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연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미연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미연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의 학교폭력 피해 사건을 접수한 이후로, 자녀를 위해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들의 병원치료를 강행하면서 가해 학생들은 오히려 성실하게 학교를 다니고, 피해학생은 더 피해 다녀야 하는 현실에서 나는 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부모라는 이유로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앞선다.

최근 2주간 삶의 지축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개명을 하고, 개종을 하였다. 사실 지금도 종교는 잘 모르겠다가 나의 답이다. 그러고 보니, 내 삶을 지탱해 주었던 것이 유교사상임을 알게 되었다. 나를 안타까워하는 지인들의 쓴소리를 며칠째 들으면서 괴로웠고 화도 났으며 감정의 도가니 속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심하게 흔들리는 내가 싫을 정도였고, 내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상담학적으로 접근해서 분석을 해봐도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인정하는 편이 나에게는 쉬웠나보다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신과 대화를 한다는 영험한 스님을 소개받으면서 전격으로 믿었다. ‘믿고 싶었다.’란 표현이 맞다. 때론 나도 의존성이 높을 만큼 믿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내가 수없이 흔들릴 때는 무언가에 매달리고 싶고, 의존하고 싶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름도 바꿔보고, 천도재도 진행했다. 많은 위안이 되었고, 망자를 좋은 곳으로 보내주기 위한 천도재를 지내면서 3대 조상님의 말씀도 듣게 되었다. 그리고 화난 조상님들을 달래주기도 했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또한 아들 일도 잘 풀린다고 하여 개명을 했다. 주변 사람들은 “개명해서 사람이 다 잘 된다면 다 개명하겠다”라고 말을 했지만, 그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깨달았다. 내 내면에는 유교사상이 뿌리 깊게 있다는 것을. 또한 인간에 대한 인간애가 남다르다고만 생각했었다. 중심이 자주 흔들리는 나를 심리학 교수님께서는 자기중심을 정신분석적, 대상관계적으로 잘 분석해서 찾아보라고 하신다. 이번 만큼은 그런 초점에서 자신을 분석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사랑을 모른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반박하고 싶었다. 사랑은 모든 것의 핵심이며 근원임을 안다. 특히 ‘인(仁)’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 외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 특히 아무리 그 사람이 예의가 있더라도 그 바탕에 사랑이 없으면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는 깊은 사고개념을 지니고 있다.

『논어』에서 ‘인(仁)’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다양한 글귀로 표현했다. “다른 사람을 자기 몸과 같이 사랑하라.”, “자신이 어떤 목표에 도달하고자 한다면 남을 먼저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라.”,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예(禮)를 지키는 생활로 돌아가라.”,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 “항상 강직하고 꿋꿋하게 행동하라.” “어려운 일은 내가 먼저하고 이익되는 일은 남에게 양보하라.”, “일상생활에서 공손하고 공경스럽게 처리하며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충실한 태도를 지녀야 할 것이다.”라는 것들이다. 지금까지 나의 좌우명처럼 품고 살았던 내용이다. 

특히, 맹자의 성선설을 믿고 살아왔던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인의예지(仁義禮智) 즉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측은지심, 불의를 보면 부끄러움과 함께 분노를 느끼는 수오지심,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양보할 줄 아는 미덕인 사양지심, 학문을 연구하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시비지심을 삶의 주축으로 삼고 살아왔다. 

내 내면에는 종교의 특성보다 유교사상이 짙다. 유교사상을 기본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하고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응보와 자신의 가르마 즉, 업보를 생각하면서 선을 향한 갈망적 삶을 지향하며 살았다. 기의 흐름과 음양오행설을 믿었으며 인간의 욕망과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천인합일(天人合一)사상과 자기수양도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기독교도 천주교도 불교도 아닌 통합해야 한다는 즉, ‘참되려고 노력하는 삶’이 지금까지의 나의 삶의 지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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