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기 변호사의 법률톡톡]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의 관계, 친생부인의 소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의 관계

송문기 변호사.
송문기 변호사.

일전에 유감스러운 일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었다. 오늘은 필자가 지켜본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조문과 판례의 중요성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우선, 대법원의 2009년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4166,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 의견에 따른다면 공무원의 직무가 방해된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을 검토할 수는 있어도 별도로 업무방해죄로 의율하지는 않는다.

대법원의 다수 의견은 “(...) 즉 공무집행방해죄는 폭행, 협박에 이른 경우를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을 뿐 이에 이르지 아니하는 위력 등에 의한 경우는 그 구성요건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또한, 형법은 공무집행방해죄 외에도 여러 가지 유형의 공무방해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개별적·구체적으로 마련하여 두고 있으므로, 이러한 처벌조항 이외에 공무의 집행을 업무방해죄에 의하여 보호받도록 하여야 할 현실적 필요가 적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므로 형법이 업무방해죄와는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적 업무와 공무를 구별하여 공무에 관해서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그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겠다는 취지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4166, 전원합의체 판결)”라고 판단하였다.

위 판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거친 판례로서 실무상 극히 중요하다. ‘위력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구성요건상 성립되지 않으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는 처벌하지 못하냐?’라고 물어보는 의뢰인들이 상당수인데 그에 딱 결론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위 판례는 약 15년 가까이 유지되어온 판례로서 소위 ‘리딩 케이스leading case’에 해당하는 판결이다.

최근 위와 같은 경우에 관하여 상담을 원하는 이에게 내가 자료를 받아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자료 중에, 공무가 방해된 경우라면 공무집행방해를 검토하여야 하는 것이지 업무방해가 별도로 성립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고 다만 입증이 관건’이라고 시작하는 서면이 하나 섞여 있었다.

실무에서 적용될 ‘조문(죄명)’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하는 것이 법조인의 기본 자세일 터인데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고,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그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15년 가까이 유지되는 리딩 케이스를 몰랐다면 그것도 참으로 안쓰러운 일이다. 그나마 그 서면의 내용을 선해해보려고 한다면야 대법원 다수의견에 따르자니 위력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안 될 것이라 생략하고 소수의견에 따라 업무방해만 검토해서 업무방해가 성립된다고 답변하고는 입증이 관건이라고 작성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솔직히 작성된 내용을 보아하니 작성자가 그냥 대법원 전합판결을 몰랐거나 간과하였거나 불성실하게 대충 검토했던 것임이 명백하게 느껴져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낸 답변과 비교해보았을 의뢰인이 어떻게 생각했을지...

2. 몇 개월 전에는 위와 비슷하게 사례로서 친생추정이 미치는 관계나 그 조문에 대해서도 모르는 경우를 보았는데, 등록부상 모를 정정하기 위한 사건임에도 ‘모가 등록부에 있으니 당연히 생모가 아니에요?’면서 친생추정을 배제하기 위한 친생부인의 소만을 검토하고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이 경우도 조문 및 법학의 기초에 관한 문제여서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하는지 난감할 정도였다. 내가 몇 차례 설명을 하였지만 이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역정을 내는 듯한 사람에게, 차마 ‘그게 기초입니다, 교과서를 보세요. 가사실무제요에도 언급되어 있습니다.’라고 면전에서 무안을 줄 수는 없어서, 보고서 마지막에 빨간색으로 인쇄되어있는 ‘등록부상 모와 생모가 다를 때에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판결을 첨부하여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라고 되어있는 관련 규정’(칼럼 말미에 참고로 인용함)을 보라고만 짚어주고 물러나왔다.

