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후반기 초반의 화두는 ‘우천 취소’이다. 과연, 비가 얼마나 후반기 판도에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후반기 첫날, 선두 LG와 2위 SSG의 대결은 그야말로 후반기 선두권 판도를 미리 점칠 수 있는 중요한 시리즈였다.

전반기를 2.5경기 차이로 마감하며 선두를 지켜낸 LG는 후반기 시리즈에서 위닝 이상을 가져갔을 경우, 3경기 이상의 차이를 벌리며 선두 수성에 유리함을, SSG는 3연전을 스윕승을 했을 때, 다시 선두를 탈환할 수 있는 중요한 시리즈였다.

첫 경기를 SSG가 잡으며 두 팀의 간격은 1.5경기로 줄었고 두 번째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양 팀 모두 제자리걸음을 해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마저 우천으로 취소가 되면서 결국 두 팀의 차이는 1.5경기로 후반기를 시작하게 되면서 선두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파죽의 9연승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3위까지 치고 올라온 명가 두산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10연승을 만들어내면서 선두권 추격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한편, 4위 NC도 한화이글스에게 연승을 거두며 후반기 시작을 4연승으로, 3위 두산과의 간격을 두 경기 차이로 유지하면서 상위권 도약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5위까지 처진 롯데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키움을 8연패로 몰아넣으며 5할 승률 회복에 성공했지만, 이내 키움의 연패 탈출의 희생양이 되면서 다시 5할 승률이 무너졌다.

전반기 막바지 상승세를 탄 KT와 KIA는 6, 7위에 위치하면서 호시탐탐 5위 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는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후반기를 연패로 시작한 한화이글스, 8연패 탈출에 성공했지만 9위까지 처졌던 키움은 10위 삼성과의 거리는 있지만, 5위권과의 승차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에 후반기 초반 흐름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도약이냐 아니면 주저앉느냐가 후반기 초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 상승세의 한화이글스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NC에 연패를 당하면서 일단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첫 경기는 완패, 두 번째 경기는 9회초에 역전 3점 홈런을 맞으며 박상원이 무너졌기 때문에 후반기 시작을 불안감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특히, 두 번째 경기에서 전반기 중반부터 필승 불펜진의 핵심 역할을 해냈던 강재민, 김범수, 박상원이 한 점 승부에서 승리를 지켜내지 못하면서 연패를 당했기 때문에 내상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효자 FA로 거듭난 채은성과 이태양 그리고 부상이 아쉬운 오선진

한화이글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부 FA 세 명을 영입했다. 채은성과 이태양 그리고 오선진이 주인공인데, 채은성의 한화이글스에 안성맞춤인 선수였고 이태양과 오선진은 이글스에서 데뷔한 베테랑들로 투, 타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당연하고 덕아웃 리더까지 맡아줄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특히, 채은성의 영입은 한화이글스에게는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중심타선에서의 활약 뿐 아니라 후배들에게 교과서적인 모범 생활로 팀 분위기마저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한화이글스가 공들여 영입한 이유를 채은성 본인 스스로가 증명해내고 있다. 시즌 초반의 대활약에 비하면 최근 활약은 조금 못 미칠 수 있지만, 채은성의 존재감으로 인해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에 오히려 반가운 모습이다.

여기에, 올스타전에서의 대활약은 팀 성적 뿐 아니라, 한화이글스의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많은 팬이 다시 이글스에 관심을 끌어올리고 응원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채은성은 올스타전의 대활약과 함께 얻은 상금을 팀과 후배들에게 베푸는 훈훈한 장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필자가 지난 7월 21일(목) 후반기 시작 하루 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방문했을 때, 팀 훈련에 앞서 소위 말하는 ‘커피차’를 통해 구단 직원들과 동료, 선, 후배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채은성의 뛰어난 경기력 뿐 아니라, 팀과 팀 메이트를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불펜에서 전천후로 활약하며 투수진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고 있는 이태양. 이태양은 2010년 한화이글스에 입단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했고 선발로 뛰던 2014년에는 인천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일조하며 첫 규정이닝을 소화했다.

그 이후로 이태양의 성장세는 제자리걸음을 하며 기대만큼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신세였다. 하지만, 2018시즌 한화이글스가 긴 암흑기를 끝내고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시즌, 이태양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꾸준함을 잇지 못했다.

결국, 외야 보강을 원한 팀 사정으로 당시 SK의 노수광과 트레이드되면서 정든 팀을 떠나게 되었다. 지난 시즌 SSG에서 전천후로 활약하면서 2018시즌 이후, 최고 성적을 거두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였고 투수진 보강을 원한 친정팀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되었다.

