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통]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얼마 전에 고향에 들렀다가 면 소재지의 백 년도 넘는 역사를 지닌 초등학교가 폐교의 위기에 놓였다는 말을 들었다. 하물며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이미 폐교가 되었다.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에 100만 명에 달했던 출생아가 지난해에는 24만 9천 명이었다. 즉 절반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들은 당시 국민들에게 다산이 사회적 폐단이라는 의식을 깊게 심어주었다. 하지만 1970년 합계출산율이 4.53이던 때를 지나 50년 만에 우리 사회의 합계출산율은 무려 0.78명이다. 지금은 정반대로 다둥이 부부가 애국자라며 지방자치단체마다 출산장려금을 주는가 하면 지원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반세기 만에 나라의 정책이 거꾸로 뒤집혀지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사회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나타날 것이 틀림없다. 우선 교육에서부터 충격이 크다. 70여 명을 넘나들던 학급당 학생수가 50년 만에 그 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줄어들었고, 시골에서는 폐교하는 초등학교가 즐비하다. 많은 사람들은 출산율이 낮아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입시경쟁도 낮아질 것으로 예단하지,만 그런 생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2021년도 대학입학정원은 47만 3천여 명으로, 수도권이 19만여 명이고 비수도권은 28만 3천여 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지난해 출생아가 24만 9천여명이었으니, 서울,경기,인천 등에 설립된 86개 대학만으로도 어느 정도 입학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비수도권의 웬만한 중상위권 학생들은 모두 서울을 중심으로 모여들게 될 것이다. 2022년 기준 서울 20개 주요대학의 입학 정원은 4만 5천여 명이었다. 20년 전인 2002년 출생아는가 49만 3천여 명으로 산술적으로 지금은 상위권 10% 정도가 서울 주요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20년 후에는 18%가 가능하다. 즉 중상위권이면 서울 진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 진학의 폭이 넓어지더라도 이들 대학 사이의 서열로 인해 현재의 입시경쟁은 서울권에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비수도권에서 아이들을 위해 서울로 거주를 이전하는 사례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지방의 부유층들이 이른 시기에 주택을 사서 아이를 서울에 보내는 현상이 지금도 있지만, 더욱 증가세를 보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서울이 갖고 있는 입시 사교육이나 정보의 우위 경쟁에서부터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중상위권이 모두 뛰어드는 서울의 주요대학 입시경쟁으로 인해 사교육은 위세를 점점 더 떨치게 될 것이다. 또 끊임없는 인구 유입으로 수도권 거주비용은은 어떨게 될까? 통계청이 지난 3월에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이고 사교육 참여율은 78.3%인데 2021년도에 비해 무려 2조 5천억원(10.8%)이나 증가했다.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사교육 참여학생만 따지면 52만 4천원이었는데, 아이가 둘만 되면 평균 백만원을 넘어선다. 문제는 이 월평균 사교육비가 과연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느냐이다. 실제로 대도시나 서울에서의 사교육비는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이 사교육비 지출 경쟁이 저출산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이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동안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만 주로 부각되었지, 그 요인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진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2021년 발표한 연구논문인 ‘주택가격과 사교육비가 합계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그 의미가 크다.

대전교육연구소는 15일 오후 3시, 김민숙 시의원과 공동으로 박진백 연구위원을 초청하여 시의회 3층 소통실에서 토론회를 갖는다. 이 토론회에는 대전시교육청의 사교육비 경감 노력에 대해 박봉규 장학관이, 사교육으로 내몰리는 학부모의 입장을 강영미 대전참교육학부모회 대표가 발표하고, 신정섭 대전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이 대안 제시에 나선다.

저출산의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국가적 재난이다. 문제가 심각할수록 소리를 내야 한다. 위기 앞에서 가만있는 것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는 죄악이다. 여기저기서 소리를 질러 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 소리의 하나로 토론회를 봐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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