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외야 주전 입성 노리는 이진영, 전천후 김태연의 분전 필요

한화이글스가 정말 오랜만에 무려 8연승을 달렸다. 그럼에도 아직 하위권이지만,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사진은 경기가 끝난 뒤 기뻐하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이글스가 정말 오랜만에 무려 8연승을 달렸다. 그럼에도 아직 하위권이지만,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사진은 경기가 끝난 뒤 기뻐하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한화이글스 제공

판도가 다시 바뀌었다. 이제는 2강 7중 1약이다.

LG가 선두를 탈환한 가운데, SSG가 여전히 LG를 가시권에 두고 추격 중이다. 두 팀의 선두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나머지 팀들의 순위는 계속 재편되고 있다. 이제는 7중 1약이다. 3위 NC와 9위 KIA의 승차가 5경기밖에 나지 않는다. 5위권인 두산과 키움은 위로는 NC와 롯데, 아래로는 KT, 한화, KIA의 협공을 받고 있다.

KIA를 제외한 모든 팀이 70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판도 변화의 중심에는 롯데, KT, 한화가 있다. 한때, 선두권을 위협하던 롯데는 하락세를 타면서 중위권으로 추락했고 최하위 경쟁을 벌이던 KT와 한화는 무서운 상승세를 바탕으로 중위권 싸움에 참전했다.

특히, 만년 하위 팀이자 3년 연속 최하위의 주인공은 한화이글스의 상승세는 놀라울 정도다.

최원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직전인 5월 11일(목) 31경기, 11승 19패 1무, 승률 0.367, 9위(5위 기아와의 승차 4경기 / 5위 기아 0.500)를 기록하고 있었다. 시즌 최저 승률은 5월 2일(화) 25경기, 6승 18패 1무, 승률 0.250, 당연히 최하위였다(5위 NC와의 승차 6.5경기 / 5위 NC 0.519).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조금씩 팀을 추스르고 5월에 상승세를 타며 반타작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하더니 6월 말에 드디어 폭발하기 시작했다.

6월 21일 승률 0.393(65경기, 24승 37패 4무), 최하위로 연승의 시작을 알렸다. 이때만 하더라도, 승패 마진 –13에 이르렀다. 다음 날인 6월 22일 승률 4할(0.403)을 돌파하면서(66경기, 25승 37패 4무), 2연승을 거두었고 삼성을 최하위로 밀어내고 최하위 탈출에도 성공했다.

그 이후, 6월 29일 KT전 승리로, 2019년 9월 26일 NC전 이후, 1,371일 만에 6연승을(70경기, 29승 37패 4무, 승률 0.439, 9위, 5위 키움과의 승차 3경기, 10위 삼성과 네 경기 차이), 다음 날인 6월 30일 삼성전을 이기며 2005년 6월 11일 LG전 이후, 무려 6,592일 만에 7연승(71경기 30승 37패 4무, 승률 0.448, 8위, 5위 키움과 두 경기, 10위 삼성과 다섯 경기 차이)을 달리면서 중위권에 합류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독수리들은 7월 1일 삼성전까지 승리하면서 2005년 6월 12일 LG전 이후, 6,593일 만에 8연승을 달성하면서, 72경기 31승 37패 4무, 승률 0.456, 8위, 5위 키움과 두 경기, 10위 삼성을 여섯 경기 차이로 밀어내고 당당하게 중위권 싸움에 참전하고 있다.

비록 7월 2일(일) 경기에서 삼성에 제동이 걸리며 9연승의 아쉬움을 되새겼지만, 이제부터 시작인 한화이글스이다.

‘신의 한 수’ 이진영과 김인환의 테이블세터진, 최원호표 고정 라인업으로 비상 시작

한화이글스가 상승세를 타면서 다른 팀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 잡은 요즘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화이글스의 공격 지표는 최하위권이다. 그만큼 그동안 까먹은 기록들이 한화이글스의 평균 회복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점점 좋아지는 있는 흐름에서 더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어려운 순간에 고비를 넘어가는 장면들이 자주 나와야 더 좋은 분위기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최원호 감독은 취임 이후, 타순을 짜는 데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부진한 정은원에게 톱타자 기회를 계속 주면서 노시환을 2번으로 전진 배치하는 공격적 테이블세터진을 구성했다.

