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기의 법률톡톡] 해제의 종류

송문기 변호사.
송문기 변호사.

몇주 전에 공인중개사 분들이 오셔서 질문한 내용이었는데, 건물의 잔금이 지급되지 않았는데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했으니 매도인이 해제를 못 하지 않느냐는 논지였다. 이는 약정해제와 법정해제, 합의해제를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상 계약금을 주고받는 것을 별도의 계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계약금을 주고받는 것도 하나의 계약이다. 이를 계약금계약이라 하며, 요물(실제 물건을 급부할 것을 성립요건으로 요하는)계약이므로 계약금이 실제로 지급되면 계약금계약이 성립하게 된다. 매수인이 계약금을 지급하면서 체결된 이 계약금계약은,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할 경우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수취하였던 계약금의 배액을 매수인에게 지급할 경우 매도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당사자들이 사적자치에 의하여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계약금계약으로 정한 것이므로, 이를 약정約定해제라 한다. (민법 제543조 제1항,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중에서 계약에 의한 해제의 권리가 있는 경우이다.)

이와 같은 약정해제로는, 계약금의 지급과 수수 단계를 넘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는 이행의 착수 단계에 이르르면 본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법정해제는 다르다. (민법 제543조 제1항,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중에서 법률의 규정에 의한 해제의 권리가 있는 경우이다.)

법정해제는 민법 제544조 이행지체나 민법 제546조 이행불능 등을 요건으로 하여 행사할 수 있도록 법률이 정한 해제권이다. 당사자 간의 사적 약정이 근거가 아니라, 민법이 정한 권리이므로 법정法定해제라 한다. 채무불이행(이행지체, 이행불능, 명문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나 이행거절 등)을 요건으로 하는 법정해제권의 행사는, 통상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했지만 잔금을 이행기까지 지급하지 않아서 채무불이행을 구성하였을 때 매도인이 잔금을 지급하라고 최고한 이후 상당기간이 지난 후(또는 매수인의 확고한 이행거절의 의사가 표시되었다면 그 즉시)에, 매도인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약정해제와 법정해제와 달리 합의해제도 살펴보아야 하는 점이 있다.

합의해제는 당초 약정된 해제권의 행사가 아니고, 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을 요건으로 한 법정해제도 아니라,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한 새로운 계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적자치 즉 당사자들의 합의로서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므로 원상회복의 범위도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정한 바 있으면 그에 따른다. 또한 본래 계약이 해제될 때의 원상회복에 대하여 민법 제548조가 정해져 있지만, 합의해제에 관하여는 약정이 없더라도 민법 제548조 제2항(지급받은 금전에 이자를 가하여 반환)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역시 “(...) 합의해제 또는 해제계약이라 함은 해제권의 유무에 불구하고 계약 당사자 쌍방이 합의에 의하여 기존의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켜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으로서, 그 효력은 그 합의의 내용에 의하여 결정되고 여기에는 해제에 관한 민법 제548조 제2항의 규정은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없는 이상 합의해제로 인하여 반환할 금전에 그 받은 날로부터의 이자를 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16011 판결 계약금등)라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합의해제를 할 경우 계약당사자들은 추후 분쟁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문언을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 다만 법정해제는 물론이고 합의해제라 하더라도 제3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해하여서는 안되기 때문에 대법원은 “(...)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의 규정상 이러한 합의해제를 가지고서는, 그 해제 전의 분할협의로부터 생긴 법률효과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고 등기·인도 등으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한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 (대법원 2004. 7. 8. 선고 2002다73203 판결 근저당권말소)라고 판시하여 제3자를 보호하고 있다.

위 판례에서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해제에서 보호받는 제3자는 완전한 권리를 취득한 제3자여야 하므로 제3자는 등기·인도 등을 마쳤어야 보호받는다는 점이다. 등기·인도 등과 물권변동 등에 관하여서는 전에 기고하였던 “민법과 형법의 교차점” 중 소유권변동 부분을 참조하시면 되겠다.

참고1: 매수인이 중도금을 선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중도금을 선지급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있는 경우 이에 따라야 한다.

참고2: 계약의 해제는 불가분성이 있다.

[송문기 변호사]
*대전광역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인사위원회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실무수습 제도개선TF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당선(2023.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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