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집행기관 견제·감시 역할 부정하며 감싸기만 급급

황영호 충북도의회 의장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오송 참사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민주당 의원들이 요청한 참사 관련 행정사무조사를 위한 특위 구성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황영호 충북도의회 의장이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오송 참사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민주당 의원들이 요청한 참사 관련 행정사무조사를 위한 특위 구성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히고 있다.

지방의회 스스로 역할을 부정하고 있다.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집행기관 감싸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용산구의회가 이태원 참사 특별위원회 구성안을 부결시킨 것처럼, 충북도의회 역시 오송 참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스스로 포기했다.

지난 2일 충북도의회 의장단은 긴급 회의를 열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요청한 행정사무조사는 실시하지 않는 대신 피해 지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장단은 또 “당초 긴급 원포인트 임시회를 소집해 오송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지원을 포함한 집중호우 피해 지원 및 재해예방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었으나 행정력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상임위원회 활동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와 책임자처벌은 검찰 수사에 맡겨두고 도의회는 ‘오송 참사’를 특별한 사건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뜻이다. 집행기관인 충북도가 오송 참사에 제대로 대처했는지 따져보고 도지사의 행적이 적절했는지 살펴봐야 할 도의회가 스스로의 역할을 부정한 셈이다.

황영호 충북도의회 의장은 한술 더 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지금은 사고 수습 및 재해예방 대책 마련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며 “진실규명을 빙자한 정치권의 무분별한 정쟁 시도는 단호히 배격한다”고 말했다.

충북도의회의 이 같은 역할 부정은 결국 집행부 수장인 김영환 지사 감싸기에서 출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충북도의회 35명 도의원 중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28명으로 사실상의 독주체제를 구축 중이다.

청주시 책임을 우선 따져봐야 할 청주시의회 역시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3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청주시의원들은 “이번 오송 참사의 가장 크고 원천적인 원인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있다”며 “제방관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화살을 외부로 돌리며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지방의회의 역할 부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직후, 용산구의회 역시 특별위원회 구성안을 부결시키면서 질타를 받았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해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을 따져보겠다며 특위 구성안을 상정했지만, 다수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특위 구성을 무산시켰다.

지방의회의 역할 부정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 무용론(無用論)’에 뭐라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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