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국민건강보험의 필요성과 고마움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미 보험 제도를 넘어 국민복지 차원으로 정착된 지 오래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은 적정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건강보험료 부과제도가 과연 합리적인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연간 일정금액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직장 또는 지역가입자의 피부양자에서 제외되어 따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이 제도는 상당액의 소득이 있음에도 피부양자로 적용받아 보험료부담에서 제외되는 불합리한 면을 개선하려는 조치로 이해한다. 아울러 건강보험재정의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이에 따라 피부양자에서 제외하여 지역보험가입자로 전환되는 대상자의 연소득 초과 기준은 단계적으로 내려갔다. 즉 2012년 9월부터는 연 7200만 원, 2015년 1월에는 4000만 원, 2018년 7월에는 3400만 원이었다. 2022년 9월부터는 연간 2000 만 원 으로 그 기준이 대폭 내렸다.

하지만 새로 적용되는 연 2000만 원 소득은 월 소득으로 계산하면 167만 원 정도로써 생활비 등을 감안할 때 결코 높은 소득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종전 부과대상인 3400만 원 이상의 소득자와는 확연히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특히 2000만 원 초과자에 대한 부과에는 두 가지 불합리한 점이 있다.

즉 연간 소득 2000만 원에서 단 1원만 초과하면 매월 수 만 원내지 십 수만 원의 보험료를 부담하여야 한다. 결국 연간 수 십만 원의 소득이 사실상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가령 2022년 연간 1990만 원 소득자가 2023년 2030만 원이 되는 경우 소득은 40만 원이 늘어난다. 이 경우 매월 보험료로 6만 여원, 연간 70여 만 원을 부담하면 실질적인 연소득은 1960만 원이 되는 셈이다.

결국 2022년에 비하여 오히려 연간 30만 원 가량의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다 살고 있는 아파트나 다른 재산이 있다면 보험료는 이에 비례하여 증가된다. 이 경우 더 많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소득에서 보험료를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료 부담은 연간 소득 2000만 원 초과액(30만 원) 또는 2022년 대비 2023년도 증가분(40만 원) 범위 안에서 부과하여야 실질적인 소득 감소를 막을 수 있게 된다.

또한 2022년 9월부터 2000만 원 초과에 따라 새로 부과되는 신규대상자의 부담을 경감해주고자 4년 동안 연차적으로 80%~20%를 감액하여 부과한다. 그러나 불과 4개월 후인 2023년 1월부터 부과대상자는 이런 감면규정을 적용받지 못하고 전액 부담하게 됨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2023년 이후 최초 부과대상자에게도 연차별 감면 규정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지역보험가입자는 고용주가 50%를 부담하는 직장가입자와는 달리 가입자가 전액 부담한다. 별다른 수입 없이 오로지 연금수급자에게는 불합리하고 과중한 부담이 된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에 납득할 수 있는 조치가 꼭 마련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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