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뚫리지 않는 타선의 답답함, 점점 진화하는 불펜진의 강력함

한화이글스가 5월 들어 감독 교체와 맞물려 타격에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투수진들과 달리 타자들은 좀처럼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면서 승리보다 패하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한화이글스가 5월 들어 감독 교체와 맞물려 타격에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투수진들과 달리 타자들은 좀처럼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면서 승리보다 패하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5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2023시즌 순위 경쟁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두권 경쟁은 여전하나, 중위권과 하위권 경쟁에 변화가 생겼다.

SSG와 LG는 지난주를 41경기 26승으로 마무리하면서 사이좋게 공동 1위로 끝냈다. 롯데는 선두 SSG에게 루징시리즈를 당하면서 3위에 머물렀지만, 선두권 경쟁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NC, 두산, KIA, 삼성, 키움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중위권 경쟁은 삼성과 키움이 힘이 빠지면서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삼성과 키움은 승률이 5할 밑으로 빠지면서 중위권 추격 성공과 하위권 추격 허용의 기로에 선 모습이다. 자칫, 이번 주 연승이나 연패 중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서 또 다른 순위 경쟁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NC와 두산이 5할 승률 이상으로 여전히 힘을 내면서 4위권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고 KIA는 주간 4연승을 기록하면서 5할 승률 달성에 성공하면서 중위권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한편, 반등에 성공한 한화이글스는 선두권인 롯데와 LG를 만나 주간 1승 1무 4패를 기록하면서 더 이상의 상승세는 잇지 못했다. 다만, 5월 승률이 7승 2무 7패로 5할을 맞췄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계속된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KT는 여전히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돌파구 찾지 못하는, 뚫릴 듯 뚫리지 않는 ‘변비’ 타선의 답답함. 해결책은 없나?

2023년 5월 22일 현재, 한화이글스의 야수진은 타격에서 10개 구단 중 최하위의 지표를 받아들고 있다. 하지만, 심각한 것은 대부분 지표가 다른 구단과 차이가 꽤 크다는 것이다.

타율은 0.222(9위 삼성 0.246), 출루율 0.304(9위 삼성 0.319), 장타율 0.311(9위 KIA 0.343), OPS 0.615(공동 8위 키움, KIA 0.671)로 9위를 마크하고 있는 팀들과의 격차가 크니 여타의 다른 구단과의 격차는 설명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타격 지표는 득점권 타율이다. 결정적인 기회에서 결정타를 날리고 득점을 만들어내는 가장 단순한 타격 지표인 득점권 타율에서 한화이글스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2할이 못 미친다. 한화이글스의 득점권 타율은 0.196인데, 9위 SSG의 득점권 타율이 0.236이다. 기본적인 타격 지표보다 더 떨어지는 기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탈삼진은 350개로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2위 구단은 NC가 318개를 기록하고 있다.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롯데의 235개보다 무려 115개의 탈삼진을 더 빼앗긴 것이다.

물론, 현재의 타격 성적인 시즌 마지막까지 계속되리란 예상은 할 수 없다. 분명히 타격 사이클은 있기에 반드시 반등의 시점이 올 것이다. 하지만, 하향 곡선을 그리는 사이클을 빠르게 되살리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고 선수들의 몫이다.

한화이글스 타격 반등의 열쇠는 보이지 않는다. 수베로 감독 첫 시즌에 워싱턴이라는 좋은 타격 코치가 심어 놓은 타격 철학을 젊은 선수들이 받아들이면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1년 만에 워싱턴 코치가 팀을 떠나면서 그 타격 철학은 이어지지 않았다. 새로운 타격 지도자의 영입도 없었다. 큰 변화 없이 맞은 두 번째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에도 거의 모든 타격 지표가 최하위권을 기록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여전히 한화이글스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바라고 있다. 여기에 채은성의 영입과 거포 오그레디의 선택으로 한결 나아진 중심타선의 힘을 바랐던 2023시즌이었다. 하지만, 타격 파트의 코칭스태프 변화는 없었다.

