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고전인생학]

김충남 강사.
김충남 강사.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 중이던 1814년 한양에서 친구인 이재의가 찾아와 약관의 나이에 영암군수가 된 자기 아들, 이종영이 훌륭한 목민관이 될 수 있는 방법의 글을 써 달라고 청하지요. 다산은‘영암군수 이종영에게 당부한다.’라는 글을 써 주었는데 그 글에는‘여섯 렴자의 비결’이라는 뜻의 六字廉訣(육자염결)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목민관으로서 지녀야 할 덕목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 육자염결(六字廉訣)

중국 어느 고을의 현령인 소현령(蕭縣令)이 도인인 부구옹(浮丘翁)에게 고을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법을 물었다 부구옹은 첫 번째 廉(렴)자를 써 주면서‘재물에 청렴하라.’두 번째 廉(렴)자를 써 주면서‘여색에 청렴하라.’세 번째 廉(렴)자를 써 주면서‘직위에 청렴하라.’이렇게 3개의 廉(렴)자를 써 주었다. 소현령이 부구옹에게 물었다.‘아니 廉(렴)자가 그토록 중요합니까?’그러자 부구옹이 네 번째 廉(렴)자를 써 주면서‘렴 하면 공무를 공명정대하게 처리할 수 있음이요.’다섯 번째 廉(렴)자를 써 주면서‘렴하면, 위엄이 있어 백성이 따름이요.’여섯 번째 廉(렴)자를 써 주면서‘렴하면, 강직해서 상관이 그대를 가벼이 보지 못할 것이니, 렴(廉)자야 말로 백성을 다스리는 데 부족함이 없지 않은가.’하였답니다. 렴, 렴, 렴 하라 그러면 렴, 렴, 렴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이처럼 다산은‘육자염결’의 고사성어를 인용해 청렴이야말로 공직자의 대명사라 하였지요.

▲ 다산의 공직자관(公職者觀)

다산은 청렴 외에 목민관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서 신중함(愼)과 부지런함(勤)을 제시했지요. 공무는 백성의 삶과 나라 운영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공무를 처리할 때는 아무리 사소한 일도 신중을 기해야 하고 또한 내 일처럼 적극적이고 부지런히 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어서 목민관이 두려워할 4가지로 백성과 하늘 그리고 감찰 기관과 조정인데 그중에서 백성을 제일 두려워해야 한다 했죠.

200여 년 전 다산께서 제시한 목민관의 덕목은 시대가 변했지만 오늘날 우리 공직사회에도 그대로 답습되어야 하지 않나 합니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의 하나가 공무원인 것은 나라와 국민에 대한 봉사 이유보다는 정년보장, 복지, 연금 등 생활 안정에 큰 이유를 두고 있다 하겠지요. 

그래서 요즈음 영혼이 있는 공직자들을 보기가 힘들지 않나 합니다. 이럴 때 다산의 공직 철학이나 공직자관은 오늘날 우리 공직자들에게 더없는 지침이 될 것입니다. 목민심서를 비롯한 다산의 공직철학, 공직자관을 우리 백만 공지자들에게 학습토록 한다면 영혼 있는 공직사회를 이끄는 견인차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 다산의 목민심서

다산은 어렸을 때부터 예천 군수이던 아버지 정재원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목민관 수업을 받게 되었고 탐관오리들의 수탈행위도 직접 목격하면서 지방행정의 쇄신과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지요. 이후 다산은‘천주학쟁이’라는 죄명으로 강진으로 귀양을 가서 귀양 온 지 8년이 되는 1818년 다산초당에서 목민관의 지침서인 목민심서 48권을 완성하게 되었지요.

백성들의 삶을 직접 관장하는 지방행정의 악폐와 백성을 직접 다스리는 목민관의 악정에 피폐해진 백성들의 모습에 얼마나 통분했으면 그리고 개혁과 쇄신을 절감했으면, 다산은 언제 사약을 받을지 모르는 절망과 공포의 유배 생활에서도 8년간을 개혁과 쇄신의 지침서인 목민심서를 썼을까? 책 이름을 목민심서(牧民心書)라고 한데서 다산의 절박한 심경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목민관(牧)이 되어 백성(民)을 다스리고 싶으나 귀양 온 죄인이라 몸소 실행할 수 없음에 마음(心)속에 있는 것을 책(書)으로 썼기에 목민심서라 했다고 밝혔어요. 그야말로 나라와 백성위해 목숨을 바치는 충정으로 목민심서 그리고 경세유포, 흠흠신서를 썼다 할 수 있지요.

▲ 청렴 그리고 공렴

다산은 공직자가 지녀야 할 필수 덕목으로 청렴과 함께 공렴(公廉)을 제시했지요. 공렴의 개념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공직자가 공무 수행할 때 지녀야 할 수칙이 아닌가 합니다. 채근담에서는 공직자가 지켜야 할 공무 수행 수칙으로 2가지를 제시하였는데 하나는, 공평무사(公平無私)입니다. 한 마디로 공무를 처리할 때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잣대로 하고 사익이나 감정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또 하나는 공명정대(公明正大)입니다. 공무를 수행할 때는 원칙에 입각해서 공정하게 수행하라는 거죠. 자기의 사익이나 감정 때문에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는 거죠. 청렴이 공직자로서 지녀야 할 인성덕목이라 하면 공렴은 공무 수행 덕목이라 하겠습니다.

▲ 그렇습니다. 성공 인생을 살려면,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하고, 성공 공직자가 되려면, 공직자로서의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하지요. 200여 년 전 좌절과 죽음의 공포, 유배지에서 이 나라 조선팔도 목민관들에게 피눈물로 호소한 다산의 절규, 오늘날 우리 백만 공직자의 영혼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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