하지만, 정은원의 부진은 계속됐고 노시환은 2번 자리에 부담을 느끼면서 15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최원호 감독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정은원의 빈자리를 고졸 신인 문현빈으로 메우려는 시도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문현빈은 1번에서 49타수 15안타로 타율 0.306 기록했지만, 볼넷은 단 한 개, 삼진은 무려 14개를 당하면서 부담감을 느꼈고 2번에서는 11타수 2안타, 타율 0.182로 부진했다.

최원호 감독은 발상의 전환을 시작했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선수를 물색하던 중 이진영이 눈에 들어왔다. 장타도 있고 주력도 평균 이상인 이진영을 톱타자에 배치하고 지난 시즌 16개의 홈런을 기록한 김인환을 2번에 배치한 것이다.

이진영은 아직 규정타석에는 부족하지만, 1번에 배치되면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고 있다. 64타수 17안타, 타율 0.266, 2홈런, 13타점을 기록하면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사사구를 안타보다 많은, 무려 20개(볼넷 18개)를 기록하면서 공격의 첨병 역할을 완벽하게 해주고 있다.

김인환은 2번 타순에서 54타수 13안타, 타율 0.241로 높지는 않으나, 11타점을 기록하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한화의 연승 중에 김인환의 결승타가 세 개일 정도로 순도 높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고정된 테이블세터에 이어 노시환, 채은성이 받치던 중심타선에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가 합류하면서 노시환, 윌리엄스, 채은성으로 이어지는 고대하던 중심타선이 완성되었다.

노시환은 왜 자신이 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차세대 우타 거포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고 윌리엄스는 “오그레디가 누구?”를 외치며 빠르게 한국 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채은성의 꾸준함은 한화이글스가 버틸 수 있는 중심축임을 확인해줄 뿐이다.

특히, 윌리엄스의 합류는 한화이글스 타선에 천군만마가 되고 있다. 아직 타율 자체는 높지 않지만, 4번에 배치되면서 상대 투수들에게 장타에 대한 부담감을 주는 것만으로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실제로 4개의 안타 중 2개의 2루타, 1개의 홈런으로 장타 본능을 보여주고 있고 무엇보다 데뷔 첫 홈런이 세 번째 경기에서 나오면서 부담감을 덜었기에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문현빈, 최재훈, 정은원, 이도윤을 중심으로 하위 타선을 상대 투수에 맞게 적절하게 조정하면서 라인업을 만들고 있다. 전천후 김태연, 외야 백업으로 권광민, 제2의 포수 박상언 등이 자신의 역할에 맞는 알토란 활약을 해주면서 한화이글스는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최원호 감독의 ‘라인업 고정’이 선수들에게 자신의 역할에 대한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면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는 것이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필자의 판단이다.

외국인 투수의 활약 바탕으로 반등 시작, 불펜진의 명확한 보직과 안정화가 한 몫

무엇보다 한화이글스의 상승세는 소위 계산이 서는 외국인 선발의 활약이 최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1선발로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스미스가 한 경기 만에 이탈하고 부담감을 홀로 져야 했던 펠릭스 페냐가 점점 진화하면서 이제는 리그 에이스급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해주면서 팀을 이끌고 있다.

페냐는 4월을 5.48의 평균자책점으로 시작하면서 실망감을 안겨주었으나, 5월에 반등하면서 평균자책점을 3.50까지 낮췄으며 6월에는 3.05, 7월 한 경기를 통해 3.04까지 낮춰 이제는 2점대를 바라보고 있다.