채은성은 화려한 4월을 뒤로 하고 5월에 슬럼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모습으로 채은성마저 없었다면 한화이글스의 타격은 그야말로 처참했을 것이다.

이번 시즌, 채은성의 우산효과 속에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2023시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으로 보였던 노시환은 최근 급격한 부진에 빠지면서 시즌 초반의 압도적인 모습을 잃었다.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슬럼프 탈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뜩이나 힘이 빠진 타선에서 득점을 만들어낼 수 없는 이유이다.

여기에 역대 최악의 외국인 타자 등극이 확실한 오그레디의 최악 부진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평균 이상의 준수한 활약을 보였던 터크먼을 포기하고 선택한 거포 유형의 오그레디의 부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그레디는 최악의 외국인 타자에 가까워졌고 오그레디를 선택한 프런트의 책임은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5월 반등에 성공한 한화이글스지만, 이는 투수력의 힘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16경기를 치른 5월에 한화이글스 타선이 뽑아낸 점수는 56점이다. 경기당 3.5점을 뽑아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주 펼쳐진 6경기에서 뽑아낸 점수가 9점이다. 1점만 뽑은 경기는 무려 4경기에 달하고 가장 많은 득점은 3점이었다. 1승 1무 4패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그렇다면, 투수진의 실점은 어땠을까. 6경기에서 19점을 내줬다. 불과 경기당 3.16점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승리는 하나밖에 없었다.

최원호 감독은 최근 타순을 조정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정은원을 톱타자로, 노시환과 채은성 그리고 김인환을 한 타순씩 전진 배치하며 2, 3, 4번에 출장시키는 공격적인 타순을 그렸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돌아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서운 페이스를 보였던 노시환의 부진이 그 시점에 시작했고 지난주 팀 타선은 침체를 거듭하면서 투수진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승리는 하나밖에 건져내지 못한 것이다.

한화이글스의 지난주 타선 침체에 굳이 변명해보자면, 선두를 다투는 롯데와 LG와의 일정이었고 롯데의 외국인 투수 반즈, 페이스가 좋은 나균안과 한현희, LG의 외국인 투수 켈리와 플럿코를 연달아 만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격 페이스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져 6경기에서 9득점에 그친 것은 최원호 감독을 비롯한 타격 파트의 지도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다.

분명,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기회에서의 결정타 또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장타, 집중타는 터지지 않았다. 해줘야 할 선수도 부진했고 갑툭튀한 선수도 없었다. ‘이기는 야구’를 할 수 없었던 이유이다.

더 심각한 것은 한화이글스가 타선의 돌파구를 찾기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투수진과는 다르게 현재 1군에 있는 엔트리가 가장 최선의 라인업이기 때문이다. 퓨처스에서 돌아와서 팀에 보탬이 될만한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굳이 찾아보자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팀을 이탈하게 된 하주석 정도가 있을 뿐이다.

필승진 구분 없는 최강불펜으로 진화한 불펜진. 점점 견고하고 강력함이 더 해질 듯

2023년 5월 22일(월) 시점,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은 14명의 엔트리로 운용이 되고 있다. 선발에 외국인 투수 페냐와 산체스 그리고 장민재, 문동주가 버티고 있다. 김민우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지난 20일(토) ‘불펜데이’로 치렀다. 다음 주 로테이션에 어떤 선수가 들어올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여기에 불펜 투수는 정우람, 이태양, 윤대경, 주현상, 김범수, 박상원, 강재민, 한승주, 김기중, 김서현으로 최고참 정우람부터 고졸 신인인 슈퍼루키 김서현까지 신, 구의 어우러짐이 기가 막히게 조화롭다.