우선 우리 민법에 친생추정제도를 둔 취지는 ① 여성은 ’출산이라는 생물학적 사실’로 생모-친자 관계가 쉽게 확정되지만, ② 출산이라는 생물학적 사실이 없는 남성에 대하여는 친부-친자 관계 여부를 일정한 요건 하에 추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유전자검사를 통한 확정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입법을 개선하자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민법 제844조(남편의 친생자의 추정)가 친생추정을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남편’에게 친생추정이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모르는 것도 결국 기초 내지 성실성의 부족인 것이다. 민법 제844조에 명시되어있는 조문명인 ‘남편’ 두 글자만 제대로 봤다면, 등록부상 모가 생모인지 아닌지의 문제에 대하여는 민법 제844조의 친생추정이 미치는 문제가 아니고 따라서 친생부인의 소에만 의할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을 것이요, 교과서의 통설상 ‘생모 관계는 출생 사실로 결정된다.’고 기본적으로 실려있는 내용만 알았어도 ‘모로 등록되어있는데 친생모가 아니라는 게 말이 돼요?’하면서 나한테 도리어 역정을 내는 황당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위에서 말한 관련 규정으로서, 친자관계의 판결에 의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절차 예규 제4조(모와 친생자관계가 부존재한 경우) 각 항에서 등록부상 모와 친생모의 개념을 구별하고 있다고 보고서에 빨간색으로 강조하여 인쇄하여 가져다주었는데, 그 보고서라도 똑바로 읽어보는 성실함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해당 규정의 조문은 하단에 참고로 실어둔다.)

심지어 과거의 양육비채권과 소멸시효 문제(이것은 2011년 선고된 판례이다.)에 관하여도 상담자에게 잘못 안내하는 등 씁쓸한 경우를 여러 번 보았으나, 이 부분은 소멸시효에 관한 별도의 칼럼에서 다루어 보도록 한다.

세상 일이 이와 같아서, 사람을 실력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그 사람이 아무리 자기 스스로를 포장하여 과대선전한들 실력이 일천하면 금방 밑천이 드러나서 결국 망신당하기 마련이요, 어떤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있더라도 실력이 출중하면 낭중지추인 법이겠다. 특히나 동종업계(?)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조심해야 하겠는데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므로 같은 전문가들일수록 서로의 실력이 있고 없고를 더 잘 알아보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을 인품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자신의 직무에는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서 무사안일로 일관하고, 귀에 쓴 말은 듣기 싫어하면서 대외적인 과장에만 힘을 쓰는 자가 어찌 제대로 삶을 가꾸고 옆에 사람이 따르겠는가 싶다.

우리 모두, 실력의 측면에서는 망신당하지 않도록, 인품의 측면에서는 불성실해지지 않도록 위와 같은 일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스스로 경계하고 반성하며 조심하여야겠다.

참고1: 본문에서 설명하는 ‘친부’인지에 관하여 친생추정을 깨기 위한 친생부인의 소가 필요한 경우와, ‘처(다만 자의 생모로 해석됨)’도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이 있다는 아래의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므4591 판결은 다른 문제이다. 이 판결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가 누구인가의 문제이므로, 칼럼 본문에서 말하는 ‘친생추정’이라는 법률관계를 깨야하는 경우가 무엇인지의 문제와는 다른 것이다.

“(...) 민법 제846조에서의 ‘부부의 일방’은 제844조의 경우에 해당하는 ‘부부의 일방’, 즉 제844조 제1항에서의 ‘부’와 ‘자를 혼인 중에 포태한 처’를 가리키고, 그렇다면 이 경우의 처는 ‘자의 생모’를 의미하며, 제847조 제1항에서의 ‘처’도 제846조에 규정된 ‘부부의 일방으로서의 처’를 의미한다고 해석되므로, 결국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처는 자의 생모를 의미한다. 우리 민법은 부자(부자)관계를 결정함에 있어 ‘가정의 평화' 또는 ‘자의 복리'를 위하여 혼인 중 출생자를 부의 친생자로 강하게 추정하면서도, ‘혈연진실주의’를 채택하여 일정한 경우에 친생자임을 부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당시에는 부(부)만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으나, 위 민법 개정으로 부 외에 처도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되었는데, 개정 이유는 부만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혈연진실주의 및 부부평등의 이념에 부합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즉 부부가 이혼하여 처가 자의 생부와 혼인한 경우, 부부가 화해의 전망 없이 상당한 기간 별거하고 있는 경우, 부가 친생부인은 하지 않은 채 단지 보복적 감정에서 자를 학대하는 경우 등에는 생모도 친생부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개정 이유였다. 이러한 개정 이유에 비추어 보아도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처’는 ‘자의 생모’만을 의미한다. (...)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므4591 판결)”

