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기 변호사의 법률톡톡]

송문기 변호사.
송문기 변호사.

지난 칼럼(‘아, 소송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023. 05. 31.) 서두에서 밝혔듯이, 2023. 04. 10. 필자가 법무법인으로 옮긴 직후 사건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양도 늘어났음을 밝힌 바 있는데, 이 중 항소심에서 뒤집어야 하는 사건들도 다수 있었다. 그 중 의뢰인인 원고측이 1심에서 패소하였던 판결을 뒤집기 위하여 항소심 중간에 필자가 담당변호사로 지정되고 2023. 06. 15.자로 2심에서 승소하였던 사안이 하나 있었는데 4.4억 원에 달하는 피보전채권을 주장하고 채권양도를 구한 사해행위취소소송 사건이 있었다.

우선 통계적으로만 보아도 1심에서 진 사건을 항소심에서 뒤집고 역전승을 거두는 것 자체가 확률상 쉽지 않다. 2022년 대법원 발간 사법연감 864면을 보면, 2022년에 전국 지방법원 합의부 및 고등법원에서 처리된 항소심의 민사 사건 59506건 중 1심 판결에 불복한 항소인의 항소를 기각한 건수는 25740건인데, 항소인의 항소를 일부라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한 건수는 13971건에 불과하다.

대충 거칠게 요약하자면,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억울하다며 항소를 제기했을 때 2심에서 역전하고 이길 가능성은 1/3정도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항소심에서 역전승을 거두었을까? 아래의 예시 사안에서 1심의 진행 경위부터 항소심의 진행 과정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뢰인들도 소송 과정에서 변호사에게 전폭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음을 납득하게 될 것이다.

[예시 사안: 사해행위취소소송으로서, 1심 판결을 뒤집고 2023. 06. 15.자로 2심에서 승소하였던 사안]

1. 사건의 개요 및 의뢰인들

이 사건은 원고(의뢰인)들이 약 4.4억 원의 피보전채권(계금반환채권)이 성립되어 있음을 주장하면서 피고인 수익자들을 상대로 4.5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양도의 방법으로 원상회복을 구하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이었다. 이 사안에서는 계금을 떼인 피해자들이 계원들이어서 워낙 다수였기에 피해자들 중 약 5명 정도를 추려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게 되었고,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위 5명의 원고들이 항소심 중반에 필자와 소통하며 주장 및 증거를 정리하고 소송진행을 논의해나가게 되었다.

2. 이 사건에 관한 1심에서의 소송 진행 과정

이 사건은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보전채권의 성립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1심에서 판단되어 패소함에 따라 2022년부터 항소심이 계속 중이었다. 필자가 2023. 04. 10. 입사 직후에 이 사건을 맡게 되고 검토해보았더니 이 사건에서 그나마 다행인 점이 하나 있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비전문가인 당사자가 나홀로소송으로 수행하였다거나 변호사 아닌 이에게 대충 서류의 작성 및 제출을 부탁하는 식으로 소송이 수행된 것은 아니었다는 점, 즉 쉽게 말하면 1심에서 완전히 사건이 망쳐져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역전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는 점이 실로 다행이었다.(이 부분은 필자와 같은 법조인들이라면 다들 이해해주실 것이다. 그런 서면들은 변호사들만이 아니라 읽고 판단하여야 하는 판사·검사들에게도 고역이다.)

3. 2심에서의 필자의 소송 수행 과정 및 의뢰인들과의 소통 및 협조

필자 또한 2023. 04. 10. 법무법인에 입사한 직후 워낙 급박하게 이 사건 항소심을 수행하다보니, 2023. 04. 12. 항소심 제2회 변론기일(심지어 제3회 변론기일에서 변론을 종결하여도 이의하지 않겠다고 하면서까지 간신히 의뢰인들을 위하여 속행을 구할 정도였다!) 당일에서야 의뢰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필자로서도 의뢰인들에게 쟁점을 간결하게만 짚어주고 그에 맞춰서 증거정리를 지시하고 단호하게 교통정리를 한 사정이 있었다. 또한 필자가 법리와 1심 판결문에 대해 설명을 해드려도 의뢰인들 5명 각자가 이해의 정도가 다르다보니 가끔 불필요한 부분을 주장하거나 궁금해하시는 분도 계셨지만, 전반적으로는 5명의 의뢰인들께서 내 지시에 따라 증거 정리를 해주셨고 법리와 우리 측의 주장 요지에 관한 필자의 설명에 대하여 비교적 잘 이해해주시는 편이었다.

4. 2심에서의 승소

위와 같은 변호사의 판단 및 지시가 있었고 의뢰인들이 이에 따라주신 덕에, 2심 재판부는 의심에 불과한 피고 측의 항변을 명시적으로 판결문에서 배척한 뒤 의뢰인인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주셨다. 특히 의뢰인들이 지시에 맞추어 이미 계주로부터 일부 받은 계금까지 정리하여 스스로 인정하고 정직하게 피보전채권이 얼마에 달한다고 자료를 정리하여 내었는데 지난 칼럼(‘아, 소송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023. 05. 31.)에서 쓴 해당 내용을 역시나 다시 한 번 새겨둘 일이겠다. 지난 칼럼의 해당 내용과 항소심 판결문의 이유 부분 일부는 기고문 마지막에 참고로 발췌하여 인용해둔다.

