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왜 권한만 취하고, 부끄러움은 시민에게 돌리나

대전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18명. 사진 첫째줄 왼쪽부터 이상래,김진오, 송활섭, 이재경, 민경배, 이병철 의원, 두번째 줄 박주화, 정명국, 이용기, 안경자, 박종선, 황경아 의원, 세번째 줄 김선광, 김영삼, 송인석, 이중호, 이한영, 이효성 의원. 사진은 의장단, 상임위원장, 상임위원 순. 자료사진.
대전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18명. 사진 첫째줄 왼쪽부터 이상래,김진오, 송활섭, 이재경, 민경배, 이병철 의원, 두번째 줄 박주화, 정명국, 이용기, 안경자, 박종선, 황경아 의원, 세번째 줄 김선광, 김영삼, 송인석, 이중호, 이한영, 이효성 의원. 사진은 의장단, 상임위원장, 상임위원 순. 자료사진.

대전시의회 제272회 임시회가 끝났다.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실력행사와 집행부 기관장을 상대로 한 찬양성 발언, 뜬금없는 트집잡기까지. 유권자들은 회기 내내 지방권력의 민낯을 생생히 목도했다.

충청권에 집중한 집중호우 피해는 뒷전이었다. 시의회 22석 중 18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소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입법활동을 무력화하면서 임시회는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한마디로 '본때'를 보여주려는 다수당 의원들의 결집은, 결국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 농성으로 이어졌다. 그 여파로 임시회는 8일 내내 반쪽으로 진행됐다.

공개석상에서 나온 낯뜨거운 발언도 회자되고 있다. 박종선 의원(국민의힘, 유성구1) 은 집행부 기관장인 이장우 시장을 상대로 한 시정발언에서 “신이 내린 정치력을 갖고 있는 분”, “성군 시장이 되어 재선, 3선 시장을 해달라”는 등 '이(李)비어천가'를 읊었다. 

공석인 대전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직을 직무대행 중인 대전시설관리공단 경영본부장을 향한 트집잡기도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경배 복지환경위원장(국민의힘, 중구3)은 근무복을 입고 출석한 이사장의 복장을 지적하면서 “생각이 짧다”며 핀잔을 줬다. 

박종선 의원(국민의힘, 유성구1) 은 본부장이 “시정하겠다”, “복장을 잘 갖추고 출석하겠다”고 답변했음에도 “의원들이 양복에 배지달고 근무하는 이유는 시민의 대표이기 때문”이라며 “시민과 공단 직원들에 예의를 지키라”고 재차 혼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비상상황임에도 근무복을 입고 출석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산하 기관의 대표를 돌아가며 혼내야 했을까. 더구나 이 트집잡기의 내막이 조만간 예정된 신임 이사장 임명과 관련있다는 후문이 돌면서 이날 회의는 더 우스운 꼴이 됐다.  

동시에 여당의 한 의원은 전국적인 비판 여론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공약 법제화에 성공했다. 김영삼 의원(국민의힘, 서구2)의 '키 성장 지원 조례안'은 학생 인권 문제, 실효성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단 한 차례 토론도 없이 원안 가결됐다.  

지방의회는 2년 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위상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국회법에 상응하는 '지방의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국민 정서는 냉랭하기만 하다. 

스스로 격을 떨어뜨리는 과오를 반복하고, 볼썽사나운 상황을 거듭하는 한, 그들에게 박수치고 표를 줄 유권자는 어디에도 없다. 높아진 권한과 위상만 취하고, 부끄러움은 시민에게 전가하는 지방권력. 정작 사과받아야 할 이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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