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역대 최악 위기, 외국인 선수와 타선의 각성만이 상승세 열쇠

한화이글스가 6연패 늪에서 빠져나온뒤 곧바로 3연승을 거두며 반등의 기회를 맞았다.
한화이글스가 6연패 늪에서 빠져나온뒤 곧바로 3연승을 거두며 반등의 기회를 맞았다.

2023시즌의 초반 이슈는 선두권 경쟁과 중위권 혼전 그리고 최하위 탈출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여기에 개막, 한 달 만에 팀당 소화한 경기가 최대 6경기 차이가 날 정도로 일정이 뒤죽박죽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에만 우천으로 인해 취소된 경기가 연이어 나오면서 선두 SSG는 30경기를, 롯데는 24경기만 치른 상황이다. 기아도 25경기 소화에 그치고 있다.

지난 시즌 완벽한 우승을 거둔 SSG는 이번 시즌에도 강하다. 불규칙적인 일정 속에서도 5연승을 질주하면서 롯데에 잠시 내줬던 1위 자리를 탈환했다.

9연승을 질주하면서 단숨에 선두권에 오른 롯데는 연승은 끊겼지만, 여전히 2위 자리를 지키며 시즌 초반 돌풍의 주역이 되고 있고 시즌 초반부터 기세를 올리고 있는 LG도 SSG, 롯데와 경쟁하며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기아, NC, 삼성, 두산은 불과 1경기 차이로 네 팀이 나란히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연승과 연패로 순위가 하루가 다르게 뒤바뀌는 상황이다.

이정후와의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키움은 4연패에 빠지면서 중위권에서 밀려났다. 아직 하위권보다는 중위권과의 차이가 더 가깝지만, 현재의 분위기라면 앞으로의 행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으로 예상되던 KT의 부진이 5월에도 계속되고 있다. 우천으로 4경기를 치른 지난주 1승 3패, 3연패를 당하면서 최하위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반면, 한없는 추락을 거듭하던 한화이글스는 두산과의 원정 주중 시리즈에서 2승 1패로 위닝 시리즈로 반전의 여지를 만들더니 두 경기 우천 취소 후 벌어진 KT와의 홈 주말 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두며 주간 3승 1패, 3연승으로 최하위 탈출에 성공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페냐의 안정, 오그레디의 반등, 산체스의 적응 중요, 타선의 각성 있다면 상승세 가능

2023년 5월 2일(화)까지 한화이글스의 팀 타격 성적은 타율 0.214, 출루율 0.300, 장타율 0.283, OPS 0.583였다. 당연히 시즌 최하위에 해당하는 지표였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올 시즌에 국한된 최하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역대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2023년의 한화이글스보다 못한 팀 타격 성적을 냈던 팀은 없었다. 역대 최하위 팀 타격 성적을 다퉜던 구단은 두 팀으로 추려진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1993년의 쌍방울레이더스와 태평양돌핀스다.

1993년의 쌍방울레이더스는 타율 0.225, 출루율 0.302, 장타율 0.301, OPS 0.603를, 태평양돌핀스는 타율 0.227, 출루율 0.293, 장타율 0.302, OPS 0.595를 보여주면서 팀 타격에 있어서 역대 최하위의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났으니 바로 2023년의 한화이글스다. 2023년의 한화이글스는 무려 30년 전의 두 팀에 비해 공격력이 부족한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3년 연속 최하위의 굴욕 속에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이뤘다고 자부했지만, 시즌 초반의 행보는 예년의 시즌보다 더 좋지 않은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2023년 5월 2일(화) 기준으로 6연패를 당하면서, 유일하게 팀 승률이 3할에 못 미치는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다행히, 3일(수)과 4일(목) 두산과의 경기에서 연승을 거두면서 역대 최악의 타격 지표보다는 나은 성적으로, 시즌 팀 승률은 3할을 넘어서는 분위기 반전에는 일단 성공했고 우천으로 두 경기 취소 후 벌어진 주말 마지막 경기에서 KT에게 승리를 거두며 3연승과 함께 최하위 탈출에도 성공하며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일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안 좋아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부분이 희망이 될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이글스는 지난 4월 한 달을 잘 짚어보고 5월의 상승세를 위해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화이글스의 타격 파트를 담당하는 지도자는 1군에 김남형 코치와 박윤 코치이다. 퓨처스에는 정현석 코치가, 육성군은 이상훈 코치가 맡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젊은 지도자들이나 선수 시절 타격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었던 선수는 아니었고 지도자 경력도 짧아 경험이 부족하고 지금 당장 자신만의 타격 철학을 가지고 선수를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보기에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수베로 코치 1년 차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은 워싱턴 코치의 영입으로 젊은 야수들의 타격에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었으나, 2022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김남형 코치가 메인 코치로 올라섰고 2022시즌과 2023시즌 최악의 타격 지표를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닐 수 있다. 워싱턴 코치가 떠난 타격 파트에 타격 철학과 지도 경험이 많은 지도자가 영입됐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도 현재 한화이글스의 현실을 뒷받침한다.

