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넷플릭스에서 '나는 신이다' 프로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닌, 어쩌면 그것은 이해를 넘어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을 신격화하는 무서운 집단의식,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나'라고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경은’이로 잘 버티고, 잘 살아낸 삶을 스님과의 짧은 만남 속에서 나의 이름과 아들의 이름을 바꿔야한다는 말씀과 절대 교회는 가지말라는 강력한 말씀에 약 3주 동안은 그렇게 해야된다고 맹신했었다. 이렇게 무언가를 믿고 싶은 나와 별반 무엇이 다르겠는가. 경우에 따라 부적을 받아오기도 하고, 나는 스님의 ‘옥추경’을 받아왔다. 마치 ‘옥추경’을 부적처럼 매일 8시간 이상을 들었다.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의 회고록인 <한중록>에는 사도세자는 하루에도 여러 명을 죽였고,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날에는 짐승이라도 죽여서 본인의 화를 삭혔다고 쓰여있다. 사도세자는 자신이 의지하던 정성왕후, 인원왕후가 잇달아 세상을 떠나자 극심한 신경증과 우울증 등 정신병에 시달렸다. 이는 세자가 <옥추경>을 읽기 시작한 뒤로 정신이상 증세가 보였다고 한다. <옥추경>은 귀신을 부리는 주문이란다. 박하원의 ‘임오화변’을 기록한 <대전록>에서 사도세자가 죽인 사람이 백 명이 넘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스님 말씀에 의하면, <옥추경>을 아무나 공부를 할 경우에는 정신증으로 가족을 모두 파탄낸다고 했다. 또한 <옥추경>을 아무거나 틀어서도 안된다고 했다. 옥추경은 도가(道家)의 치병(治病)경전에서도 나오지만, 병을 치유해주는 말씀으로도 익혀진다고 했다.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면서 스님의 ‘옥추경’을 백만원이란 비용과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려주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 ‘옥추경’을 부적처럼 받들고 있는 나의 모습에도 얼마나 모순이 많은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치유의 은사를 믿고 싶을 뿐이었다. 

결국 그 맹신은 3주만에 깨졌다. 찾아뵈려고 연락을 자주 했는데, 굳이 바쁜데 주말마다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부터 나의 불신은 시작되었다. 그만큼 나는 얼마나 어리석고, 성당을 물리칠 만큼 그 순간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3주 동안 천도재, 옥추경, 스님의 말씀으로 심신의 안정을 찾는데 팔백만원을 지출했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공부를 했다.

내가 창조주를 믿는 것은 영혼육을 가진 인간임을 믿기 때문이었고, 창조주에 대한 믿음은 대우주의 원리를 증명할 수 없는 그 무엇, 그런 의미에서 태초의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다. 그 존재는 인간이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내 삶의 방향성이었다. 지금도 변함없는 것은 인간은 신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때론 신적 영험함이 남과 다르다는 것으로 자신을 신격화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은혜를 입다 보면 충성하게 되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 무엇으로 붙들게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좋지않는 말(부정의 말)을 들으면 안 듣느니만 못하기 때문에 되도록 좋은 말을 나누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과거에 파동성명학을 잠시 접하면서 이름을 바꿔야한다는 말과 이번에도 스님의 말씀대로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내 이름과 아들 이름을 원상복귀 시켜야 한다는 말을 듣고서 그냥 있을 수 없었다. 그것이 살 길이라고 믿고 싶은 내가 있음을 인정한다. 

자신이 힘들수록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묻기보다는 그럴수록 자신을 더 단단하게 붙잡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나약함은 나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한 때 수녀를 꿈꿨던 것도 종교가 아닌 특별한 인간애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잘 안다. 나는 그럴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으며 스스로 절제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보지 않으면 찰나의 순간으로 탐욕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처절하게 믿는다. 또한 아들과 딸의 엄마로써 자제력을 가르쳐주지 못하고 절제하는 생활을 보여주지 못함으로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고통을 줬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까지 나를 놓지 않고 살아왔는데, 다시 살아보려 한다. 살다보면 또 흔들리는 날이 올테지. 그 흔들림에 춤을 출 수 있도록 견고한 나를 조금씩 만들어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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