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수베로의 선수단 운영, 선수 기용 그리고 전략의 효율성 확인 필요

시범경기 1위로 2023 시즌을 시작한 한화이글스가 어찌된 일인지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의 경기 운영에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범경기 1위로 2023 시즌을 시작한 한화이글스가 어찌된 일인지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의 경기 운영에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우려를 낳았던 2023시즌이 성대하게 막을 열었다. 2023시즌을 앞두고 펼쳐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예선 탈락을 하면서 체면을 구긴 야구 대표팀, 유망주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서준원, 단장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장정석까지 2023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에 악재가 겹쳤다.

자칫, 야구팬이 야구를 떠나도 상관없을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이 시즌 전에 연이어 벌어졌다. 하지만, 야구팬은 야구를 저버리지 않았다. 개막 2연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막 첫 주를 순조롭게 보낸 10개 구단이다.

지난 시즌 완벽한 우승을 이뤄낸 SSG, 2021시즌 우승팀 KT, 올 시즌 강력한 대권 도전 후보인 LG가 초반 상승세를 보이면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섰던 롯데와 한화는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면서 험난한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두 구단의 사령탑은 공교롭게도 외국인 감독이다.

대대적인 전력 보강으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했던 두 팀이 나란히 하위권에 처진 것은 외국인 감독의 경기 운영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타자’ 이승엽을 감독으로 선임해 명가 재건에 나선 두산은 시즌 초반 무난한 성적으로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 시즌 반등을 위해 박진만 신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삼성은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며 고전하고 있다.

주중 삼성과의 경기에서 개막 연패 탈출에 성공한 한화이글스는 계속된 접전의 승부 속에 어려운 경기를 펼치고 있는데, 아쉬운 운영이 발목을 잡으면서 연장 패배 및 한 점 차 승부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최하위에 처진 한화이글스는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면 계속 ‘졌잘싸’만 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승부처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는 한화이글스고 수베로 감독이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하면서 정상적인 운영을 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베로 감독의 멀티포지션과 극단적 수비 시프트의 효율 따질 때

한화이글스 수베로 감독은 지난 2021년 한국 무대에 입성하면서 최하위 한화이글스를 바꿔 놓기 위해 많은 방법을 강구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육성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을 돕는데 최적화된 인물이었기에 침체기에 있던 한화이글스는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초점을 맞춰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게 된다.

한국 무대 데뷔와 함께, ‘극단적 수비 시프트’를 앞세워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한화이글스의 정체성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두 시즌 동안 받아든 결과표는 최하위였다.

구단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채, 손을 놓고 있었고 수베로 체제의 2년 포함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자, 단장을 바꾸면서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섰다. 단순한 선수단의 뎁스 강화 뿐 아니라 역량 있는 지도자의 영입 등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며 나름의 성과를 거둔 채 2023시즌을 맞았다.

최근의 하위권 성적으로, 대형 유망주들의 손쉬운(?) 입단도 이루어졌다. 노시환, 문동주, 김서현 등이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고 남지민, 한승주, 허인서, 문현빈 등이 전략적이고 공격적인 스카우트에 의해 이글스의 미래를 함께하게 되었다.

이런 좋은 토대 속에 수베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육성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팀을 운영했다. 적응의 첫 시즌을 최하위로 마감한 수베로 감독은 이듬해 ‘이기는 야구’를 천명하면서 팀의 상승을 유도했지만, 여전히 팀은 최하위였고 첫 시즌보다 더 못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지난 시즌 부진의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외국인 투수들의 집단 부상으로 인해, 시즌 내내 외국인 투수 덕을 전혀 보지 못했다. 그리고 외국인 타자 터크먼이 꾸준했지만, 팀이 요구했던 장타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성장의 폭에 기대를 걸었던 하주석, 정은원, 노시환 등의 젊은 유망주들은 나름의 결과는 냈지만, 제자리걸음에 가까웠다.

필자는 위에 언급한 다양한 이유와 함께, 가장 아쉬운 원인으로 “수베로 감독의 선수단 운영”을 꼽고 싶다. 필자가 수차례에 걸쳐 수베로 감독의 ‘운영의 묘’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이유이다.

수베로 감독은 팀의 중심을 이루었던 베테랑들이 떠난 상황에서 이글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공격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했고 공격력이 좋은 선수를 라인업에 포함해야만 했다.

내야수로만 뛰었던 조한민을 좌익수로, 군에서 돌아온 김태연은 주 포지션인 3루에 노시환이 버티고 있기에 2루로, 1루로, 심지어는 외야수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공격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필자도 김태연의 공격력을 살리는 방법에 대해선 찬성하는 쪽이었으나, 멀티포지션이 아니라 아직 젊지만, 지명타자로 꾸준하게 밀어주자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었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멀티포지션을 선호했다. 김태연을 3루에 기용하고자 노시환을 1루로 기용하는 상황도 나왔고 김태연의 외야수로의 포지션 변경 실패와 함께 외야수의 포지션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이 ‘나는 이글스 외야수다’ 오디션이 계속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좋은 야수 신인을 발굴한 한화이글스다. 바로 문현빈. 문현빈은 내야 자원이다. 하지만, 중견수로도 기용이 되고 있다. 정은원을 긴장시키고 박정현과 경쟁을 시켜야 하는 자원인데, 중견수로까지 내보내고 있다. 이제 갓 데뷔한 고졸 신인 선수를 말이다. 차라리 외야수로의 전향을 통한 붙박이로 기회를 준다면 이해가 된다. 지금은 스프링캠프 평가전, 시범경기가 아니라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된 시즌 초반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태연의 실패를 문현빈에게 고스란히 전할 이유가 없다. 아직 설익은 수비를 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멀티포지션을 통한 불편한 수비 상황을 만들어 줄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정적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수베로 감독의 ‘극단적 수비 시프트’는 첫 시즌 모든 구단의 관심 속에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리그에 큰 전술적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팀을 구하는 ‘정답’은 아니었다.

‘극단적 수비 시프트’를 위해서는 투수와 포수가 그 시프트에 맞게 좋은 투구를 해줘야 하는 선결과제가 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은 그렇지 못했다. 여기에 젊은 유망주로 내야진을 꾸린 한화이글스는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의 위치에서 수비해야 했고 수시로 그라운드를 횡단해야 했다.

투수들은 시프트에 울고 웃게 되는데, 허무하게 시프트가 뚫리게 되면 아무래도 충격이 오래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결정적일 때의 시프트가 아니라 경기 중 계속된 시프트는 오히려 투수들을 위축시키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 여지가 충분히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 수비의 안정성이 확립되지 않은 젊은 내야진들의 잦은 수비 위치 이동은 체력 뿐 아니라 전체적인 수비의 정확성에도 분명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수비 효율성 뿐 아니라 실책의 개수만 보더라도 충분한 유추가 가능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경험에 의한 수비적인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정은원, 노시환의 수비력을 보면 이 현상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세 번째 시즌인 2023년. 한화이글스는 대도약을 위한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외부 영입된 선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2023시즌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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