이태양은 올 시즌 투수조 조장을 맡으면서 후배들을 이끄는 한편, 지난 시즌과는 달리 ‘불펜 전천후’로 활약하면서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향해 달리고 있다.

드러난 기록은 1승 2홀드에 불과하지만, 32경기에 출장하면서 44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은 2.25로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로 던지고 있다. 팀이 이기든 지든 팀이 가장 필요할 때 마운드에 서고 있는 이태양이기에 지금의 기록이 더 값지다고 할 수 있겠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주전 유격수 하주석의 빈자리는 한화이글스에게 큰 고민을 안겨줬다. 내부 성장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한화이글스의 대안은 오선진이었다.

오선진은 2008년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견실한 수비를 바탕으로 신인 시절부터 1군 무대에서 활약한 오선진은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전천후 내야수로 꾸준하게 기회를 받았다.

하지만, 언제나 발목은 잡은 것은 안정적인 수비에 비해 부족한 타격이었다. 2021시즌, 13년을 함께한 이글스를 떠나게 된 오선진이었다.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오선진은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2022시즌 대반등에 성공한다. 삼성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FA 자격을 얻었고 하주석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한화이글스가 손을 내민 것이다.

다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오선진은 기존의 최재훈, 채은성과 베테랑으로서 팀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본인은 후배인 박정현과 플래툰으로 경쟁하며 시즌을 시작했지만, 성장세가 더딘 박정현을 대신해 주전으로 나서야 했다. 하지만, 부상이 찾아오고 말았다.

오선진은 4월에 타율 0.125로 부진했다. 하지만, 5월에 상승세를 타면서 월간 타율 0.326을 기록하며 반등을 시작한 시점에서 부상을 당한 것이다. 오선진의 부상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고졸 9년 차 이도윤의 활약으로 오선진의 빈자리가 채워졌다. 여기에 하주석도 복귀를 했다. 하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오선진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급한 복귀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오선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현재 한화이글스의 내야진 상황을 보면 크다고 할 수 있다.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의 외부 FA 영입은 한화이글스에게는 많은 이득을 남기고 있는 장사인 셈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득을 남길 수 있다면, 한화이글스의 순위는 더 높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절치부심의 안방마님 최재훈, FA 계약 재평가 시급, 후계자 발굴도 매우 중요한 시점

최재훈은 2022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을 체결했다. 5년 54억원에 대형 계약을 맺었다. ‘오버페이’ 논란도 있었지만, 2023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이동과 함께 벌어진 포수 FA 계약을 보고 있자면, 최재훈 계약은 ‘혜자 계약’으로 귀결될 정도로 최재훈의 활약은 한화이글스에서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FA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에 최재훈은 부진했다. 2017년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은 남긴 시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공격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이었다. 최재훈의 가치는 수비에서 더 빛이 난다.

우리나라 주전 포수 중 ‘프레이밍’은 최고 수준에 이르고 ‘도루 저지율’도 평균 이상의 수치를 선보인다. 여기에 젊은 투수들이 많은 한화이글스 투수진 구성상 최재훈의 노련한 볼배합과 블로킹 등은 수치화하기 어려운 최재훈만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부 FA였던 최재훈에게 한화이글스는 5년의 장기 계약과 더불어 54억원의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최재훈은 올 시즌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부진했던 공격에서는 특유의 출루 본능이 살아나면서 4할이 넘는 출루율로 전체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통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은 3할에 육박하는 0.294를 기록 중이다.

팀 성적은 최하위를 벗어났지만, 8-9위권에 머물고 있다. 전체적인 타격 성적이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3.97로 6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인 WHIP는 1.36으로 4위를 기록할 정도로 투수진은 잘 버텨주고 있다.

외국인 투수들의 선전,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한몫하고 있지만, 최재훈이 안방에서 투수들의 리드를 잘해주고 있는 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볼넷은 295개로 5위, 피안타율은 0.251로 4위, 탈삼진은 604개로 무려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도루저지율은 무려 44.3%로 양의지가 이끄는 두산(48.0%)에 이어 2위를 마크하고 있다. 이는 최재훈의 존재가 한몫하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는 수치들이다.

한화이글스의 숙제는 최재훈이 건재할 때 빠르게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박상언이 지난 시즌에 이어 백업으로 많은 기회를 받고 있으나, 기대했던 성장의 폭은 아니다. 다행히 상무에서 활약 중인 장규현과 허인서가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으니 자원은 충분하다.

자연스러운 안방마님의 세대교체를 위해 젊은 포수들의 내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원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화이글스. 최악의 시즌을 벗어난 지금 시점에서 과연 대도약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