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페냐, 산체스 구단 역대급 활약 가능, 윌리엄스 뒷받침 필요

한화이글스 용병 3명. 왼쪽부터 페냐, 산체스, 윌리엄스. 이들의 활약 여부가 한화이글스의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이글스 용병 3명. 왼쪽부터 페냐, 산체스, 윌리엄스. 이들의 활약 여부가 한화이글스의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이글스 제공

살짝 균열이 보이는 듯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2강 7중 1약이 유지되고 있다.

2023년 한국프로야구는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남겨 놓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7승을 챙긴 LG가 선두를 탈환한 가운데, SSG는 최근 10경기에서 3승밖에 따내지 못하면서 LG에게 2.5경기 차이로 멀어졌다. LG의 상승세, SSG의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LG가 예상보다 가볍게 선두를 질주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승률 5할과 5위권 사수에 사활을 걸었던 두산이 슬슬 명가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파죽의 8연승을 내달리면서 3위권에 진입했고 선두권과의 차이는 아직 있지만, 4위권과의 차이를 두 경기로 벌리면서 선두권 도전에 나섰다.

롯데는 4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NC는 최근 10경기에서 2승만을 챙기면서 승률 5할 밑으로 떨어졌고 5위에 턱걸이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덧 9위 한화와의 차이도 세 경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자칫 연패가 길어지면 하위권으로의 추락도 가능한 상황이다.

KIA는 삼성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안방마님 김태군을 영입하면서 ‘김태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5연승을 달리면서 다시 5위권 경쟁에 합류했다.

반면, 힘을 내던 키움과 KT는 나란히 4연패를 당하면서 9위 한화와 한 경기, 승차 없이 불안한 7위와 8위를 양분하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8연승 후, 연패를 당했지만, 이내 연승을 끊어내면서 롯데, SSG와의 6연전을 2승 2패(우천 취소 2경기)로 잘 마무리했다.

특급 활약 펼친 외국인 선수는 한화이글스를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한화이글스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있을 때,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는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겠지만, 한화이글스는 몇몇 특급 선수들에게 많은 의존을 했고 선수층이 두꺼운 편이 아니었기에 다른 구단에 비해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더욱 중요했다.

구단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1999년에도 댄 로마이어와 제이 데이비스의 외국인 타자 듀오의 인상적인 활약이 우승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들의 활약이 없었으면, 어쩌면 이글스의 우승은 아직 한 번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승은 놓쳤지만, 한화이글스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 시즌인 2006년 역시 외국인 타자 제이 데이비스의 활약이 돋보였다. 물론, 류현진이라는 괴물 신인의 등장과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김태균, 이범호 등의 기라성 같은 선수들의 활약도 있었지만, 데이비스의 활약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암흑기를 겪기 전, 김인식 감독 체제에서 2007시즌이 마지막 가을야구 진출 시즌이었다. 이 시즌에는 외국인 타자 제이콥 크루즈와 외국인 좌완 선발이었던 세드릭 바워스의 활약이 팀에 큰 보탬이 되었다.

그 이후, 한화이글스의 암흑기는 시작되었고 그로부터 무려 11년이 지난 2018년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는데, 이 시즌에는 제라드 호잉이라는 외국인 타자의 어마어마한 대활약이 있었다. 여기에 선발 투수 키버스 샘슨이 안정적이지는 않았지만, 탈삼진 타이틀을 따낼 정도의 위력적인 피칭으로 팀을 이끌면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이렇듯, 한화이글스는 외국인 선수의 대활약이 있었던 시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좋은 성적을 거두곤 했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로 투수 중 두 시즌을 온전하게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던 외국인 선수는 2019, 2020시즌에 활약한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이 유이하다.

구단 역사상 첫 외국인 클로저 브래드 토마스, 역대급 스피드를 자랑했던 데니 바티스타, 강력한 임팩트를 남긴 에스밀 로저스 등은 아직도 많은 이글스 팬에게 기억되고 있지만, 이들도 꾸준함은 없었고 가을야구로 팀을 이끌지 못했다. 그 정도로 한화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농사는 매번 실패에 가까웠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는 투수와는 달랐다. 임팩트 있는 활약과 더불어 두 시즌 이상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준수한 활약을 꾸준하게 펼친 선수들이 꽤 있었다. 한 시즌이라도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는 많았다.

앞서 언급한 제이 데이비스는 구단 역사상 첫 우승과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함께하며 2000년 초반을 수놓았던 장수 외국인 선수로 전설에 가까운 선수였고 김태균, 이범호, 김태완과 중심타선을 이끌었던 덕 클락, 데이비스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 펠릭스 피에, 굉장한 파괴력을 남기며 일본으로 떠난 윌린 로사리오, 마지막 가을야구를 이끈 제라드 호잉, 지난 시즌 홀로 외야를 이끌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던 마이크 터크먼까지 평균 이상의 준수한 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들은 많았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 중에는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리그 에이스급 선수라고 내세울 한화이글스 외국인 투수는 없었다.