기대했던 유망주들의 성장이 더딘 것이 어쩌면 한화이글스 타선의 가장 큰 문제이자 고민이다. 2019시즌 큰 기대감으로 한화이글스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했던 “변노유”. 노시환을 제외하고 외야 유망주였던 유로결은 기대했던 잠재력이 터지지 않고 있고, 그나마 타격 잠재력을 보인 거포 유망주 변우혁은 기아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떠났다. 변우혁은 19경기 출장, 타율 0.184 2홈런 9타점으로 기대에 못 미치지만, 득점권에서 18타수 5안타 0.278, 8타점을 기록하며 나름 기회를 부여받으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특히, 1루 자원으로 분류된 김인환과 김태연의 심각한 부진으로 변우혁의 부재는 너무 큰 아쉬움으로 남는 상황이다. 반면, 변우혁 대신 받아온 투수 한승혁과 장지수. 한승혁은 제2의 홍건희를 꿈꾸며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개막 후 10경기 7.20의 평균자책점을 남긴 채 퓨처스로, 장지수도 단 한 경기만 1군에 얼굴을 내민 채 다시 퓨처스로 내려간 상황이다.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끝냈을 때, FA자격을 얻게 되는 노수광도 ‘FA로이드’로 큰 기대가 있었으나 시즌 초반 반짝했을 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나마 타격 생산력이 있기에 트레이드를 통해 뒤늦게 영입한 이명기는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 초반 일찍 팀을 떠난 상태이다. 시즌 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팀 전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선사한 하주석도 현재 상황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외국인 타자 오그레디의 부재이다. 노시환, 채은성, 오그레디로 이어지는 힘 있는 중심타선을 구상했던 수베로 감독은 개막부터 오그레디가 심각한 부진에 빠지면서 중심타선 구상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오그레디는 장타는커녕, 컨택트 자체가 안 되면서 63타수에서 31개의 삼진을 당했고 68타석에서 볼넷은 4개에 불과했다. 타율은 0.127, 출루율 0.176 장타율 0.159 OPS 0.335를 기록하고 있다. 기대했던 홈런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또 외국인 중심타자로서 매우 중요한 득점권에서 20타수 3안타, 타율 0.150을 기록하면서 결정적일 때 팀에 전혀 힘을 보태지 못했다.

아마도, 시즌 초반 오그레디의 평균적인 활약만 있었어도 2-3승은 더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 정도로 오그레디에게 걸렸던 결정적인 득점권 기회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 두산과의 잠실 경기와 KT와의 홈경기에서 장타도 터지고 대량 득점도 하면서 타선에 숨통이 트인 상황이지만, 단 세 경기에 불과하다. 타선에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잇지 못한다면 다시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노시환이 장타의 손맛을 보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잠깐 부진했던 채은성이 다시 타격 사이클이 올라오면서 중심 타선의 핵심은 여전하다. 여기에 김인환이 장타 맛을 보면서 지난 시즌의 컨디션만 찾는다면, 중심 타선의 힘은 경쟁력이 충분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 타자 오그레디의 복귀와 활약이다. 퓨처스에서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경기 감각을 찾고 있는 오그레디의 복귀 시점과 활약 여부가 한화이글스 타선의 힘을 결정하는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만약, 오그레디의 모습이 기대와 다르다면 빠른 결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1선발 역할을 하고 있는 페냐가 시즌 첫 퀄리티 피칭과 최다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새롭게 데뷔하는 산체스와 함께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주는 것이 중요해진 5월이다.

페냐가 꾸준한 모습으로 외국인 투수의 역할을 해주고 산체스가 쉽지는 않겠지만 빠르게 한국프로야구에 적응한다면, 기존의 장민재, 김민우, 문동주와 더불어 선발 로테이션은 가장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외국인 타자 오그레디만 기대대로 복귀가 된다면 노시환, 채은성, 오그레디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드디어 완성되면서 전체적인 타선의 중심이 잡히고 파괴력이 생길 것이다.

최근, 페이스가 살아나고 있는 정은원과 김인환만 조금 더 컨디션이 올라온다면 현재 보여주고 있는 최악의 팀 타격 페이스는 다시 보여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3연승으로 반등의 여지는 만들어졌다. 최하위 탈출도 성공했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의 반등과 타선의 각성만이 지금 한화이글스가 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세 번째 시즌인 2023년. 한화이글스는 대도약을 위한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외부 영입된 선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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