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두려움에 떨고 있는 20대 청년을 만났고, 그 청년에게 물었다. 

●A : 무엇이 청년을 이처럼 두렵게 하나요?
●B : 성추행, 도둑질, 폭행, 도박, 가난함, 외로움, 불안, 소외, 우울, 술, 담배, 아집, 독선과 독단 등 이 모든 것들이 내면을 엄습해오네요.
●A :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B : 네. 상상할 수 없는 돈을 빌렸고, 그것을 한 번에 몽땅 날렸어요.
●A : 도박을 했다는 말씀인가요? 
●B : 네. 
●A : 어떤 마음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나요?
●B : 일확천금을 얻고 싶었어요.
​●A :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B : 말로는 아니라고 말하는데, 이미 생각은 환상 속에 있어요. 
●A : 안타깝군요. 청년은 고아입니까?
●B : 아니요. 부모가 모두 교수입니다.
●A : 그렇군요. 불우한 가정은 아니겠네요?
●B : 네. 나름 재벌이라고들 말해요
​●A : 청년은 지금 무엇을 걱정하고 있나요?
●B : 빌린 돈을 재촉하니까 그 돈을 어떻게 갚을지가 고민입니다.
​●A : 돈의 액수는 얼마 정도입니까?
●B :이천만원입니다. 
​●A : 20대 청년에게는 꽤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하는데요. 
●B : 네. 알고 있습니다. 그 돈을 갚으려고 하니 온통 돈 외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A : 돈에 대해서만 걱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맞나요? 이런 상황에 처한 자신의 처지나 자녀를 믿고 있는 부모님 생각은요?
●B : 부모님께도 죄송하지요. 다시는 하지 않을 거예요.
●A : 빌린 돈의 액수를 보면, 처음은 아닌 듯 보이네요. 그리고 다시는 하지 않을거라고 다짐했는데 이 또한 처음은 아닌 듯 보이는데요? 
●B : 네. 전에도 그랬어요. 그런데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예요.

아무리 어린 아이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그 교육을 잘 이행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것은 교육이 아닌 잔소리로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은 어떤 방식이라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부모역할이다. 

성인이 되어서는 부모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했더라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누구도 그 책임을 대신 해줘서는 안 된다. 부모는 자녀를 끊임없이 믿고 싶어 하고,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말로는 엄청난 야단과 욕설을 퍼붓지만 결국 자녀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처럼 또 져주고 만다. 그러나 이제는 자녀이기는 부모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책임을 대신해주는 부모가 없어야 한다. 

이 세상엔 ‘한 번은 없다’란 말이 소름을 돋게 한다. 생각해 보라. 거짓말도, 도둑질도, 외도도, 도박도, 한 번으로 끝나질 않는가.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말에 어떤 믿음이 생길 수가 있겠는가. 자녀를 믿을 수 없어서 못 믿는 것이 아니라 도박이란 자체가 정직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녀라고 할지라도, 그 대상이 부모나 배우자라도,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 어떤 빚도 갚아줘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부모가 자녀의 앞길을 막을 수가 있다. 결국 돈도 잃고, 사람도 잃고, 부모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다. 

최고의 도박은 부모가 자녀를 믿는 것이다. 또한 살면서 최대의 어리석음은 그 자녀를 또 믿는 것이다. 부모에게 최고의 아픔은 그 자녀를 끊임없이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을 최고의 아픔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심정이 피를 토하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다. 

우리는 내가 네가 될 수 없고, 네가 내가 될 수 없어서 때론 아프다. 부모가 자녀의 아픔을 대신할 수 없어서 아프고 자녀가 부모를 대신할 수 없어서 아프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대신해서 아플 수 없듯이, 아무리 친한 언니동생 사이더라도 대신 아파해 줄 수 없다. 결국 우리는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해 줄 수 없고,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을 대신해 줄 수도 없다. 그래서 더 아프고 안타깝게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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