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육성선수에서 대박 FA, 후배들에게 선한 영향력 주는 베테랑

한화이글스 최재훈(왼쪽)과 채은성(오른쪽)은 팀을 이끌어야 할 베테랑이다. 이들의 선한 영향력을 기대해 본다.
한화이글스 최재훈(왼쪽)과 채은성(오른쪽)은 팀을 이끌어야 할 베테랑이다. 이들의 선한 영향력을 기대해 본다.

2023시즌 순위 경쟁은 지난주를 기점으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바로 신생팀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NC와 KT의 분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SSG, LG, 롯데의 3강이 한동안 공고하게 굳혀졌었지만, 이제는 NC가 6월 상승세를 바탕으로 선두권 경쟁에 뛰어들 태세를 하고 있다. 한동안 중위권에 머물렀던 NC는 지난주를 5연승으로 마감하면서 롯데를 4위로 끌어내리고 3위에 등극했다.

SSG는 큰 차이는 아니지만, 여전히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LG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SSG를 뒤로 하고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선두를 위협하던 롯데의 기세는 한풀 꺾이면서 상승세의 NC에 3위 자리를 내주며 4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언제든 선두권 싸움에 뛰어들 저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NC가 상승세를 타면 중위권 탈출에 성공한 상황에서 두산과 KIA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5, 6위를 양분하고 있다. 상위권 추격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삼성과 키움의 급격한 하락세로 하위권 순위가 재편된 상황에서 KT가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하위권 순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한화도 최근 연패를 딛고 힘을 내면서 하위권 순위 경쟁은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있다.

삼성, 키움, KT, 한화의 순서로 매겨진 현재지만, 연승과 연패에 따라 하위권 순위는 언제든 바뀔 것으로 보인다. 네 팀의 승차는 3경기에 불과하다.

한화이글스는 최근 타격이 살아나고 외국인 투수 산체스와 페냐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면서 경기력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외국인 타자 영입이 늦어지면서 화끈한 화력을 선보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원호 감독 체제에서 끈끈한 승부를 펼치면서 최하위 탈출에 희망을 걸고 있다.

육성선수에서 대박 FA 신화 창조한 최재훈과 채은성, 후배들 존경받는 베테랑 듀오

역대 이글스의 안방은 결코 안정적이라고 볼 수 없었다. 소위 말해서 다른 구단에 비해 내로라할만한 전국구 포수가 없었다. 초창기에 안방을 지켰던 유승안, 김상국, 유일하게 우승했던 1999시즌의 조경택, 2000년대 이글스의 안방마님이었던 신경현까지 말이다.

강팀에게는 좋은 포수가 있기 마련이다. 초창기 해태 왕조의 김무종과 장채근, 삼성의 이만수, 현대와 SK의 박경완, 2000년대 삼성 전성기의 진갑용과 강민호 그리고 두산 왕조의 양의지까지 우승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왕조로 불렸던 팀에는 국가대표 포수가 존재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에는 국가대표급으로 내세울 만한 포수가 없었다. 많은 포수 유망주를 지명했지만 제대로 육성해내지 못했다. 특히, 2000년대 이글스의 안방을 책임지던 신경현의 은퇴 이후, 한화이글스의 안방은 무주공산이 되었고 가장 허술한 포지션이 되었다.

팀의 취약점을 채우기 위해 한화이글스가 선택한 방법은 외부 영입이었다. 많은 포수 유망주가 기회를 잡지 못한 한화이글스의 안방을, 당시 이글스 야수 최고 유망주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트레이드를 통해 안방마님 영입에 나섰다.

이범호, 송광민의 대를 이을 것으로 평가를 받던 당시 이글스 야수 최고 유망주였던 신성현을, 두산에서 양의지에게 밀렸고 박세혁에게마저 백업 역할을 내주며 제3의 포수로 전락한 최재훈과 트레이드를 한 것이다.

당시, 트레이드의 평가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신성현은 일본에서 야구를 했던 거포 유망주였고 최재훈은 두산에서 백업에서도 밀린 제3의 포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한 쪽은 한화이글스였다.

2017시즌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최재훈은 바로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쓰고 한화이글스의 안방마님이 되었다. 신경현 이후, 오랜만에 안정적인 안방마님을 맞이한 한화이글스의 포수 포지션은 다른 팀과 견줘 결코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 포지션이 되었다.