외국인 선발의 가장 큰 임무인 이닝이터로서의 역할(5월 이후 11경기 중 10경기에서 6이닝 이상 소화)도 이제는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16경기 중 10경기에서 퀄리티피칭을 하고 있으며, 7이닝을 세 번 소화하기도 했다.

5월 스미스의 대체 선수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리카르도 산체스는 빠른 템포와 거침없는 피칭으로 한화이글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산체스가 한화이글스에 합류하면서 팀이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9경기에 출장에서 퀄리티피칭은 세 번에 불과하지만, 5승 무패, 평균자책점이 1.48에 달할 정도의 짠물 투구를 해주고 있다. 6월 10이 LG전에서는 8이닝 피칭을 소화하기도 했다.

또한, 산체스는 요즘 한화이글스에서 ‘승리 요정’으로 통한다. 9번의 등판 경기에서 본인이 5승을 챙겼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도 패한 경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산체스가 등판하는 날이면 모든 선수가 좋은 경기력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두 외국인 선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토종 3, 4선발 역할을 했던 김민우와 장민재의 부진으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다. 다행스러운 것은 고졸 2년 차 국가대표 문동주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기복은 있지만, 자신이 왜 강력한 신인왕 후보이고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는지를 스스로 마운드에서 증명해내고 있다.

대체 선발로 로테이션에 합류한 한승혁과 한승주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한승혁이 점점 자신감을 찾는 듯 보이고 한승주도 우천 취소 속에 등판 기회가 적어졌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즌 초반, 불펜의 부진으로 몇 차례 승리를 날리면서 분위기를 놓친 기억이 있는 한화이글스의 불펜진이다. 하지만, 빠르게 수습해서 불펜을 정비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고 최원호 감독 체제에서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타선과 마찬가지로 최원호 감독은 취임 초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내 불펜진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립하면서 불펜 운영에 돌입했다. 최대한 과부하를 막으면서 안정적인 불펜 운영에 힘을 쓰고 있다.

특히, 이태양, 김범수, 강재민, 박상원으로 이어지는 필승진은 이제는 안정화가 되면서 자리를 잡아 이기는 경기는 반드시 승리로 마무리를 하는 ‘승리 방정식’이 만들어졌다.

어느 상황에서든 출장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태양의 존재감은 불펜에 가장 큰 전력 중 하나(2.41의 평균자책점으로 커리어 하이 기록 중), 들쑥날쑥한 김범수(지난 시즌 홀드 27개로 팀 내 역대 시즌 최다 기록 세움, 현재는 평균자책점 3.29로 커리어 하이 기록 중), 강재민(개인 최다 홀드 14개에 도전 중, 현재 11개, 20개도 가능할 듯)도 점차 안정감을 찾는 모습이다.

특히, 마무리 박상원(첫 두 자릿수 세이브 도전, 현재 6세이브)은 점점 클로저로서 자신의 임무에 적응하고 있다. 아직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다른 구단의 경험 있는 마무리와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 좋은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 최원호 감독이 남은 기간 숙제를 잘 푼다면 가을야구 가능할 듯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연승은 끊겼다. 지금의 상승세가 꺾일 순간도 온다. 하지만, 이때 최원호 감독의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 현재, 상승세의 분위기나 흐름을 잘 기억하고 생각해두었다가 어려운 시기가 왔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 팀 운영을 해야 한다.

여기에 앞으로 있을 선수단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하주석의 합류와 활용이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다. 여기에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복귀할 것으로 보이는 김민우, 장민재의 합류 시 선발진의 재구성,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의 여름철 체력 관리와 불펜의 과부하 시 대안 등이 미리 준비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주석을 활용하고 장민재와 김민우 그리고 슈퍼 루키 김서현의 복귀는 분명 한화이글스의 전력을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을 수 있으니 최원호 감독의 슬기로운 리더십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런 다양한 상황에서 최원호 감독의 대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어쩌면 한화이글스가 2023시즌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좋은 결말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최원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화이글스. 최악의 시즌을 벗어난 지금 시점에서 과연 대도약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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