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나는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의 말을 곧잘 믿어버리는 경향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믿음이 깨졌을 때의 절망감은 그 누구보다도 컸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나의 믿음과 신뢰는 무엇일까? 에 대해 곱씹어 되물어보았다. 인간에 대해 신뢰가 클수록 억울함과 분노가 클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억울함의 시작은 신뢰이며 기대감이며, 억울함의 끝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란 결론을 가져왔다. 

7년 정도 알고 지내던 지인인데, 중간에 3년 정도 연락을 하지 못했지만, 우리 가족이 모두 신뢰했던 사람이 있었다. 나름 신뢰했고 의지했던 사람이라서 많은 부분을 공유했었다. 특히 심리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조언을 해 줄 때마다 그대로 행했는데, 늘 그 상황에서는 ‘나 몰라라’ 했다. 한두 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셀 수 없을 정도로 조언을 얻었고,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음에도 매 순간 신뢰했다. 모임에서도 힘들 때 감정을 표현하라고 해서 솔직하게 표현했는데, 늘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전혀 모른 척했다. 서운하다고 여러 번 표현을 했지만, 그때마다 ‘몰랐었다. 그때 네가 그렇게 힘들어할 줄은’ 매번 ‘헉’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마운 사람이라서 신뢰했다. 

결국 그 모임에서 나는 탈퇴를 당했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탈퇴를 시킨 1인자였다고는 사실에 그 혼란스런 감정을 “나쁜 놈, 모가지를 삐뚤고 싶은 놈,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려도 시원치 않을 놈”이라고 욕해도 시원하지 않았다. 실오라기 같은 아쉬움마저도 저버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봤던 장면인데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컸는데, 결국 그 사람이 살인범이었다는 그런 느낌으로 표현하면 적절할 듯하다. 그만큼의 충격과 배신감은 분별력이 없는 자신에게로 쏟아지고 말았다. 더 중요한 것은 부분을 전체로 인식하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 상황에서 무엇을 바래었을까? 나의 욕구 때문에 스스로가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수없이 되물었다. 그랬다. 적어도 조언을 듣고 그대로 행동에 옮겼을 때는 중간입장에서 입장표명을 해 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해 주기를 기대했다. 이런 믿음이 나의 욕망이라면 그것은 모두 나의 잘못인 것이다. 나의 외침이다. “네가 그 사람과 뭐가 다르냐? 그 사람보다 너는 무엇이 더 낫냐?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나름 믿고 따르고 의지했던 사람에 대해 어떠한 미련도 아쉬움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결국은 모든 문제의 시작과 해결은 ‘나’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처음엔 어이도 없고 기가 막히기도 했다. 그러나 나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상대방을 무한하게 믿어버리는 나의 유아적 환상이 문제였다는 것과 사람을 신격화한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아무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맥이 풀렸다. 맥이 풀린 것은 선배의 말을 전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었을까?

​유아의 ‘환상적 사고’는 이런 것이다. 세 가지의 예를 들면, 첫째, 대부분 유아들은 달이 자기를 따라온다고 믿고 있다. 부모가 된 성인들도 아이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내가 달리면 달도 달린다. 봐봐. 그렇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어떤 유아가 구슬치기에서 보랏빛 유리구슬로 모든 게임을 이겼다고 한다면 그 구슬에 어떤 힘이 있다고 믿으면서 항상 그 구슬을 가지고 다닌다. 즉 청년이나 어른들이 항상 그 자리에서 시험에 합격했거나 로또에 당첨이 되었다면, 항상 그 자리에서 공부를 하거나 복권을 사는 것과 같다. 셋째, 나쁜 아이와 같이 걷거나 손을 잡고 가면 그 나쁜 마음이 자신에게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집에 돌아와서 손을 씻는다. 즉 나쁜 마음을 갖는 것조차도 죄를 짓는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선배가 말한 것처럼 인간을 선하다고 믿고 따라가고 싶었던 것을 욕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그것을 사람을 신격화하고 유아의 환상적 사고발달의 결핍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과 여린 마음을 가진 개인의 특수성으로,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는 자기만의 강점이라고. 그것을 그대로 인정해 주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봐야 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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