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희망 가득한 오프 시즌, 중요한 것은 시즌에서의 ‘결과’

한화이글스의 미국 애리조나 캠프는 일정부분 성공적이었다. 네덜란드 대표팀과의 연속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이번 시즌에는 다르다'라는 기대감을 품게하고 있다. 사진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한화 선수들 모습.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이글스의 미국 애리조나 캠프는 일정부분 성공적이었다. 네덜란드 대표팀과의 연속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이번 시즌에는 다르다'라는 기대감을 품게하고 있다. 사진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한화 선수들 모습. 한화이글스 제공

2023년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어느덧 2월을 지나 3월의 문턱에 다가섰다. 2023년 한국프로야구의 공식 개막은 4월 1일(토)이다.

하지만, 모든 팀이 3월부터 본격적인 개막으로 생각하고 시즌을 준비한다. 팬들 역시 3월부터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한다.

2차 스프링캠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각 팀의 연습경기가 진행되며 스프링캠프의 마무리와 함께 시범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야구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3월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 시즌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월 9일(목) 대망의 첫 경기를 갖기 때문에 야구팬의 개막 시계추는 어느 시즌보다 빠르게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설레발’이라는 단어가 있다. ‘설레발’은 사전적 의미로는 “몹시 서두르며 부산하게 구는 행동”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아직 일어날지 확실하지도 않은 일을 무조건 일어날 듯이 굴 때”‘설레발’을 친다고 표현하곤 한다.

아마도 현시점에서 많은 야구팬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설레발’을 치고 있을 것이다. 시즌을 앞둔 이즈음에 각 팀의 기대치는 항상 ‘최상’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전력 이탈 이슈도 없고 외국인 선수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며, 유망한 선수들의 성장과 주전들의 건강한 몸은 바로 팀의 성적과 연결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변수’가 ‘상수’로 변하는 순간, 모든 팀은 ‘우승팀’이 되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루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 ‘변수’는 그대로 ‘변수’로 남고 오히려 ‘상수’가 ‘변수’로 변하면서 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강팀은 ‘변수’가 적은 팀일수록, 약팀은 ‘변수’가 많은 팀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이글스는 최약체 팀인 만큼, ‘변수’ 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대로, ‘변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이번 시즌의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레발’이 좋은 이유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마음껏 ‘희망’적으로 기대를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이글스가 올 시즌에 좋은 경기력으로 많은 팬의 환호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어쩌면 지금 제일 높을지도 모른다.

오프시즌 동안 한화이글스의 올 시즌 ‘긍정 설레발’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좋았다. 하지만, ‘설레발’로만 그치면 안 된다. 반드시 시즌에 들어가서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3년 연속 최하위 굴욕에서 벗어나기 위한 ‘오프 시즌’, 충분히 좋았다

한화이글스는 2022시즌을 최하위로 마감하고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프랜차이즈 단장과의 재계약을 포기했으며, 다양한 이력을 보유한 손혁 전력코디네이터를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구단 첫 외국인 감독인 수베로 감독에게 3년 차를 보장하면서 신임했다. 대신, 베테랑 지도자들을 영입하면서 수베로 감독을 보좌하게 만드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SSG에서 우승을 경험한 이대진 수석코치를 비롯해, 오랜 지도자 경력을 보유한 김성갑 코치, 베테랑 코치로 역량을 가진 김정민 코치,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박승민 코치의 영입은 그야말로 적재적소에 팀의 가려운 곳을 긁을 수 있는 조합이었다.

새롭게 선임된 손혁 단장은 전력 보강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신, 팀의 미래지향성과 현재 전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 그리고 가장 합리적인 보강을 위한 고민을 더 했다.

그렇게, 팀의 중심타선과 외야의 구멍을 막아줄 적임자로 LG의 채은성을 FA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누구보다 한화이글스의 분위기를 잘 알고 후배들을 이끌 수 있는 SSG의 투수 이태양을 영입하면서 우승팀의 기운을 가져왔다.

예상치 못한 주장 하주석의 일탈로 인한 전력 제외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태양과 마찬가지로 한화이글스에서 데뷔해 오랜 시간 함께한 삼성의 오선진을 영입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팀 내 최대 야수 유망주로 분류되는 변우혁을 기아에 내주면서 한승혁과 장지수를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변우혁의 미래를 한승혁과 장지수의 현재와 바꾼 것이다. 특히, 만년 유망주에 머문 투수 한승혁의 잠재력에 큰 점수를 주면서 투수력 보강에 열을 올렸다.

그럼에도 한화이글스의 전력은 다른 팀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붙박이 주전이 없는 외야의 구성은 수년째 ‘한 놈만 터져라!’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없었다.

