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한승혁, 강재민, 윤산흠 시련 겪은 3인방 든든한 필승진으로

2023 시즌 불펜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 3명. 왼쪽부터 한승혁 강재민 윤산흠.
2023 시즌 불펜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 3명. 왼쪽부터 한승혁 강재민 윤산흠.

2023시즌을 앞두고 마지막 점검이 한창이다. 시범경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10개 구단의 시선은 4월 1일을 향하고 있다.

시범경기가 전부는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시범경기를 통해 시즌을 준비하고 시즌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기에 시범경기 결과도 팬들의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박진만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앉힌 삼성은 시범경기 8연승을 질주하며 12경기 10승 2패의 놀라운 페이스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한편, 신임 염경엽 감독 체제에서 우승에 도전하는 LG도 8승 4패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완벽한 우승을 차지한 SSG와 2021시즌 우승팀인 KT는 중위권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모습이고 새로운 사령탑 이승엽 감독의 두산은 아직 정상적인 모습은 아닌 팀 상태로 전력을 추스르는 모습이지만 시범경기 성적은 공동 8위인 하위권이다.

한편, 이정후의 마지막 시즌을 치르게 된 키움은 7위, 스토브리그에서 알찬 전력 보강을 한 롯데는 최하위에 처지면서 시즌 초반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7승 3패 1무로, 시범경기 2위에 오르면서 2023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오늘과 내일, 시범경기 선두 삼성과의 원정 2연전을 끝으로 시범경기를 마무리하고 4월 1일을 바라본다.

유망주 알 깨는 한승혁, 국가대표 도전하는 강재민, 필승진으로 성장 윤산흠

한승혁은 덕수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1시즌 드래프트에서 기아에 1라운드 전체 8번으로 지명된다. 그야말로 초유망주로 평가를 받은 것이다. 좋은 신체조건에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정통파 투수를 외면할 구단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승혁은 고질적인 제구 불안으로 기아에서 ‘만년 유망주’로 남을 수밖에 없었고 2011년 2라운드 9번으로 한승혁 다음에 지명된 화순고등학교 출신의 홍건희(현 두산)도 같은 신세로 팀에 계륵과 같은 존재로 남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승혁은 계속 기대감을 보이며 팀에 남았지만, 홍건희는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분위기 전환에 나섰고 두산에서 최고의 불펜으로 거듭나는 좋은 결과를 보였다. 기아는 홍건희에 이어 ‘만년 유망주’인 한승혁을 한화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시키면서 기대했던 우완 파이어볼러 두 명을 모두 떠나보냈다.

이제는 한승혁 차례다. 홍건희가 그랬던 것처럼 한승혁도 분위기를 바꾸고 다시 시작하는 계기를 한화이글스에서 마련한다면, 본인의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선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승혁은 2023시즌 시범경기에서 5경기 출장, 5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투구 내용도 훌륭하다. 2피안타, 3볼넷, 5탈삼진이다. 시범경기지만, 기아 시절보다 피안타와 볼넷은 줄고 탈삼진은 늘었다. 제구가 안정되면서 빠른 공의 위력이 배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승혁은 기본적으로 빠른 공을 가지고 있는 투수다. 선발과 불펜을 모두 경험한 선수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불펜에서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이는데, 150km/h 이상의 구속을 가진 선수이기 때문에 제구만 안정되면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위력적인 투수인 것은 분명하다.

기아 시절 한승혁은 들쭉날쭉한 제구로 인해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서 만년 유망주로 남았다. 하지만, 트레이드로 인해 유니폼을 바꿔 입으면서 야구 인생에 새로움을 더한 것이 어쩌면 한승혁의 잠재력을 끌어낼지 모를 일이다. 마치 동기생 홍건희처럼 말이다.

한승혁 역시 ‘만년 유망주’로 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클 것이다.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생각이 크기에 경기에 집중하고 자신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만약, 한승혁의 ‘절박함’이 통한다면, 한승혁의 야구 인생 뿐 아니라 한화이글스의 전력도 기대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다. 한승혁이 불펜진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점차 입지를 다지면서 필승 불펜진에 합류 가능해지는 활약이 이어진다면, 한화이글스의 불펜은 최강 불펜이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강재민은 단국대학교 시절 팀의 에이스로 대학 무대를 호령했다. 2020시즌 2차 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한화이글스에 지명된 강재민은 첫 시즌부터 팀의 핵심 불펜 자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려 50경기 출장, 49이닝 1승 2패 1세이브 14홀드를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 2.57을 찍는 활약을 선보였다. 자연스럽게 이글스 불펜의 핵심 자원으로 인정받았다.

2년 차가 되면서 첫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58경기 출장, 63⅓이닝을 소화하면서 2승 1패 5세이브 13홀드를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 2.13을 찍는 좋은 모습으로 리그 톱클래스 불펜으로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하게 이른다.

