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기 변호사의 법률톡톡]

송문기 변호사.
송문기 변호사.

민법과 형법의 교차점: 재산범죄(사용절도와 자동차불법사용·재물손괴 등)의 불법영득의사와 객체인 물건(타인재물과 소유권변동·등기 등)에 관하여

“내 자전거는 공공재?…이틀 타고 제자리 갖다 놓자 '무죄'(머니투데이, 2023. 01. 02. 기사)”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고 연초에 몇몇 지인들이 나한테 사용절도가 무엇인지 물어온 바 있다. 마침 최근에 피의자의 불법영득의사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기소유예된 사안을 하나 보았고, 거꾸로 자동차를 돌려두지 않아 절도로 기소된 사안을 하나 보았던 터라, 불법영득의사와 객체가 되는 재물의 소유권 등을 다루어보고자 한다.

절도는 재산범죄다. 재산범죄이니만큼 타인의 재물에 관한 불법영득의사가 행위자에게 있을 것을 초과구성요건으로 한다. 따라서 행위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침탈할 의사가 아니라 그저 자신이 일시적으로 사용하기만 할 의사로 재물을 가져갔고, 실제로도 행위자가 일시 사용한 정도에 그쳤기에 특별히 재물의 가치 훼손이 없었다면, 이를 강학상 사용절도라고 하고 절도의 불법영득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된다.

그런데 사용절도는 위와 같이 행위자 자신이 “영득”할 의사는 없고 그저 가져가서 일시 사용하는 정도에 그쳐야 하므로, 사용 후에는 손상 없이 제자리에 반환하는 등의 사실이 있어야 불법영득의사가 없다고 인정된다. 예컨대 학생이 ‘급한 나머지 도서관 옆자리 사람의 법전을 허락을 받지 않고 급히 형법총론 시험장에 가져가 사용하였지만, 법전을 일시 사용할 의사였을 뿐 불법영득하려는 것은 아니었으며 수 시간 뒤에 옆자리 사람의 자리에 다시 돌려놨다.’는 식이다.

그러므로 일시 사용한 물건을 돌려주더라도, 상당히 떨어진 다른 자리에 가져다 두었다거나, 또는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돌려주었다면 사용절도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아울러 물품을 일시적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용으로 인하여 그 재물의 가치가 상당히 저하되었다면 사용절도로 볼 수 없고 처벌받게 된다. 예컨대 헬스용 단백질 보충제 한 통을 덥석 가져가서 다 먹어치운 후 한 시간쯤 뒤에 빈 통으로 돌려줬다면 사용절도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사용절도에서 불법영득의사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결국 지난 칼럼에서 사기의 고의성에 관해 다루었듯이, 변호사들이 치열하게 다투어야 할 ‘고의의 존부에 관한 증명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재산범죄에 관한 기본적인 요소를 살펴보면 타인의 재물·재산상 이익을 객체로 하고 초과구성요건으로 불법영득의사를 요구하기 때문에, 재물손괴에 관해서도 재미있는 사건이 또 하나 보도된 적이 있다. 이 사건에서는 물권변동에 관한 민법 제186조가 검토되어야 하는 사건이었다.

“‘집값 더 줘’ 거절했더니…온 집안에 ‘까나리 액젓 테러’(조선일보, 2020. 12. 03. 기사)”라는 제하의 기사인데, 이 기사에서 눈여겨볼 점은 피해자를 대리한 법무법인이 “(...) 당시 이삿짐센터 직원 측 진술을 통해 B씨가 소유권 등기이전 후 주택 내부를 훼손한 정황을 확인했다. 한 마디로 주택이 A씨 소유로 넘어간 뒤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있다. (...)”라고 하여 까나리액젓 테러행위 당시 주택의 소유권자가 누구였는지를 당시 이삿짐센터 직원의 진술을 통하여 검토·입증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이는, 민법상 법률행위(대표적으로 매매계약 등)에 의한 부동산의 물권변동의 성립요건으로 등기를 요하기 때문이다.(민법 제186조, 구 민법 시대에는 의사주의에 따랐으나 현재 우리 민법은 소유권 등 물권변동에 있어 일정 요건 즉 등기 등 공시방법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는 형식주의에 따르고 있다.) 매수인이 부동산에 관하여 체결된 매매계약에 따라 잔대금까지 전부 지급하고 설령 인도를 받았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기 전까지는 아직 민법 제186조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의 물권변동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①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인 아파트를 훼손하였다면 자기물건을 훼손한 것이 되므로 재물손괴가 성립하지 않지만, ②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후에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인 아파트를 훼손하였다면 타인재물(매수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부동산)을 훼손한 것이 되어 재물손괴를 구성한다.(위 기사를 보면 매수인이 약정한 기일 이전에 중도금을 선지급하였다거나, 매도인이 계약 해제를 원했던 사정 등도 일부 언급되는데, 부동산 매매와 계약금계약 및 해제와 중도금지급 등에 대해서는 다음 번 칼럼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반면 부동산이 아닌 물건, 즉 동산의 경우에는 자동차나 건설기계 등 등록을 요하는 일부 고가자산인 경우를 제외하고 물권변동의 성립요건으로 공시방법을 인도·간이인도·점유개정·목적물반환청구권양도(민법 제188조 내지 제190조)로 하였기 때문에,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전부 치르고 동산을 현실로 인도받으면 동산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되는 차이가 있다.

이렇듯 법률사건에서는 물건의 객체(예컨대 동산인가, 등록을 요하는 동산인가, 부동산인가 등)에 관하여 요건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다른 체계의 법률(예컨대 재물손괴의 성립을 검토하기 위하여는 타인의 재물인지부터 검토하여야 하는 등)이 서로 얽히므로 법률에 대한 이해가 폭넓게 요구되는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옛 사법시험과 현 변호사시험에서 다루는 법이 민법, 민사소송법, 형법(교특법·성폭법·특가법 등 특별형법 포함), 형사소송법, 헌법(국회법·헌법재판소법 등 포함), 행정법(행정소송법은 물론 공물법·경찰행정법 등 특별행정법 포함), 상법(회사법과 어음수표법·보험해상법 등 포함)에 달하는 이유이고, 현 변호사시험이 5일(중간 휴식일 1일 포함)에 걸쳐 객관식과 주관식인 논술사례형은 물론 기록검토형까지 과목을 달리하여 치르게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며, 변호사들이 맡은 사건에 대하여 팀을 꾸려서 밤낮으로 검토를 거치고 다른 변호사들과도 수시로 활발하게 의논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참고1: 자동차는 특별히 고가의 물품이기 때문에 사용절도로서 처벌받지는 않더라도 형법상 자동차불법사용죄로는 처벌받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하겠다. 이는 행위자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없더라도, 불법사용의 고의로 타인의 자동차를 불법으로 사용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다. 따라서 조문 역시 본래는 사용절도에 해당하는 ‘동의없이 일시 사용한 자’를 자동차불법사용행위의 주체로 규정한 것이다.

(형법 제331조의2(자동차등 불법사용) 권리자의 동의없이 타인의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일시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참고2: 타인의 재물을 절도한 이후 그 재물을 손괴하였다면 재물손괴는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이미 타인의 재물을 절도하여 그 재물에 관한 소유권을 침탈하여 법익을 침해하였기 때문에, 손괴는 별도로 평가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트북을 절도하였다가 노트북을 부숴버린 경우 절도로만 평가받고 처벌된다.

[송문기 변호사]
*대전광역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인사위원회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실무수습 제도개선TF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당선(2023.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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