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통]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바야흐로 교사들의 수난시대다. 학교에서 제자들과 오순도순 생활하며 사랑과 존중으로 품어야 할 관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교사들이 있는가 하면, 학부모들로부터 걸핏하면 위협당하고 고발당하는 교사들이 부지기수이다. 과거 초등교육에서는 교권 침해가 중등학교에 비해 덜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초등학교 교사들의 아우성이 더 크게 들린다. 

도대체 왜 이 모양이 되었을까? 교육체제가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본다.

1983년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전년도인 1982년에 학생들에게 폭행당한 교사가 무려 1천1백62명에 달했으며, 이중 중학생들에 의한 교사 폭행이 가장 심했다고 한다. 40년 전의 일본은 경제 호황기를 맞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하던 시절이었다. 최고의 경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였지만, 교단의 상황은 참담하였다. 당시 일본 중학생들의 교사 폭행은 졸업식 등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까지 있었다 하니,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여러 대책으로 과거보다는 덜하다고 하지만, 학생들에 의한 교사 폭행은 지금까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당시부터 일본의 일부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해 지나치게 이기적인 요구를 반복하는 몬스터 페런스(Monster Parents)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밤낮없이 교사에게 연락을 하여 무리한 요구를 하는 학부모들 때문에 교사가 개인의 사생활까지도 침해받으면서, 정신적인 고통으로 병가를 내는 휴직자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모든 분야에서 선진적인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교육적 퇴행 현상은 무엇으로 설명되어야 할까?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급속한 경제 발전과정에서 황금만능주의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속성상 기존의 모든 윤리관이 무너져내렸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와 같은 유교에 기반한 전통적인 교육적 가치관은 희미해져 가고 있다. 오로지 돈만 잘 버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좋은 교육이다. 그것을 ‘초등의대입시반’이 보여주고 있다. 일본도 유치원에서부터 입시가 치열하다. 

결국 우리 아이만 잘 크고 잘 되면 된다는 개인주의적 이기적 사고가 교육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학생이나 학부모들만 탓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세대가 해결책으로 소환한 것 가운데 하나가 학생 체벌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체벌을 면책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저출산 초고령화 시대이다. 금쪽 같은 우리 아이 또는 손주가 교사로부터 체벌을 당했다면 무조건 교사 편을 들까?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와 같은 유교적 가치관이 통하던 시대에서나 가능했던 이야기이다. 학교전담경찰제를 만들자든가, 교권보호위원회를 보다 강화하여 학생들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든가, 하는 대책이 나오고 있다. 과연 통제와 처벌로 이 모든 문제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인가? 심지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학생의 인권을 지나치게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는 왜 존재하는가? 지식이나 기술을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아이들을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보다 행복할 수 있고 건강하게 발전한다. 학생들의 인격 성장을 위해 교사와 학생 간에 인간적인 소통과 교류가 더욱 소중한 이유이다. 학생을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모습이 드러나야 학생과 학부모들도 교사들을 존경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학생과 인간적으로 교류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오로지 학생에게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모든 잡무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또한 현재의 교원평가와 성과급을 없애 교원의 사기를 높여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 평가는 불합리하기도 하거니와 교사를 조롱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성과급도 협력의 대상인 교사 동료들끼리 위화감만 낳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살펴보면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교사들은 지도와 통제의 대상이며,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교사들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데 익숙한 교육행정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사들의 의견이 학교 운영과 교육행정에 반영되도록 현실을 개선한다면 교권이 훨씬 개선될 수 있다. 그래야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교 내 각종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 놓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경쟁 만능의 교육을 완화하여 학생 서로가 경쟁 상대가 아닌 협력과 상생의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교사와 학생의 관계도 존중과 배려로 회복될 수 있다. 이번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을 계기로 교사들이 나서서 이런 교육환경의 개혁을 위해 더욱 철저히 힘을 모아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길이지만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이 나서지 않고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그것이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오죽하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목숨을 버리시면서까지 울분을 토했을까? 돌아가신 서이초 새내기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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