관심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존중받지 못한, 공감되지 않는, 배려받지 못했다고 주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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