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통(痛)]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퇴직하기에는 조금 이른 것 아니었나?”
“아이고,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더라구요. 젊을 때 이상은 사라지고, 교실 들어가는 것도 지겹고, 학생들이 싫어지면서 퇴직금만 계산하게 되니, 이게 아니구나 싶어 명퇴를 신청했죠”  
후배가 탄식하듯 조기 퇴직의 사유를 설명한다. 
“갈수록 아이들과 거리가 많이 느껴져요, 일부지만 막 나가는 학부모도 힘들게 하구요. 교사들끼리도 어려운 일을 서로 나누고 도와주기보다는 개인주의가 넘쳐나요. 견디기 어려운 요소가 너무 많아요”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근속연수 15년 이상 25년 미만의 초·중·고 퇴직 교사는 217년 888명을 기록했고, 2019년 979명, 2021년 1088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교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일부 아이들이기는 해도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받아들이지 않아요. 수업은 교사의 자존심이 걸린 것인데, 수업 시작부터 잠자는가 하면, 일으켜 세워 뒤에 가서 서있으라고 하면 반발해요.” 
“어떤 녀석들은 대놓고 덤비는데 속수무책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묘하게 교사를 무시하거나 농락하는 경우도 있고요.”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가정에서의 울분을 교사들에게 해소하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니까요.”

교육부 자료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한 교권 침해 건수는 2017년 2566건, 2018년 2454건, 2019년 2662건,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원격으로 수업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이천 건이 넘는 수치다. 교권 침해 유형으로는 학생·학부모의 모욕·명예훼손 침해가 가장 많았고 상해나 폭행도 전체 유형 중 10%가 넘었다고 한다.

“갈수록 학생들과의 거리를 많이 느끼고 있어요. 새내기 교사들도 의욕적으로 학생과 생활하지만 얼마 안가 실망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전국 국공립 초·중·고교에서 근속연수 5년 미만인 퇴직 교사 수가 1,850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어렵게 임용고사를 거쳐 들어온 교사의 길을 초기에 포기하는 사례가 꽤 많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달 조합원 1만1377명에게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최근 5년간 교권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 있다고 답한 교사는 무려 3025명(26.6%)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교사 2950명(25.9%)이 거의 매일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설문에 답한 교사 가운데 네 명 중 한 명이 매일 교직을 떠날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교사 본인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복한 학교를 외친다면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학생과 학부모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힘들어요. 학생에 대한 정당한 지도인데도 이러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반발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스스로 검열하는 것이 너무 싫어요”
교사들의 한탄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교권침해에 대한 학생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아마도 교권보호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조치 가운데 학생에 대한 전학과 퇴학 조치가 기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가해 학생들의 반성이나 변화가 중요한데, 그럴 가능성이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도리어 학생부 기재가 진학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교사를 상대로 소송이 남발하게 될 가능성도 많다. 

교권 침해는 언제부터 심각하게 된 것일까? 
“사람 되라고, 저 잘되라고 매를 대는 거를 학생 인권이라고 반대하는 인간들 때문에 학교가 이 지경이 된 거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교사의 체벌이 폭력행위로 형사적 처벌을 받는 상황은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큰 변화이기도 하다. 우리 법률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처벌하도록 되어 있으며, 교사나 부모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지식과 정보의 전달자로서 학교 교사의 권위가 급격히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학생들은 인터넷과 모바일로 교사보다 더 빨리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인터넷으로 학습할 수 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교사의 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고 하는 마당이다.

“아이들이 우리를 인정하지 않아요. 토론식으로 수업을 이끌어보려고 질문을 유도하지만 안 해요. 수업을 너무 경시해요. 그나마 중간, 기말고사 없으면 수업을 전혀 듣지 않을 것 같아요.” 
의욕적인 젊은 교사의 한숨이다.
“선행학습이 지나쳐요. 대부분의 사교육이 입시의 주요 교과목에 대해 경쟁적으로 더 빨리, 더 많이 가르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학교가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과연 이러한 산적한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교사들이 스스로 해결을 위해 나서는 수밖에 없다. 오늘날 교육의 문제는 교사 자신들의 문제이다. 결국 현장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뭉쳐야 한다. 교권을 올바로 세우고 교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사들부터 소통하여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의견을 모으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토론과 단합의 기운이 일어나야 한다. 저마다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동료교사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거나, 교권침해가 벌어져도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사고로 무관심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과거 학교에서 횡행하던 각종 비리도 결국 교사들의 자정운동과 단결된 힘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교원단체들의 역할이 크다. 교사들의 고난은 교육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급한 시기에 교원단체들은 교사들의 의견을 모으고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교육부와 정치권에 끈질기게 요구해야 한다. 교사들도 학교에서 교원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현재의 실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교사들이 뭉쳐야 교권도 올바로 세울 수 있고, 교육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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