민법 제846조(자의 친생부인) 부부의 일방은 제844조의 경우에 그 자가 친생자임을 부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참고2: 남편에게는 친생추정이 미치는 경우로서 민법 제844조(남편의 친생자의 추정)가 규정되어 있으나, 생모에 관하여는 친생 여부를 정하는 민법상의 규정이 따로 없다. 이에 통설이 생물학적 출산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판례의 실무에서는 생모의 인지가 없어도 당연히 법률상 친족관계가 생긴다고 해석될 근거를 자연적·생물학적 사실인 출산으로 보고 있다. 대리모의 출산에 있어서 친모가 누구인지가 문제가 된 하급심 판결에서도 위와 같은 실무의 태도를 근거로 출산한 대리모가 친모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한겨레 신문, “법원 “인공수정해 얻은 자녀, 낳아준 대리모가 친어머니”” 제하의 기사(등록 2018-05-18 16:10, 수정 2018-05-19 14:20) 참조.]

“(...) 재판부는 유전적 공통성보다는 '어머니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이라고 판단했다. 현행 민법은 부자 관계와 달리 모자 관계에 대해서는 친생자를 추정하거나 친생자 관계를 부인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나, 판례상 생모와 출생자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認知)'가 없어도 출산으로 당연히 법률상 친족 관계가 생긴다고 해석된다는 점을 재판부는 근거로 들었다. 민법 법리상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아이는 남편의 자식, 즉 친생자로 추정된다. 인지란 혼인외 출생자를 그의 생부나 생모가 자기 아이라고 인정하는 절차다. (...) (한겨레 신문, “법원 “인공수정해 얻은 자녀, 낳아준 대리모가 친어머니”” 제하의 기사(등록 2018-05-18 16:10, 수정 2018-05-19 14:20) 참조.)”

참고3: 친자관계의 판결에 의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절차 예규

(제정 2009. 7. 17. [가족관계등록예규 제300호, 시행 2009. 7. 17.])

제4조 (모와 친생자관계가 부존재한 경우) ① 부가 출생신고한 자녀가 등록부상 모와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판결이 확정된 경우 소를 제기한 자 또는 상대방이 판결등본과 확정증명서를 첨부하여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신청을 하면 자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모의 특정등록사항을 말소한다. 친생자관계가 부존재하는 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사건본인에 관한 특정등록사항을 말소한다.

② 등록부상 모를 말소한 후에는 사건본인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폐쇄하고, 폐쇄등록부에 기록된 사항 중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판결에 의한 말소사유를 제외한 기록사항을 직권으로 이기하여 새로운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한다.

③ 친생모를 기록하려면 사건본인의 출생신고인(신고인이 추후보완신고할 수 없을 때에는 다른 출생신고의무자)이 친생모와의 친생자관계 및 출생 당시 친생모가 유부녀가 아님을 소명하여 출생의 추후보완신고를 하거나, 신고의무자가 없는 경우에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판결(판결 주문이 아닌 이유에 설시한 판결은 해당하지 아니한다)에 의한 정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④ 제3항의 경우에 친생모가 유부녀임이 확인되면, 혼인 외 자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친생모를 기록하기 위하여는 출생 당시 모의 법률상 배우자와 친자관계에 관한 재판을 거쳐야 한다.

[송문기 변호사]
*대전광역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인사위원회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실무수습 제도개선TF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당선(2023.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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