하지만, 2021년 도쿄 올림픽 엔트리 구성 막바지에 좋은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당시 김경문 감독의 외면과 좌타자 상대로의 어려움이 드러나면서 후반기에 경기력이 떨어진 부분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절치부심으로 맞이한 2022시즌은 강재민에게 시련의 시즌이 되었다. 팔꿈치 염증으로 인해 시즌 초반 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결국, 56경기에 출장했지만 51⅓이닝 소화, 4승 8패 7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하면서 데뷔 후,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을 남긴 시즌이 되었다.

특히, 정우람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시즌 후반기에 마무리로 보직이 변경됐지만, 심리적인 부담 뿐 아니라 경기력 자체가 떨어지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강재민의 부진은 한화이글스의 부진과 궤를 같이한 2022시즌이었다.

강재민은 2023시즌 절치부심을 노린다. FA로 다시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이태양, 트레이드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한승혁, 군에서 복귀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박상원, 한 단계 도약을 노리는 윤산흠, 슈퍼루키 김서현 등이 불펜진에 새롭게 합류하면서 마운드에서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고 이번 시즌 활약에 따라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노려볼 수 있기에 정말 중요한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재민은 2023시즌 시범경기에서 5경기 출장, 5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볼넷만 1개를 내주는 완벽한 피칭을 해주고 있다. 홀드 2개는 덤인 셈이다.

강재민은 팀 내 유일한 사이드암 불펜이다. 물론, 고졸 신인 김서현이 사이드암으로 분류될 수 있으나 아직 김서현의 활약을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기에 강재민이 불펜에서 해줘야 할 역할은 분명하다.

강재민의 절치부심의 활약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합류 도전에 큰 박수와 많은 응원을 보낸다.

한화이글스의 윤산흠이라는 투수를 떠올리면 두 가지로 요약이 된다. ‘역동적인 투구 폼과 긴 머리’가 그것이다. 이로 인해, 윤산흠은 투구 후 모자가 자주 벗겨지는 모습을 연출하곤 했었지만, 올 시즌에는 이런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소한 체격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역동적인 폼은 계속되겠지만, 긴 머리는 짧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멋짐과 개성’보다는 ‘실속과 경기력’을 우선으로 생각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윤산흠은 말 그대로 ‘절실함’의 상징이다.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야구의 끈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프로야구 선수가 됐고 1군 무대 데뷔에 이어, 이제는 어엿한 한 팀의 핵심 불펜으로 성장했다.

윤산흠은 여러 번 야구를 포기할 위기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꿋꿋하게 야구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영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윤산흠은 육성계약도 따내지 못하면서 야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독립야구단인 파주챌린저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2018년 12월 두산과 육성선수 계약에 성공하면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두 시즌 만인 2020시즌 후 방출되는 운명을 맞았다.

하지만, 윤산흠은 포기하지 않았다. 2021년 새로 창단한 독립야구단인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에 합류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프로의 문을 두드린 결과, 2021년 6월 한화이글스와 육성선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시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한화이글스에서의 결과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던 두산 시절과는 사뭇 달랐다. 퓨처스에서 기회를 받으며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윤산흠은 9월 말 정식 선수로 전환되면서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아 5경기에 출장, 3이닝을 소화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2022시즌에는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37경기 출장,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2.67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33⅔이닝을 책임졌고 46개의 탈삼진을 빼앗으며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2023시즌을 준비하면서 윤산흠은 스프링캠프에 참여하며 어느덧 불펜진의 핵심 자원으로 거론되기 시작했고 이내 2023시즌을 준비하는 시범경기에서 5경기에서 5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1승 4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1군 붙박이를 넘어서 말 그대로 ‘필승진 승격’을 강력하게 노리고 있는 모습이다. 예년의 140km/h 후반대의 빠른 공은 150km/h까지 상승할 만큼 힘이 넘치는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윤산흠은 지난 시즌 빠른 공을 기본으로 낙차 큰 커브를 주 변화구로 사용하곤 했다. 신체조건이 크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오버핸드 유형의 투수이기 때문에 최대한 높은 타점을 유지하려는 폼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빠른 공과 상, 하를 활용하는 커브의 위력이 좋을 수밖에 없는 선수이다.

만약, 윤산흠이 지난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화이글스의 불펜진은 훨씬 더 강한 불펜이 될 것이고 더 나아가 필승 불펜진에서의 활약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윤산흠이 필승 불펜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준다면, 아마도 또 하나의 ‘육성선수 신화’를 넘어서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독립리그 선수 신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는 도약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2023시즌을 위해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피나는 준비를 시작한다. 2023시즌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한화이글스의 선수들은 부상 없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2023시즌의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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