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팀의 중심 아닌 리그 중심으로 더 큰 성장이 필요한 시즌

한화이글스 정은원(왼쪽) 노시환(오른쪽). 이들 모두 국가대표급으로 분류되지만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명단에는 빠졌다. 이들이 국가대표급 실력을 보여줘야 한화이글스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한화이글스 정은원(왼쪽) 노시환(오른쪽). 이들 모두 국가대표급으로 분류되지만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명단에는 빠졌다. 이들이 국가대표급 실력을 보여줘야 한화이글스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팬들의 마음은 바쁘다. 2023년 어떤 시즌이 팬들에게 펼쳐질지 큰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절반을 넘어섰다. 1차 전지훈련이 막바지인 구단도 있다.

한편,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으로 인해 대표팀 선수들은 이미 실전 훈련에 돌입했다. 대표팀 훈련지인 애리조나에 집결한 선수들은 다른 시즌에 비해 한 달 가까운 빠른 시기에 실전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최지만이 제외되고 최지훈이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최종 명단은 정리됐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한편, 호주와의 WBC 첫 경기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특히, 투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애를 쓰며 팀을 이끌고 있다.

양현종, 김광현을 중심으로 한 베테랑 선수들과 구창모, 이의리, 소형준 등의 젊은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선발진의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뽑아내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여기에 사이드암으로 항상 국제대회에서 위력적인 모습으로 요긴하게 활용 가능한 고영표와 정우영 등의 활용법도 이강철 감독은 심사숙고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이용찬을 중심으로 최고의 마무리 고우석, 신인왕 정철원 등이 출전할 불펜의 운용도 지켜볼 대목이다.

다만, 키스톤 콤비가 될 메이저리거 김하성, 애드먼의 합류가 늦어지면서 수비진의 호흡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이나 이는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편, 최지만이 제외되면서 공격력 극대화를 위한 타선의 조합도 관심거리이다. 특히, 박병호, 최정, 김현수, 양의지 등의 베테랑에 메이저리거 김하성과 애드먼, 미래의 메이저리거 이정후, 절치부심의 강백호로 이어지는 젊은 선수들의 조합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WBC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한다.

한편, WBC 국가대표팀을 한 발 떨어진 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바로, 한화이글스이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대표팀에 단 한 명의 선수도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3년 연속 최하위 팀이라서고 아니다. 팀 내에서 충분히 대표팀 명단에 오를 수 있었던 유망 선수들의 성장이 더디거나 부상 이슈가 생기면서 자신들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기에 명단에 오를 수 없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한화이글스의 중심인 정은원과 노시환이다.

어느덧 여섯 번째 시즌 맞이한 정은원, 더 독한 모습으로 팀이 아닌 리그의 중심으로!!

정은원은 2018시즌 2차 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4번으로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인천고등학교 출신으로 곱상한 외모와 데뷔 시즌부터 1군에서의 활약으로 ‘대전 아이돌’로 불리며 한화이글스의 미래로 각인되었다.

2018년 5월 8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상대 마무리 조상우로부터 뽑아낸 데뷔 첫 홈런은 정은원의 야구 인생 첫 홈런이자, 프로야구 2000년대생 선수 중 최초의 홈런이었다.

정은원은 2000년 1월생으로, 2000년 이후 태어난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 가장 먼저 데뷔해 안타, 홈런, 타점, 득점 등을 기록했고, 2019시즌에는 최연소 100안타, 2021시즌에 최초(최연소) 100볼넷에 이어 2루수 골든글러브 수상, 2022올스타전에서는 미스터 올스타까지 수상하며 밀레니엄 세대의 야구선수들에게는 대부분의 '최초'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렇게 성장세를 이어온 정은원은 한화이글스 역대 최고의 2루수이자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2루수로 거론되는 선배 정근우를 외야로 밀어내고 2루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한화이글스의 미래이자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로 인정받으며 그의 성장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2021시즌에는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유격수인 선배 하주석과 키스톤 콤비로 활약하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서 그의 성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이루어지는 듯 보였으나, 2022시즌 초반 심각한 부진에 빠지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물론, 후반기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의 회복은 되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회복은 아니었을 정도의 심각한 부진이었다.

정은원은 뛰어난 선구안으로 팀의 리드오프를 맡았다. 때론, 허약한 팀 타선을 위한 조합으로 3번에 배치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정은원에게 가장 알맞은 타선은 ‘리드오프’로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리드오프’가 보여주는 최대 장점인 상대 배터리와 수비진을 흔드는 ‘빠른 발’을 활용한 뛰어난 주루 능력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평균 이상의 주루와 리그 최상위 레벨인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높은 출루율은 정은원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정은원이 국가대표에 선발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가치를 확고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일단, 더 정교하고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줘야 한다. 정은원은 2021시즌 13개, 2022시즌에는 17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물론, 수베로 감독의 변화무쌍한 ‘수비 시프트’에 의한 것일 수 있으나 최근에는 모든 구단이 이를 활용하고 있기에 정은원의 실책을 대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뛰어난 선구안이 장점인 정은원이 타격에서의 정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2021시즌 정은원의 타율은 0.283로 3할에 못 미쳤다. 물론, 출루율이 0.407에 달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컨택트 자체는 3할에 미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현 리그에는 뛰어난 2루수가 많다. SSG 최주환, 기아 김선빈, 롯데 안치홍 등의 베테랑과 지난 시즌 부침이 있었지만, NC와 장기 계약을 체결한 박민우와 키움의 김혜성까지 정은원이 넘어야 할 경쟁자가 차고 넘친다. 이들을 넘어야 비로소 태극마크를 달면서 팀의 중심에서 리그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WBC 국가대표팀의 내야수는 메이저리거 김하성, 애드먼에 최정, 박병호, 오지환, 김혜성, 강백호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여기서 정은원이 극복해야 할 선수는 바로 키움의 김혜성이다. 거의 유일한 2루수 요원으로 유격수에서 2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지난 시즌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WBC 대표팀에서 승선하는 영광을 안았다.

