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세종시 아파트 단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자료사진.
세종시 아파트 단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자료사진.

국민의 약 70%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아파트에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입주자,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와 관리업체(관리사무소)가 있다.

입주자 대표는 입주자의 선거로 선출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장 1인, 감사 2인 이상, 이사 1인 이상의 임원과 대표로 구성된다. 임원 가운데 회장과 감사는 대표 중에서 입주자의 선거로 뽑는다. 입대의는 아파트 관리·운영에 관해 입주민을 대표해 의사를 결정한다. 입대의는 지방의회와 같은 역할을 하고 대표는 의원이라 할 수 있다.

입주자 대표의 임기는 공동주택관리법시행령에 따라 2년이며 임기 후 1회에 한해 중임할 수 있는데, 이 규정에 문제점이 있다. 현행 중임제한 제도는 비리를 방지한다는 취지로 2010년 7월 공동주택관리법시행령 개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 예전에는 곳곳에서 회장 또는 대표의 부정비리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우선 공동주택 관리행정이 투명해졌다. 입대의 회의록 작성과 공개, 수입지출, 계약사항 등 대부분 사항은 게시판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입주민은 누구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관리비 지출, 업체 선정 등 제반 사항을 살펴볼 수 있다.

입주자는 자료 열람과 복사를 요구할 수 있다. 감사의 역할과 책임도 커졌다. 또한 매년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를 받아 공개한다. 관리사무소에 대한 관리업체 본사의 감독기능도 강화되고 있다. 특히 지자체에서 아파트 관리·운영 실태를 감사하여 시정조치를 하고 있다.

10여 년 전과는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함에도 유지되고 있는 대표 중임제한 규정은 비현실적이므로 개선돼야 한다. 입주자 대표는 아파트에 관해 법률적 지식과 상식,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데 중임을 제한함으로써 축적된 지식과 경험, 아파트 실태에 관한 이해가 사장되고 만다.

이 규정으로 인해 일부 아파트 단지는 대표를 선출하지 못해 결원인 채 운영된다. 입대의 운영 최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 후보자를 물색해 권유하는 경우까지 있다. 대표가 중임 제한에 해당되는 선거구에서 입후보자가 없는 경우에는 기존 대표가 나설 수는 있으나 앞의 ‘권유’ 등 이유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이러니 알찬 회의운영이나 관리주체에 대한 감독 기능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허약한 입대의가 구성될 수 있고, 이는 입주민에 대한 피해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합의제 기관의 구성원인 대표는 단독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유능하고 경험 있는 대표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은 중임 제한 규정이 없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입대의나 관리사무소는 입주민들이 가장 가까이 상대하는 조직이다. 오히려 시청, 구청이나 주민센터보다 일상생활과 밀접하다. 관리비는 세금보다도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라 입주민의 피부에 와 닿는다. 시설관리, 경비, 청소, 수목관리, 주차장 운영, 재활용품 수거 등 웬만한 일은 단지 안에서 이뤄진다. 세대 내 설비, 전기 등도 관리해 준다.

이런 일을 하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입대의다. 입대의 구성원인 대표는 아파트에 관한 법규, 제도는 물론이고 아파트 내 모든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지식과 경험과 함께 봉사정신이 있어야 한다.

이러함에도 마치 비리의 온상으로 여기는 듯 중임제한 규정으로 묶어 놓아 정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유능하고 열정적인 인물이 배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중임제한 규정은 폐지하거나 완화돼야 한다. 선택은 관리비를 부담하는 입주민에게 맡겨야 옳다.

또한 현재 입주자 대표 중에서 선출하는 감사는 대표가 아닌 인물로 선출해야 한다. 감사는 아파트 회계의 적정성 여부 등 아파트 운영 전반에 관해 감사를 실시하고 입대의에 보고한다.

아울러 감사는 입대의에 참석하고 안건 제출, 안건 심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등 일반 대표와 동일하게 활동한다. 결국 의사결정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도 감사까지 하는 이중적 기능, 모순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반 기업체에서 감사는 이사와 완전 분리된다. 이와 같이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려면 감사는 대표 중에서 선출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입주민 가운데서 별도로 선출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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