최재훈은 2008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지명되지 못한 채, 두산베어스에 신고선수(현, 육성선수), 즉 연습생으로 입단했다. 경찰청에 입대해 좋은 모습을 보인 최재훈은 제대 후, 2012시즌부터 1군 무대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백업 포수 그 이상은 아니었다.

결국, 주전 양의지는 물론, 백업 박세혁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점차 자리를 잃고 말았다. 2017시즌 한화이글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야수 유망주를 내주면서 최재훈을 영입했고 최재훈은 이글스가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으로 팀 이적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렇게 최재훈은 이글스의 안방마님이 되었고 2021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으면서 신고선수 대박 신화를 열 기회를 얻었다.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후,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던 최재훈은 결국 5년 총액 54억원이라는 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이글스에 남게 되었다. 그렇게 최재훈은 2026시즌까지 한화이글스와 함께 하게 되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치러진 FA 시장에서의 포수 릴레이 이적을 보고 있노라면, 최재훈의 계약은 ‘혜자 계약’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FA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 굉장히 부진했던 최재훈은 올 시즌 절치부심하면서 팀을 이끌고 있다. 이명기의 부상이탈로 오선진과 함께 야수 최고참이 된 최재훈은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 최근 타격에서 힘을 내고 있다.

투수 리드와 수비에서는 언제나 좋은 점수를 받았던 최재훈이었지만,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본인의 장점인 출루는 여전했으나, 타격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전체적인 타격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출루와 함께 컨택트가 잘 이루어지면서 하위타선에서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화이글스는 전력 보강을 위해 외부 영입에 사력을 다했다. 그 결과, 한화이글스에 안성맞춤이었던 채은성을 영입할 수 있었다. 영입 규모는 6년 총액 90억원이었다.

채은성은 2009년 LG에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즉, 연습생으로 프로선수를 시작한 것이다. 순천효천고를 졸업한 채은성은 특별함이 없는 평범한 선수였다. 1군 무대도 2014시즌이 돼서야 밟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채은성은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점차 LG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면서 가치를 인정받았고 주전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포수로 시작해, 1루수와 3루수를 주로 맡았지만, 프로에 와서는 포수 전향에 실패하면서 붙박이 1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2022시즌에는 팀 사정상 외야수로 변신할 수밖에 없었기에 완벽한 멀티 플레이어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한화이글스 이적에도 큰 도움이 되었고 현재 한화이글스의 팀 운영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채은성은 1990년생으로 2009년에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빠른 생일에 고등학교 유급 경력이 있어서 앞서 소개한 최재훈과 동급생으로 볼 수 있다. 즉, 두 명의 야수 최고참이 팀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부상으로 이탈한 오선진까지 하면 1989년 뱀띠 3총사가 한화이글스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채은성은 팀을 이적하자마자 불꽃 타격을 선보이면서 팀의 분위기를 바꿔놨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오그레디의 부진과 방출 그리고 김인환의 부진으로 노시환과 고군분투하는 모습만 그려졌다.

여기에 팀이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 수베로 감독이 경질되면서 자칫 팀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었으나, 후배들을 잘 이끌면서 최원호 감독 체제에서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점차 살아나고 있는 김인환, 여전히 좋은 모습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선발된 노시환과 중심 타선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 포지션인 1루는 물론, 지난 시즌 LG에서 연마한 우익수 플레이도 능숙하게 펼치고 있다. 중심 타선에서 높은 득점권 타율을 선보이면서 필요할 때 결정을 내줄 수 있는 클러치 능력도 여전히 잘 발휘하고 있다. 한화이글스가 필요로 했던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 채은성의 올 시즌이다.

최재훈과 채은성은 프로 생활을 육성선수(당시, 신고선수)로 시작했다. 즉,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채, 벼랑 끝에서 프로선수가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FA 대박을 치면서 팀의 중심이자 베테랑으로 팀과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면서 본인들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이들이 펼치는 선한 영향력이 한화이글스 젊은 선수들에게 ‘피와 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최원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화이글스. 최악의 시즌을 벗어난 지금 시점에서 과연 대도약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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