채은성을 영입했지만, 채은성을 붙박이 외야수로만 쓰기에는 팀 전력이나 선수 운용상 어려운 상황이기에 ‘변수’가 아닌 ‘상수’의 외야 전력이 필요했다. 결국, 손혁 단장은 FA시장에서 ‘미아 신세’로 전락한 NC의 이명기를 ‘사인 &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명기의 영입은 채은성의 영입과는 또 다름을 의미한다. 거액을 투자한 채은성의 주전 입성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외야 주전 경쟁에 나섰던 선수들에게 이명기의 등장은 무엇보다 ‘긴장감’을 더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2006년 프로에 입단한 이명기는 최재훈을 제치고 팀 내 야수 최고참이 되었다. 팀 전체를 보더라도 주장 정우람에 이은 소위 ‘넘버 2’인 베테랑 선수이다. 하지만, 통산 타율이 3할을 넘을 정도로 타격 생산력이 좋은 선수로, 최근 2년 동안 부침은 있었지만, 경험과 현재 가지고 있는 경기력이 좋은 선수이다. 팀에서 아직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기회를 받았던 기존의 외야수들은 더 치열한 경쟁에 놓였다. 그 누구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이제는 더 이상 무한 기회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기의 영입은 이런 시너지 효과까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1차 스프링캠프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2차 스프링캠프에서 어떤 선수가 살아남느냐는 선수 본인들의 경기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물론, 이명기도 기존의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보여준 것만큼은 충분한 이명기이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은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수베로 감독의 눈에 들 수 있기에 더 강한 집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설레발’을 뛰어넘어,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결과’를 보여줘야 진짜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까지, 한화이글스의 움직임은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데 분명하게 성공했다. 대내외적으로 알찬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괜히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게 아니다. 아직 전력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과 그동안 경험으로 쌓인 결과물들, 이번에 외부 영입한 전력들이 잘 어우러진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긍정적 신호가 있는 상황이다.

1차 스프링캠프 막바지에 한화이글스는 WBC에 출전하는 네덜란드 대표팀과의 연습경기를 진행했다. 네덜란드는 유럽의 야구 강호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랭킹 7위로 유럽 국가 중에는 가장 높은 순위에 있고 최근 WBC에서 연속 두 대회 4강에 진출했다. 대한민국은 네덜란드에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무릎을 꿇었던 ‘악연’이 있는 강팀이다.

현역 메이저리거는 두 선수밖에 없지만, 메이저리그와 아시아에서 뛰었던 베테랑들이 많은 팀이다. 특히, 메이저리그 통산 1077경기 134홈런을 때린 거포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 골드글러브를 5회 수상한 안드렐턴 시몬스, 일본 리그에서 한 시즌 60홈런을 비롯해 통산 301개의 홈런을 친 블라디미르 발렌틴, 2017년 기아에서 우승을 경험한 로저 버나디나 등이 주축이다.

지난 두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패했다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될 정도의 선수들이 아닌가. 물론 이 선수들이 전성기를 지나 경기력이 내려오고 있는 시점인 것이 분명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네덜란드 대표팀을 한화이글스가 만났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이 총출동했고 한화이글스는 첫 경기에서는 4:1의 짜릿한 승리를, 두 번째 경기에서는 15:4의 대승을 거두었다.

두 경기만을 놓고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다.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호흡 문제도 완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화이글스는 두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스프링캠프 막바지에 실전 경기에서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쳐서 좋은 결과를 냈다는 것은 스프링캠프의 값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차전에서는 문동주, 남지민, 한승주, 김재영, 윤대경, 윤산흠이 이어 던졌다. 한승주가 1실점을 했지만, 다섯 타자를 잡아내면서 세 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피칭을 했다. 선발 경쟁을 하는 문동주와 남지민은 나란히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2차전에서는 외국인 투수 페냐, 주현상, 장민재, 한승혁, 김규연, 김종수, 장시환이 이어 던졌는데, 페냐는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2이닝 1실점, 장민재(1실점)와 김규연(2실점)이 고전했을 뿐 나머지 투수들은 좋은 컨디션으로 무실점 피칭을 했다.

두 경기를 통해 투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면서 타격에서는 노시환의 홈런, 이적생 채은성과 오선진 그리고 새로운 외국인 오그레디의 안타, 최고령 신인왕에 도전했던 김인환과 고졸 신인 문현빈의 멀티 안타 등이 나오면서 기대했던 선수들의 활약이 그대로 실전 경기에서 나오고 있는 긍정의 메시지가 나타나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일본 오키나와로 스프링캠프지를 이동했다. 일본에서는 국내의 팀들과 실전 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더 끌어올리게 된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에서의 훈련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이를 2차에서도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한화이글스가 시즌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력은 더욱 강화하고 약한 전력은 어떻게든 평균까지는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설레발’을 지나 ‘결과’로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물론, 시범경기가 이뤄질 때까지도 아마도 많은 팬은 ‘설레발’과 함께 ‘행복회로’를 돌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팬들의 기대가 시범경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남은 기간 수베로 감독을 중심으로 한화이글스 선수단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나타난 팀의 장, 단점을 잘 판단하고 분석해서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제는 정말 ‘설레발’에 그치는 것이 아닌 ‘결과’로 보여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제일 많이 회자 된 응원 문구 중 하나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제는 더 이상 팬들의 ‘마음’이 꺾이지 않게 그라운드에서 한화이글스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는 도약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2023시즌을 위해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피나는 준비를 시작한다. 2023시즌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한화이글스의 선수들은 부상 없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2023시즌의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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