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외야 주전 입성 노리는 이진영, 전천후 김태연의 분전 필요

한화이글스 이진영(왼쪽)과 김태연. 2016년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유니폼을 입은 뒤 현재 한화이글스에서 뛰고 있다.
한화이글스 이진영(왼쪽)과 김태연. 2016년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유니폼을 입은 뒤 현재 한화이글스에서 뛰고 있다.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뀐다. 2023년 한국프로야구는 그야말로 극한 순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연승과 연패 사이에서 각 팀이 울고 웃는 초긴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시즌이 시즌 중반을 넘어서면서 순위의 고착화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이번 시즌은 반환점을 눈앞에 둔 시점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고 있다.

선두권 싸움은 여전히 SSG와 LG가 이끌고 있다. 다만, 다만 두 팀을 제외하곤 어떤 팀도 꾸준하게 선두권 싸움에서 버티지 못했다.

시즌 초반, 롯데의 상승세로 3강 체제가 있었으나 현재 롯데는 5강 싸움을 걱정하고 있고 최근의 초강세로 3강에 도전했던 NC도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3위에 만족하고 있을 뿐이다.

하위권에서 최하위 싸움을 하던 키움이 6월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어느덧 5위 싸움에 뛰어들었고 역시나 한화와 최하위 다툼을 하던 KT도 중위권 경쟁에 발을 담갔다.

중위권 경쟁에서 버티기로 선전했던 두산과 KIA는 여전히 5위권 언저리에 있지만, 하향세를 타면서 제자리걸음만 거듭하고 있다. 자칫 하위권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한 현재 상황이다.

삼성의 거듭된 부진으로 최하위 탈출에 성공한 한화이글스. 4연승을 내달리면서 최하위를 벗어나 중위권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으나 아직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4할 승률을 넘어서면서 5위권과의 격차가 상당히 줄었다는 것이다. 5위 두산과 4경기 차이다.

즉, 연승의 흐름만 탈 수 있으면 한화이글스도 한 주간 사이에 중위권 도약이 가능한 상황으로, 아주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주부터 고대하던 외국인 타자 윌리엄스가 합류하고 컨디션 조절에 들어간 선발 장민재, 김민우의 복귀 그리고 ‘슈퍼루키’ 김서현의 회복 여부에 따라 충분히 7월에 반전의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상으로 이탈한 베테랑 이명기의 회복세와 징계가 끝나는 하주석의 복귀 시점에 따라 한 번 더 전력이 업그레이드될 여지가 있는 한화이글스이기에 다른 팀도 한화이글스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요즘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초보 감독’이지만 점차 적응에 박차를 가하는 최원호 감독의 영리한 엔트리 운영도 팀 상승세에 크게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화이글스의 주인공을 꿈꾸는 2016년 드래프트 동기 이진영과 김태연의 활약이 기대되는 요즘이다.

2016년 드래프트 듀오 이진영과 김태연, 외야와 전천후 자원으로 주인공 도전

최근 몇 년간, 한화이글스의 톱타자는 정은원의 차지였다. 특히, 2021시즌 발군의 출루 본능을 발휘하면서 골든글러브까지 품에 안은 정은원은 당분간 자신의 시대를 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22시즌 시즌 후반기에 회복은 했지만, 시즌 초, 중반에 심각한 부진에 빠지면서 기대했던 성장은 만들지 못했다.

2023시즌, 화려한 결과물이 있었던 정은원은 그 누구에게도 톱타자 자리를 내주지 않았고 수베로 감독도 정은원을 신뢰했다. 하지만, 정은원은 또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볼넷 능력은 보여주었으나, 심각한 타격 침체에 빠지면서 더 이상 톱타자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최원호 신임 감독은 고졸 신인으로 당찬 모습을 보인 문현빈을 톱타자로 기용하면서 공격의 물꼬를 트고자 했으나, 문현빈 역시 경험 부족과 부담감이 작용하면서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최원호 감독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공격적인 베팅과 파워가 돋보이는 이진영을 톱타자로 기용하는 모험을 걸었다.

이진영은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016년 6라운드 전체 58번으로 기아에 지명된 외야수로 지난 2022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트레이드 대상이 한화이글스에서 선발로 주목을 받던 김도현(개명 전 김이환)이었다.

