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기 변호사의 법률톡톡] 보전처분과 사해행위취소소송, 강제집행면탈죄와 권리행사방해죄 등

송문기 변호사.
송문기 변호사.

독자 여러분께서도 흔히 들어봤을 말이다. “소송에서 이겼는데 상대가 다 숨겨놔서 한 푼도 못 건졌어.”

물론 위와 같은 사태는 근본적으로는 재산을 빼돌린 상대가 악랄한 탓이다. 그러나 옛 말에도 있듯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다가 이렇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통상 소송에 나서야하는지 모르겠다거나 변호사 선임비용이 아깝다거나 소송하기가 겁난다는 이유로 의뢰인들이 소송을 꺼리다가 늦게 소송에 착수하면, 결국 의뢰인 측이 승소했을지라도 이러한 결과를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이미 의뢰인에게 돈을 주지 않고 버티는 중이라거나 불법행위를 한 사람이면, 의뢰인 측이 상대방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을까? 의뢰인이 변호사선임비가 아까워서 뜸을 들이고 있는 사이 상대가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잘못을 인정하고 돈을 순순히 주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날까? 그렇게 쉽게 될 일이었으면 소송을 해야할 상황인지 고민하는 지경까지 사태가 진행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민사집행법은 본안소송의 결과(승/패)가 나오기 전에 한발 앞서,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가압류·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준비해두었다. 이러한 절차를 본안소송과 대비하여 보전처분이라고 한다. 변호사의 조력이 가장 필요한 민사사건의 본안소송에서는 승소를 목적으로 상대방과 사실관계의 주장·입증 및 법리다툼을 하게 된다. 보전소송은 본안소송의 승패에 앞서서 상대방의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게 일단 막아두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별개의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변호사가 별도로 사건을 수임하는 별개의 법률사건이 된다.

예컨대 지속적인 거래 관계가 있던 사람을 상대로 하는 금전청구소송이라면 의뢰인이 알고 있는 거래 상대방의 계좌에 대하여 가압류를 신청하고,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사건이라면 목적물인 부동산에 대하여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이 권장된다. 상대가 매매대금을 주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보자면, 의뢰인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미리 상대방의 계좌를 가압류하여 (재산을 동결하는) 보전처분을 해둔 뒤, 변호사를 선임하여 본안소송에서 이기고, 확정된 판결문을 가지고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여 보전해둔 금전을 전부·추심 등의 강제집행 절차를 거쳐 받아내면 되는 것이다.

예컨대 의뢰인이 상대방으로부터 2,000만 원을 받아내야하는 상황에서 변호사 비용을 수백만 원씩 주고 소송에 나서야 할지 선뜻 결심하기 어려운 의뢰인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소송을 빠르게 제기하지 않으면 아예 0원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의뢰인으로서도 소송을 미루거나 소송비용을 아낀다고 능사가 아니다.

물론 채무자도 함부로 재산을 빼돌려서는 안 될 것이다. 민법상으로는 우선 사해행위취소소송이 채권자 보호를 위해 마련되어 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다음과 같은 소송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피고는 사해행위로 수익을 본 자 또는 전득한 자(피고적격), 제척기간(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 제2항에 따라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대상적격(취소하고자 하는 법률행위)이 적법요건이다. 이를 갖추지 못하면 소송은 부적법하여 각하된다. 특히 제척기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소송을 미적이며 하루하루 흘러가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적법요건이 갖추어진 사해행위취소소송의 본안에서 청구가 인용되기 위하여는 피보전채권(보전이 필요한 채권)의 성립 및 보전의 필요성(채무자의 자력資力없음, 즉 채무초과사실 등)·사해행위(법률행위)의 존재와 소외 채무자의 사해의사·피고가 되는 수익자 또는 전득자의 악의가 필요하다. 특기할 점은 사해행위소송은 채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채권자들이 바로 돈을 받아내기 위한 절차는 아니므로, 피보전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할 것을 요하지는 않지만 채무자의 사해행위보다 피보전채권이 먼저 성립되어있어야 보전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형법에서 관련하여 살펴볼 점은 강제집행면탈죄와 권리행사방해죄 등이다. 이는 간단히 판례를 위주로 살펴보자.

보전처분의 대상이 되는 강제집행면탈죄의 객체에 관하여 대법원은 “(...) 강제집행면탈죄의 객체는 채무자의 재산 중에서 채권자가 민사집행법상 강제집행 또는 보전처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만을 의미하므로, ‘보전처분 단계에서의 가압류채권자의 지위’ 자체는 원칙적으로 민사집행법상 강제집행 또는 보전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어 강제집행면탈죄의 객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이는 가압류채무자가 가압류해방금을 공탁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채무자가 가압류채권자의 지위에 있으면서 가압류집행해제를 신청함으로써 그 지위를 상실하는 행위는 형법 제327조에서 정한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채무부담’ 등 강제집행면탈행위의 어느 유형에도 포함되지 않는 것이므로, 이러한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라고 판시(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도8721 판결 강제집행면탈)하였다. 따라서 채권자의 압류·추심 등의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가처분 등의 보전처분을 어렵게 하려는 고의로 채무자가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가처분의 대상이 되는 재산을 은닉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면 채무자는 형법상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권리행사방해죄의 객체에 관하여 대법원은 “(...)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한 물건이 자기의 물건이 아니라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 (...)”라고 판시(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4578 판결 사기·업무상횡령·권리행사방해)하였다. 자기의 물건인지 타인의 물건인지 구별하는 법률적 기준(부동산이라면 등기경료여부, 자동차라면 등록명의 등)에 대해서는 법률행위에 의한 물권변동에 관하여 지난 칼럼에 투고한 것을 참조하면 된다.

[송문기 변호사]
*대전광역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인사위원회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실무수습 제도개선TF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당선(2023.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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