현재 필승진은 김서현, 강재민에 마무리는 박상원으로 이어진다. 이태양과 윤대경, 한승주는 롱맨 역할을 하면서 경기 중반에 멀티 이닝까지도 책임지고 정우람과 김범수, 김기중은 좌완 불펜으로, 주현상은 추격조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이글스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5월부터 빈틈없는 한화이글스의 불펜은 팀을 지탱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흡사 지난 2018시즌 흑역사를 끊고 가을야구에 진출했을 때, 팀을 지탱하며 이끌었던 ‘불펜’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때 당시 정우람은 마무리로, 이태양은 전천후로, 박상원은 2년 차 시즌에 ‘최강불펜’의 일원으로 팀을 이끌었던 바 있다. 현재 선발로 뛰고 있는 장민재도 이태양과 마찬가지로 전천후로 활약하며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강재민 20경기, 1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10
(5월 성적, 7경기, 1패, 7⅔이닝, 10탈삼진, 피안타율 0.160, 평균자책점 2.35, 6경기 무실점)

김기중 17경기, 평균자책점 2.60
(5월 성적, 7경기, 7⅔이닝, 7탈삼진, 평균자책점 5.87)

김범수 19경기,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3.57
(5월 성적, 5경기, 2홀드, 5이닝, 3탈삼진, 피안타율 0.250, 평균자책점 1.80, 5경기 무실점)

김서현 12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2.08
(5월 성적, 7경기, 1세이브, 7이닝, 12탈삼진, 피안타율 0.167, 평균자책점 0, 7경기 무실점)

박상원 10경기,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50
(5월 성적, 7경기, 9이닝, 8탈삼진, 피안타율 0.172, 평균자책점 2.00, 6경기 무실점)

윤대경 17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42
(5월 성적, 9경기, 1승 1홀드, 9⅓이닝, 피안타율 0.223, 평균자책점 1.93, 7경기 무실점)

정우람 19경기, 4홀드, 평균자책점 2.40
(5월 성적, 7경기, 3홀드, 6⅔이닝, 6탈삼진, 피안타율 0.087, 평균자책점 0, 7경기 무실점)

주현상 5경기, 1패, 평균자책점 6.75
(5월 성적, 2경기, 3⅓이닝, 평균자책점 8.10)

한승주 16경기,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57
(5월 성적, 6경기, 6⅔이닝, 6탈삼진, 피안타율 0.231, 평균자책점 4.05)

한화이글스가 5월에 치른 16경기에서 내준 실점은 53점이다. 경기당 3.31점 정도이다. 무려 12경기에서 3점 이하의 실점을 했다. 즉, 4점 이상 실점한 경기는 네 경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2실점 이하는 7경기, 1실점 이하는 5경기에 달한다. 여기에 연장전을 네 경기나 치렀다는 것은 대단함을 더해주고 있다(1승 2무 1패).

필승진으로 활약하고 있는 강재민, 김서현, 박상원의 활약은 대단하고 베테랑 정우람과 윤대경 그리고 시즌 초반 부진했던 김범수가 제자리를 찾으면서 불펜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아직은 젊은 유망주인 한승주와 김기중의 경험이 부족하지만,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승리는 불과 7승에 불과하다(2무 7패). 앞서 언급했듯이, 전체적인 타선의 부진과 집중력 저하가 경기 결과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사실, 시즌 초반 기대했던 마무리 장시환의 실패, 이적생 한승혁과 믿었던 김범수의 부진 그리고 이번 시즌 한 단계 성장을 기대했던 윤산흠의 아쉬운 모습으로 불펜이 흔들렸지만, 이내 다른 선수들이 빈자리를 채워주면서 점점 ‘최강불펜’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새롭게 선임된 최원호 감독도 투수 출신으로 투수 지도에 많은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지도자이기 때문에 투수진의 진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이글스와 최원호 감독의 ‘이기는 야구’ 또는 내년, 내후년 시즌을 위한 로드맵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 타의 밸런스와 신, 구의 조화가 어우러져야 한다. 어느 한쪽의 경쟁력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부분이다.

투수진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퓨처스에 예비 전력도 준비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야수진의 대안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야수진의 경쟁력이 빠르게 갖춰지지 않으면 ‘이기는 야구’를 위한 운영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최원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화이글스. 최악의 시즌을 벗어난 지금 시점에서 과연 대도약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계속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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