트레이드 직후, 8개의 홈런을 몰아치고 31개의 타점을 올리면서 클러치 능력도 보여주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그 해, 70경기에 출장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볼넷 17개, 삼진 90개에, 타율은 0.200에 간신히 턱걸이하면서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진영이 보여준 임팩트는 2023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이진영은 2023시즌 개막 후, 바로 1군 무대에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오그레디의 끝없는 부진과 특별한 활약이 없는 국내 외야진의 빈틈을 타, 4월 28일에 1군에 등록된 후 현재까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톱타자로 기용되면서 부쩍 기록이 좋아진 이진영이다. 이진영이 현재까지 만들어 낸 올 시즌 성적은 46경기, 3개의 홈런, 17타점에 불과하지만, 결정적인 대타 만루홈런으로 큰 이슈를 만들어냈고, 28볼넷 40삼진으로 지난 시즌 대비 볼넷 삼진 비율의 극적인 반등으로 톱타자로서의 역할을 120% 소화하고 있다.

출루율 0.387(전체 14위 수준, 이정후 0.392, 김상수 0.386)로 타율 대비 0.150 가까이 높은 아주 준수한 모습으로 최원호 감독의 선택을 흡족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OPS는 0.760(전체 27위 수준, 문보경 0.762, 피렐라 0.747)으로 꽤 준수한 수치를 기록 중이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 윌리엄스가 합류하지만, 현재 이진영의 페이스라면 충분히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스가 좌익수에 위치한다면, 우익수는 당분간 이진영의 차지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진영의 활약은 ‘나는 외야수다’ 오디션에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이진영이 지금과 같은 출루율을 유지하면서 지난 시즌 보여줬던 장타 본능을 조금 더 보여줄 수 있다면, 한화이글스는 정말 오랜만에 OPS 0.8을 넘는 토종 외야수를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견수에서 잘해주고 있는 고졸 신인 문현빈과 이진영이 한화이글스의 외야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어줄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크다.

2021시즌 53경기, 0.301, 0.418, 0.420, 0.838 3홈런 34타점 34볼넷/44삼진
2022시즌 119경기, 0.240, 0.325, 0.337, 0.662 7홈런 53타점 48볼넷/106삼진

이렇게 두 시즌의 기록을 놓고 본다면, 누적 기록은 나아졌지만, 비율 기록은 현저하게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출장 경기를 환산해 보면 누적 기록도 눈에 띄게 나아진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나빠진 볼넷, 삼진 비율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바로, 한화이글스 김태연의 기록이다. 이제 8년 차에 접어든 김태연의 임팩트는 강렬했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 드래프트 6라운드 전체 59번으로 한화이글스에 지명된 김태연은 2017시즌 1군 무대에 데뷔했고 “KBO 역대 최초의 데뷔 첫 타석 초구 홈런”이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군 복무를 끝내고 복귀한 2021시즌 후반기에 김태연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왜 자신이 ‘대기록의 주인공’이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불과 53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OPS 0.838의 내야수 출현은 달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22시즌 김태연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한 외야수로의 포지션 변경은 대실패로 돌아가면서 김태연은 장점인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까지 영향을 받으며, 가능성은 있지만, 그저 그런 백업 선수로 그치게 된다.

2023시즌을 맞은 김태연의 자리는 없었다. 2022시즌 외야수로의 변신에 성공했다면, 김태연은 2023시즌에 더 큰 성장을 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김태연은 하주석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오선진의 영입, 고졸 신인 문현빈의 입단 등으로 더 심해진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럼에도,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에게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김태연은 4월 한 달 동안, 수많은 기회를 날리면서 0.196이라는 초라한 타율을 남긴 채, 1군 무대에서 사라졌다.

5월 2일 말소된 김태연이 다시 1군 무대에 복귀한 것은 6월 2일이었다. 한 달 동안의 조정 기간을 거친 김태연은 4월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면서 6월 월간 타율 0.275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득점권(29타수 4안타, 0.138)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최근, 최원호 감독이 다시 김태연을 외야수로 기용하는 장면이 늘어나고 있다. 이도윤이 유격수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쳐주고 있고 노시환과 정은원이 3루와 2루를 양분하면서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견수로 고정된 문현빈도 언제든 내야로 출장이 가능한 상황에, 채은성과 김인환이 1루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맡으면서 김태연의 자리는 없어졌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김태연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한 최원호 감독의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번 주부터 외국인 타자 윌리엄스의 출장이 시작되고 톱타자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진영이 문현빈과 외야 자리를 맡게 되면 김태연의 출장은 자연스럽게 더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타 아니면 내야 백업 요원으로 밖에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태연의 공격력이라면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다. 제한된 기회를 김태연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

파워가 있는 김태연이 한정된 기회 안에서 본인의 능력을 발휘해준다면, 한화이글스의 선수층은 한층 좋아지고 최원호 감독의 선택지는 다양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진영이 주전으로 자리 잡고 김태연이 전천후로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플레이를 한다면, 한화이글스의 반등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최원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화이글스. 최악의 시즌을 벗어난 지금 시점에서 과연 대도약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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