아마도, 이번 시즌 후반기에 치러지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김혜성은 가장 강력한 대표팀 후보가 될 것이고 아직 리그 최고의 2루수로 평가받는 NC의 박민우도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이번 시즌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정은원에게 2023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데뷔 4년 만에 찾아온 최고 시즌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 사이 경쟁자들은 한 발 더 성장하며 앞으로 향했다. 정은원이 다시 2023시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며 2021시즌보다 더 성장한 모습과 안정적인 활약을 한다면, 정은원은 충분히 국가대표의 자격을 가질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김태균’ 노렸던 노시환, 부담감을 내려놓고 설익은 모습에서 농익은 모습으로!!

한화이글스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불렸던 무서운 타격의 팀으로 인식되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의 한화이글스의 전신인 ‘빙그레이글스’는 그랬다.

2000년대 중반 김인식 감독 체제에서는 김태균, 이범호를 중심으로 김태완, 최진행 등이 등장하면서 다시 강력한 장거리포의 위력을 선보인 바 있었다.

하지만, 이범호는 일본 진출 이후, 기아로 이적했고, 김태완과 최진행은 부상 이슈와 기복으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김태균만이 유일하게 팀 타선을 이끌어야 했다.

그렇게 팀은 ‘암흑기’에 돌입했고 2000년대 후반에는 투수 류현진, 타자 김태균만이 프랜차이즈로 분전하는 팀이 되었다. 팀 성적은 당연히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태균과 외부에서 영입한 정근우, 이성열, 이용규 등이 타선에서 분전했지만, 프랜차이즈에서 성장한 선수는 없었다. 2010년대 등장한 기대주 하주석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팀을 제대로 이끌지도 못했다. 팀 내 주전으로만 입지를 굳혔을 뿐이었다.

정근우를 밀어낸 정은원이 나타난 것처럼, 김태균의 마지막 즈음에 노시환이 등장했다. 노시환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9시즌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번으로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 당시 1번이 이대은, 2번이 이학주였던 만큼 노시환은 순수 아마추어로는 첫 번째였던 셈이다. 물론, 연고지였던 롯데의 1차 지명을 경남고 동기 서준원에게 내주면서 2차 드래프트로 밀렸지만 말이다.

그렇게 큰 기대를 받으며 등장한 노시환은 한용덕 당시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혹독한 프로세계에 적응해야만 했다.

데뷔 시즌인 2019시즌에 91경기에 출장하며 0.186의 타율과 1홈런에 그쳤지만, 2년 차인 2020시즌에는 106경기 출장, 타율 0.221, 홈런 12개를 기록했다. 정확성의 문제는 있었지만, 파워만큼은 인정을 받으며 팀의 주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21시즌 노시환은 앞서 언급한 정은원과 더불어 자신이 한화이글스의 미래이자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로 성장할 재목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107경기에 출장하면서 0.271의 타율과 18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 부상이 아쉬움으로 남는 시즌이었기에 2022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시환은 정은원과 더불어 2022시즌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정확성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신의 장점인 파워를 전혀 살리지 못하면서 0.281의 커리어하이 타율을 기록했지만, 20홈런을 넘어 30홈런에 도전했던 장타에서 불과 6개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노시환은 아직 정확성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파워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크고 좋기에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릴 필요가 있다. ‘포스트 김태균’을 노리지만, 스타일은 이범호와 비슷하고 오히려 이범호의 데뷔 초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노시환이 지난 4년 동안 때려낸 홈런은 37개다. 이에 반해, 이범호는 26개에 불과했다. 다만, 이범호는 5년 차가 되던 2004년에 23개, 2005년에 26개를 터트리며 리그 장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즉, 노시환이 5년 차인 이번 시즌이 매우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그동안 노시환은 중심타선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우산효과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채은성이라는 훌륭한 타자가 영입되면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최고령 신인왕에 도전했던 김인환의 성장도 함께할 수 있기에 노시환의 2023시즌은 이래저래 충분히 기대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노시환이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는 정은원만큼이나 험난하다. WBC 대표팀에 합류한 최정을 비롯해, 두산의 허경민, KT의 황재균 등의 베테랑, 롯데의 한동희, LG의 문보경 등의 또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고 1년 선후배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한동희와의 유쾌한 경쟁은 선수 생활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기에 올 시즌 주전으로 성장한 같은 또래인 LG의 문보경과의 경쟁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문보경은 노시환과는 다른 유형의 3루수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이다. 수비의 안정을 먼저 찾고 공격에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는 노시환이다. 특히, 송구에서의 문제점은 노시환이 반드시 보완해야 할 포인트이다.

정은원과 노시환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다른 구단의 같은 포지션 선수와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팀당 3명의 제한이 있기에 팀 내 경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투수진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노릴 수 있는 강재민, 문동주, 김서현 등의 올 시즌 활약이 뒷받침된다면 그 경쟁률은 더 격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두 선수의 국가대표 승선에 걸맞은 대활약 이후의 문제이다.

정은원과 노시환의 ‘레벨 업’이 이루어지는 2023시즌이 되기를 바란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는 도약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2023시즌을 위해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피나는 준비를 시작한다. 2023시즌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한화이글스의 선수들은 부상 없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2023시즌의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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