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고전인문학]

김충남 강사.
김충남 강사.

‘어느 날 장자가 돌멩이를 던져 나무 위에 있는 까치를 잡으려 하고 있는데 까치는 자신이 위험에 빠진 것도 모르고 나무 위에 있는 사마귀를 잡아먹으려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고, 사마귀는 까치가 뒤에서 자신을 잡아먹으려 하고 있는 위험을 모른 채 매미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고, 매미는 그것도 모른 채 그늘 아래서 자신이 승리자인 양 노래만 하고 있었다.’는 장자의 우화입니다.

이 우화는 경쟁과 승부의 시스템으로 짜여진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나타냄이라 하겠습니다. 경쟁과 승부는 인간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할 수 있지요.

이어령 교수께서 죽음을 앞두고‘내 삶에 동반자는 없었고 경쟁자만 있었다.’라고 술회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반자라고 하지만 그 속마음은 경쟁 관계인 것이 불편한 진실인 것 같습니다.

경쟁과 승부의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인간의 화두는‘어떻게 하면 이기며 살 수 있을까?’라 할 때 전쟁의 비법이 집대성되어 있는 손자병법에서 그 지혜를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 바꾸고 새롭게 하라.

장자의 우화를 다시 정리해보죠.‘까치는 사람이 돌멩이로 자기를 잡으려는 위험을 모른 채 이기는 자가되어 사마귀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고, 사마귀 역시 까치한테 잡아먹히려는 위험을 모른 채 이기는 자가되어 매미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고, 매미는 자기가 이긴 자인 양 나무 그늘 아래서 위험을 잊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내용인데 경쟁과 승부의 사회에서 먹고 먹히며, 이기고 지는 승부와 경쟁은 끝없이 이어지고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거죠.

손자병법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전쟁에서 거둔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戰勝不復) 다시 승리하기 어려우니 끝없이 새로운 상황에 대응토록 하라.’하였죠.

경쟁에서 이기는 법은 겸손함과 유연함입니다. 지금의 승리와 성공이 영원하리라는 자만을 버리는 것, 이것이 겸손함이죠.

지금의 승리와 성공의 방법에 경직되어 있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것, 이것이 유연함이죠.

그렇습니다. 겸손함과 유연함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는 것, 이것이 경쟁과 승부에서 이기는 법입니다.

▲ 너의 실수를 나의 기회로 하라.

‘남의 집 불난 곳에서 새는 냄비를 때운다.’는 중국 속담이 있지요. 남의 집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 구멍 난 자기 집 냄비를 가져다 그 불기로 냄비를 때운다는 거죠. 이처럼 남이 불행에 빠졌을 때 그 불행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채운다는 전략이 삼십육계의‘진화타겁’(趁火打劫)으로서 남의 집 불난 틈을 타서 물건을 빼앗으라는 거지요. 남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것을 나의 이익과 실속을 채우는 기회로 활용하라는 겁니다. 부도덕하고 비정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제로섬게임 같은 승부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기기 위해서 상대의 허점이나 실수를 노려야 한다는 거죠. 병법의 하나인 진화타겁(趁火打劫)의 전술을 가장 잘 펼치고 있는 곳이 전쟁터를 빼놓고는 정치판이 아닌가 합니다. 상대 당이 계파싸움으로 혼란에 빠져 있을 때 그 틈을 파고들어서 상대 당 지지도를 빼앗아 오는 거죠.

자기 자신의 허점은 경쟁자의 공격기회가 되고, 조직의 갈등분열은 경쟁조직의 호재(好材)가 되고, 나라의 내우(內憂)는 외환(外患)의 빌미가 되니 자신의 성(城)을 튼튼히 하는 것 만이 적이나 경쟁자에게 틈을 보이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지요. 그렇습니다. 이기고 지는 그 일차적 원인과 책임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있음이 아니겠습니까?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지요.

▲ 죽기만을 각오하지 마라.

‘죽기를 각오하면 반드시 산다.’(必死卽生) 이순신장군의 모토이지요. 그러나 손자병법에서는 이와는 달리‘죽기만을 각오하고 싸우면 죽을 수 있다.’(必死可殺)라 하였죠. 전쟁터에서 전술, 전략 없이 무조건 용맹만 믿고 싸우면 죽는다는 거죠.

공자께서도‘맨손으로 호랑이와 싸우고 맨발로 걸어서 강을 건너다 죽어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사람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하셨는데 자신의 용맹만 믿고 무모하게 경솔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승부 경쟁에 있어서 전략 전술의 이성적 판단에 의하지 않고 맨손으로 호랑이와 싸우겠다는 용맹의 감정에 치우치면 지게 되는 것은 뻔 한 일이지요.

‘이길 수 없을 때는 수비에 들어가라, 이길 수 있는 상태일 때 공격하라.’하였습니다. 공격은‘이길 수’있다는 신념이 아니라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전략적, 이성적 판단이 섰을 때 하라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남과의 경쟁에나, 어떤 일에서‘할 수 있다’‘이길 수 있다’는 의욕, 용기, 확신의 감성적 판단이 앞장서서는 안 됩니다. 현실, 계획, 전술, 전략의 이성적 판단이 먼저입니다. 죽기만을 각오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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