페냐 산체스 듀오가 가을야구를 이끌 적임자, 윌리엄스의 뒷받침 필요

전통적으로 한화이글스는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외국인 투수의 활약보다 우세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다르다.

한화이글스는 올 시즌에 지난 시즌 대체 선수로 영입한 펠릭스 페냐와 버치 스미스로 외국인 투수 자리를 채웠고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외국인 타자로 선택했다.

하지만, 버치 스미스는 개막전에서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퇴출되었고 이에 부담을 느낀 펠릭스 페냐는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다.

준수한 활약을 펼친 터크먼 대신 선택한 오그레디는 최악의 부진 속에 역대 최악의 외국인 타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팀을 떠나야 했다.

한화이글스는 외국인 선수 세 명이 모두 기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시즌 초반 최하위로 떨어졌고 4년 연속 최하위의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막 한 달이 더 지난 시점에 스미스의 대체 선수로 리카르도 산체스가 영입되었다. 산체스는 5월 11일에 첫 등판을 하면서 한국 데뷔 무대를 가졌다. 그 이후 산체스는 9경기에서 5승, 평균자책점 1.48의 위력투를 선보였고 팀은 9경기에서 무려 8승을 거두고 1무로 무패 행진을 거듭했다. 산체스는 ‘승리 요정’으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산체스가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SSG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모든 경기에서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교롭게도 산체스의 등장 이후, 펠릭스 페냐도 4월의 부진을 벗고 도약하기 시작했다. 5월 16일 기점으로 10경기에 출장한 페냐는 4승 2패,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하면서 리그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10경기 중 무려 9번의 퀄리티 피칭이 있었고, 세 번의 퀄리티 피칭 플러스는 덤이었다. 페냐는 리그에 완벽 적응하면서 리그 에이스급 피칭을 선보이고 있고 현재까지 17경기 7승 5패, 평균자책점 2.83(전체 5위, 외국인 투수 4위), 퀄리티 피칭 11번(전체 5위, 외국인 투수 4위)을 기록하고 있다. 한 팀의 에이스 역할 뿐 아니라 이닝이터(전체 7위)로서도 만점 활약을 해주고 있다.

한화이글스의 페냐와 산체스 듀오는 현재 페이스라면 한화이글스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 원, 투 펀치가 될 가능성 크다. 산체스도 전반기 마지막 경기의 아쉬움이 있겠지만, 10경기 5승 1패, 평균자책점 2.61의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퀄리티 피칭 세 번은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팀 분위기를 바꾼 산체스의 등장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특히, 이 두 명의 외국인 투수는 한화이글스가 18년 만에 8연승을 구가할 때 선발의 주축으로 큰 공헌을 한 바 있다. 산체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본인이 등판 10경기에서 5승을 챙겼고 팀은 8승 1무 1패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여기에 4월 부진했던 페냐도 산체스의 영입과 함께 거짓말 같이 살아나면서 두 선수가 그 이후 등판한 20경기에서 한화이글스는 무려 14승을 챙겼다. 14승 1무 5패, 승률이 0.737로 두 선수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기를 통해 체력을 회복하고 자신들의 단점을 보완하고 전반기와 같은 마음으로 후반기를 맞는다면, 이 두 선수는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페냐와 산체스의 활약은 한화이글스가 가을야구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의 활약이 뒷받침된다면, 특급 열차도 탈 수 있는 현재의 한화이글스 분위기이다.

전통적으로 외국인 타자의 성공 확률이 높은 한화이글스였지만, 올 시즌에는 고전 중이다. 오그레디는 최악의 외국인 타자라는 기록을 남긴 채, 팀을 떠났고 어렵게 영입한 닉 윌리엄스는 초반 반짝 활약으로 기대감을 증폭시켰지만, 이내 부진에 빠지면서 팀과 리그에 적응 중인 상황이다(타율 0.179). 이제는 교체 카드를 다 쓴 상황이기에 윌리엄스의 반등만 기다려야 한다.

좌익수 자리에서의 수비는 나름대로 준수하나 타격에서 결정적일 때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에서 결정적인 기회 날리면서 승리 기회도 함께 날아갔다(득점권 타율 10타수 무안타, 0). 만약, 윌리엄스가 결정적 기회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줬다면, 적어도 2승은 해줄 수 있었던 상황이었으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츠에 만약은 없지만, 오그레디가 평균적인 활약만 해줬어도, 한화이글스는 최소 3승 이상은 더 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오그레디에게 결정적 기회가 많이 찾아왔었고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득점권 타율 0.130) 가뜩이나 약한 타선이 침체하면서 팀 성적도 곤두박질치는 빌미를 제공했다.

지금 윌리엄스에게 바라는 것은 특급 활약이 아니다. 평균적인 준수한 활약이다. 올스타 휴식기를 통해 휴식과 함께 숨 고르기를, 그리고 전력 분석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최원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화이글스. 최악의 시즌을 벗어난 지금 시점에서 과연 대도약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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