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이중 주차로 주차난을 앓고 있는 주차장. 자료사진
이중 주차로 주차난을 앓고 있는 주차장. 자료사진

국민의 70%가 살고 있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입주민 사이 대부분의 갈등 요인은 흡연, 층간 소음, 반려동물, 주차 문제로 볼 수 있다. 특히 자동차가 늘어나고 대형화되고 있는 반면 필요한 만큼의 주차장을 확보하거나 확장하는 일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한 세대에서 다수의 차량을 보유하여 여러 주차 면을 차지하거나 캠핑카, 트레일러가 장기간 붙박이 주차를 함으로써 다른 입주민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무단 방문 외부 차량, 두 칸을 차지한 주차, 이중주차 등 질서를 흔든 차량에는 스티커를 부착해 경고하는 아파트도 있지만, 이와 같은 방법이 주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거나 1대만 보유한 세대의 불이익을 대체해 줄 방안은 아니다.

한 아파트의 예를 들어 본다. 이 아파트는 가구 수 대비 주차 면 수가 1:1.4이지만 보유 차량 대수는 가구 수의 2.4배에 이르고 있다. 결국 차량 1대당 주차 면수는 0.4에도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5대 이상 보유한 가구도 여럿이다. 그렇더라도 주차장을 그럭저럭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차량이 수시 드나들어 회전 활용되기 때문이다.

장기간 붙박이 주차, 캠핑카, 트레일러 등이 문제다. 차주가 평소에는 승용차를 이용하고 캠핑카 등 이런 차량은 연간 불과 며칠만 운행하여 주차장 활용도를 떨어트리고 있다. 심지어 수년간 한 자리에 주차해놓고 거의 운행을 하지 않는 고급 수입차도 있다. 주차장이 아니라 ‘차량보관소’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차들이 주차 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다면 나머지 차량은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다른 입주민이 주차장을 이용하기 어렵게 되는 것으로 주차장을 만든 목적에 맞지 않는다.

<한국아파트신문>은 이러한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하기 위하여 일부 아파트에서 ‘우선주차제’를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천 서구의 ‘검단 호반써밋 1차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우선주차제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선 주차구역’을 지정하여 가구당 차량 1대는 언제든지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구당 1대는 우선주차 차량으로, 그 외는 다(多) 차량으로 지정한 뒤 각각 다른 모양의 스티커를 만들어 붙이도록 했다.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이 아파트는 가구당 1대까지는 무료이고 2대부터는 매월 주차비를 내야 한다. 기본대수를 초과한 차량에 대해 대당 누진제를 적용해 주차비를 부과한다. 입주자대표와 자원봉사자들이 지속적으로 계도하고 단속하여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보도된 뒤 우선주차제에 관한 문의를 많이 받아, 현재 10곳이 넘는 아파트가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주차 문제로 입주민 간, 입주민과 관리소 간, 방문객과 관리원(경비원) 간 마찰사례가 자주 보도된다. 이중주차, 무개념 주차, 주차장 입구를 막아 놓아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입주민 간 형평성을 기하고 기본 대수 보유자에 대한 편의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우선주차제’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소장이나 입주민들이 이런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벌이기 부담스럽고, 어디에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몰라 생각만 하다 접어두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관계 기관에서는 이런 사례를 검토해 기본 대수 보유 입주민 편의를 도모하고 아울러 다수 차량 보유자, 붙박이 차량, 사업용 차량에 대한 주차료 징수 근거를 ‘아파트 관리규약’에 넣도록 ‘준칙’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검토,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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