이와 같이 예시 사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변호사의 판단이 왜 소송 전략상 중요한지, 변호사의 지시에 따른 의뢰인의 협조가 왜 소송 수행에 중요한지, 사건이 비전문가에 의하여 망쳐진 상황인지 아닌지의 여부가 얼마나 소송 결과에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사건에 관하여 필자가 고생(체력이든, 마음이든.)한 사실도 이루 말할 수 없었으나, 냉정하게 들렸을지 모르는 변호사의 지시였을지라도 고생하며 협조한 의뢰인들이 있었기에 통계상 1/3 정도에 불과한 항소심에서의 역전승을 일궈낸 것이기도 하다. 반면 역전승 자체가 본래 통계상 난망한 항소심 사건에서조차 의뢰인이 이상하게 행동하는 사건이라면 그런 사건의 결과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을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이번 기고문을 되짚어보면 의뢰인이 솔직할 것·의뢰인이 협조하고 소송에 불필요한 점을 다투지 않을 것·소송은 전문가에 의하여야 할 것 등이 다시 강조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칼럼도 그 내용이 지난 칼럼(‘아, 소송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023. 05. 31.)과 유사한 면이 있다. 이와 같이 유사한 내용이 반복되어 강조된 이유는, 역전승을 거둔 예시 사안의 심급 즉 항소심이 사실심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사소송에서 상고심인 대법원은 인정된 사실에 관하여 법리가 잘못 적용되지 않았는지 또는 법리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법률심(특히 지난 ‘기초(조문·판례)가 중요하다.’ 제하의 칼럼에서 언급한 리딩케이스처럼, 전원합의체를 통한 판례변경 등이 대법원의 가장 중요한 존재의의이다.)에 해당한다. 따라서 민사사건에서 상고심은 법리에 관한 다툼이 주된 내용이 되므로, 1심 및 2심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증거정리 등에 관한 의뢰인의 역할보다는 조문해석 및 법리포섭에 관한 법률전문가로서의 변호사의 비중이 훨씬 커지게 된다.

그런데 1심과 2심은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원고와 피고가 서로 주장·반박하면서 증거를 제출하고 다투는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사실심이다. 따라서 사실인정에 관하여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당사자인 의뢰인들이 변호사의 판단 및 지시에 따라 증거를 수집·정리해오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항소심은 소송경제를 위하여 변론준비기일을 연 뒤 제1회 변론기일에서 변론이 종결되는 경우가 대다수임을 잘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항소심은 사실심의 측면에서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명심하여 소송에 만전을 기하고 전폭적으로 의뢰인들이 협조하여야 함을 명심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1: 지난 칼럼(‘아, 소송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023. 05. 31.)에서 쓴 해당 내용을 다시 한 번 반복하여 강조하는 것으로서,

“(...) 소송 또한 상대방과 법률적인 공방이 오가는 쟁점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순서이고, 공방의 필요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면에 기재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 소송 결과인 승패가 바뀌는 것이니만큼 의뢰인들도 꼭 이기고 싶다면 변호사에게만은 오히려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한다. (...) 이러한 법률사무의 특성을 고려하면, 소송을 나홀로 진행하거나 대충 어디선가 누구에게 서면을 작성해달라고 부탁해서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는 선무당이 사람잡는 식으로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 무익한 일이 법원과 변호사를 힘들게 하는 것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겠고, 무의미하게 제출한 증거자료 때문에 의뢰인이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증거자료가 묻혀버리면 마치 나무가 숲에 숨겨지듯이 오히려 소송이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뿐이다. (...)”

참고2: 예시 사안에서 의뢰인들이 변호사의 지시에 따라 증거를 정리하고 피보전채권액의 범위에 관하여 정직하게 제출한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되는 판결 이유의 판시 내용으로,

“(...) 이에 관하여 피고들은, ① 원고들 중 계금을 받은 경우도 있으므로, 원고들이 계불입금 납입의무를 부담하는 부분은 계불입금 반환채권에서 제외되어야 하고, (...) 원고들의 피보전채권의 성립이나 범위 등에 관하여 다툰다. (...)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보전채권액은 일부 원고들이 지급받은 해당 낙찰계에 관하여 지급하여야 할 계불입금을 공제한 금액이다. (...) 원고들은 계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자인하면서, 추가로 지급하여야 할 계불입금까지 산정하여 이를 공제하고 남은 계불입금 반환채권을 이 사건에서 피보전채권으로 주장하고 있는바, 일부 원고들이 자인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원고들이 계금을 추가로 지급받았음을 추단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결국 피고들의 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

[송문기 변호사]
*대전광역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인사위원회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실무수습 제도개선TF 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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