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지난 21일 오후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모습. 자료사진. 
지난 21일 오후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모습. 자료사진. 

30년 만에 부활한 지방자치가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자치권 확대는 미완의 과제다. 자치역량에 대한 우려와 열악한 지방재정력 등이 주된 이유다. 자치권의 범위와 한계에 명확한 기준이 없는 데다 쉽게 풀 수 있는 과제는 아니지만 하나의 답을 보았다. 특별자치도가 늘어나면서다.

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의 사무와 권한을 대폭 이양받고 재정에도 특례가 적용된다. 그렇다면 자치권을 확대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일반도에도 특별자치도의 수준으로 사무를 이양하고 재정을 지원한다면 이를 감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별자치도가 지역적으로 특수한 여건에 있음을 고려하여 특별히 자치권을 부여하고 재정을 지원하여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더라도, 이는 일반도의 자치 수행 능력과는 별개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1일, 강원도가 ‘강원특별자치도’로 출범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이미 서울, 세종, 강원, 제주 등 4개 시‧도가 ‘특별’ 광역자치단체가 되었다. 2024년 1월 18일, 전라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로 개편되면 이제 5개 특별 광역자치단체와 12개 일반 광역자치단체 체제로 운영된다.

경기도는 강원자치도와 같은 지역 특성을 가진 북부지역을 떼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로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충청북도도 특별자치도로의 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도가 특별자치도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중앙정부가 가진 사무와 권한을 이양받고 재정 지원이 따르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06년 7월 1일부터 운영되고 있다. 제주도의 지역적, 역사적, 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행정 규제의 폭넓은 완화와 국제적 기준의 적용 및 환경자원의 관리 등을 통하여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적인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외교, 국방, 사법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치권이 보장된다.

자치 경찰, 자치 교육, 주민 소환이라는 큰 틀에 따라 웬만한 행정 사항은 도가 스스로 판단,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다. 내‧외국인 구분 없이 관광, 의료, 교육, 정보통신 분야 기업에 대한 지원도 파격적이다. 도지사 소속으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어 수사권을 제외한 경찰 업무를 수행한다. 정부의 권한 가운데 144개 분야, 1060건이 도지사에게 넘겨졌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군사, 농업, 환경, 산림 등 중복으로 규제받던 4대 분야 개선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산림이용진흥지구’를 지정하는 권한으로 산림 이용에 필요한 민간투자 활성화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환경 분야에서도 시·군과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는 사업에 대해 관련 환경평가 협의 권한이 도지사에게 이양되었다.

농업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농촌활력촉진지구’를 지정할 수 있고 지구 내 농업진흥지역 해제도 도지사가 할 수 있다. 군사 분야도 확 풀려 접경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강원도는 영문 표기를 분권 실행 의지를 담아 ‘강원 스테이트(Gangwon State(G.S))’로 정했다.

특별자치제, 지방자치권 확대 가능성 보여줘

전북도도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된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설치된 국가 균형발전 특별회계에 별도 계정 설정이 가능해진 만큼 안정적인 재정 지원 확보 기반이 마련됐다. 지방행정과 교육·학예 등의 직무상 독립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 특례 부여로 중앙부처 감사를 받지 않게 됨에 따라 비위 등 위법행위 등에 대한 자체 감사를 강화할 수 있다.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이처럼 특별자치도 체제는 중앙정부의 권한과 기능을 지방에 이양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본보기 삼아 과감하게 일반도에도 이양할 필요가 있다. 특별자치도에 이양한 사무와 권한을 일반도가 수행하지 못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지방자치 확대에 관하여 중앙정부가 우려하는 면은 크게 자치 수행 능력, 지방재정력 빈약, 국가시책의 통일성과 신속성 저해 등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일부 부정적 실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제도적 한계, 물적‧인적 자원 부족에 더하여 방만한 재정 운영, 난개발과 환경 파괴, 토착 비리와 특혜 시비, 지방의회 기능과 지방의원의 자질 등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에서는 중앙정부에서 틀을 정해주고 일정 부분 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과 심지어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자치 역량 강화와 함께 일부의 부정적 시각을 완화할 수 있는 자율 노력이 있어야 함은 마땅하다.

9개 도 가운데 ‘삼분의 일’인 3개도가 특별자치도로 전환되었고, 앞으로 늘어난다면 ‘특별’의 의미는 퇴색되고, 일반도와 구별하여야 할 논리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 나머지 도에서 나름의 명분과 이유를 내세우고 여기에 정치권이 나서서 특별자치도 체제를 요구한다면 이 또한 전혀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자치도가 자치 수행 능력, 자치와 관련한 우려 등의 문제를 모두 해소하고 출범한 것은 아니다. 일반도는 물론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폭넓은 자치권 확대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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