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사람의 마음처럼 나약한 것은 없다. 특히 돈 앞에서는 더 나약해지는 것이 사람이기도 하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서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다음은 명예, 직함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한다. 직함을 제대로 부르지 않을 경우에 화살처럼 날아오는 핀잔, 그리고 직함(의사, 변호사, 목사, 교수, 회장 등)을 ‘자신’이라 여기며 망가지지 않으려고 직함에 집착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인 직위가 올라갈수록 거만해지거나 무미건조함을 느끼도록 관계를 맺는 것은 그들이 실제 거만하거나 무미건조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상대방이 관계에서 경계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오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선배이고 교수이고 멘토이고 롤 모델이었는데, 한없이 내민 손을 의심 없이 잡아주었는데, 결국 자신과 동급으로 생각했던 것이 경계를 넘어오게 됨으로써 관계는 깨지게 된다. 

이렇게 상대방에게 의존과 경계가 넘었다는 증거는 ‘어, 이건 아닌데……’라는 불쾌함과 약간의 불편함에서 오는 짜증의 감정이 올라왔음을 느꼈을 때이다. 즉 강아지에게 다른 어미 개가 젖을 물려주었는데, 커서 어미 개를 물어버리는 격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타인의 친절과 배려가 자신에게 의존과 경계를 넘어서서 약간의 자만과 교만이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부정할 때가 있다. 남들은 다 느끼고 아는데 자신만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는 마음이 간혹 있다. 그것이 바로 경계를 넘어선 믿음을 깨버린 행동이다. ‘자신’만을 잘 보고 있는가? 혹시 타인의 행동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판단되어지고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탐색이 필요하다. 그것이 주관적인 감정과 생각이라면 그런 마음이 생겨난 원인은 자신 안에서 찾아보도록 해야 한다. 

경계를 타인이 넘기 이전에 자신이 넘도록 자신의 문을 열어놓지는 않았는지, 자만과 교만은 누구의 기준인지, 의존과 경계는 누가하고 있는지에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관적인 자신의 잣대로 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 어느 순간 서운함을 느꼈거나 부정적 감정이 자극을 계속 받다 보면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것이 곧 평가든, 판단이든, 비판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거절하고 차단했다면 분노하기보다는 그럴만한 이유를 탐색해봐야 한다. 그 이유 중에는 ‘경계와 의존’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 안에서 이유를 찾아내지 못하면 ‘내가 타인을, 타인이 나를’ 거절하고 차단할 수 있다. 이것은 각 개인의 선택이니 존중해야 한다. 결국 변화하는 것이 ‘관계’다. 그 변화가 긍정이든, 부정이든 관심에서 벗어나버린 상태다. 또한 관계 속에서의 상처는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자신의 관계양상과 의존성을 탐색하는데 노력이 필요하다. 받기보다는 배려하고 양보하고 이해하고 내주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그러고 싶지 않다면 과감하게 관계에 대해서는 내려놓으면 된다. 

자신의 것을 내주지도 못하면서 내려놓지도 못하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여기서 더 탐색할 수 있다면 삶의 어떤 불안요소가 자신을 지배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 불안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왔다는 사실 또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그러한 요소들이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관계에서 경계를 넘거나 의존하는 경향이 도드라지게 높을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