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릴 때부터 소리를 통해 글을 배우는 시절을 보낸다.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중년기, 노년기를 보내는 과정에서 중년기가 되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다시 삶을 살아가는 중대한 제2의 인생을 계획한다. 살아냈던 삶 가운데 고진감래(苦盡甘來)를 몸소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때론 살점이 떨어지는 아픔도 경험하고, 괜한 돌이 날아와 이유 없이 맞기도 하고, 알면서도 서로에게 아픔의 흔적을 주면서 지금까지 왔다. 그런 다양한 이유로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상처치유에 적극적으로 돕는 것도 아니다. 

상처는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 살다 보면 상처가 희미해지기도 하고, 자가 치유되기도 했으며,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받아야만 했을 것이다. 때론 어떤 도움도 필요 없이 ‘시간이 답’인 경우도 있다. 우리는 중년이 되기까지 이런 상처와 치유를 끊임없이 반복경험을 통해서 어제와 조금 다른 오늘을 보내게 되고, 내일에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치유되었다고 믿고 싶었던 상처도 누군가가 다시 건들면 와락 울어버리기도 하고,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그것은 치유가 아닌 내면에 그대로 상처가 남아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현재는 과거의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삶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만큼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지금 이 시간에도 내면에서 ‘나 좀 봐주세요.’라고 말하면서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아이와 끊임없이 대화도 하면서 마주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길러야 한다. 그것이 곧 상처치유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상처치유로 가는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아팠던 과거의 모습을 또 봐야 하고,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을 용서해야 할지도 모르고, 자신의 버려지고 피투성이었던 어린시절을 다시 입 밖으로 꺼낸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겨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자신도 인지할 수 없는 무의식에서는 끊임없이 상처들이 소용돌이치면서 자신을 더 괴롭히고 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삶을 살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런 중년기를 맞이할 때 갈등과 좌절을 느낄 때 인내하기보다는 자신과 타인을 향하여 화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과 가족,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함께하는 관계 안에서는 이유가 없는 갈등구조는 없다. 그 갈등구조 안에서는 티격태격 싸우는 일도 있을 것이고, 사람에게 상처 주거나 받아서 괴로운 일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있다면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자신에게 합당한 이유인 것이지 타인에게 합당한 이유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때론 부당함을 합당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의 내면의 상처들이 자신에게 또는 타인에게 화를 내고,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갈등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은 의식의 세계에서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보이는 상황과 현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의 입장을 바라보지 못하는 급급한 마음에서 우리는 의식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중년의 나이에서는 의식의 세계를 벗어나 무의식의 세계를 볼 수 있는 마음으로 새롭게 살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공격성을 부합리한 상황에서 그대로 드러내고 말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살펴보면 조금은 평온함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중년이 되어서도 자신의 공격성 때문에 힘이 든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지금 내 마음의 상태는 어떠한지, 나의 불안이 무엇인지, 내가 언제 행복했는지에 대한 자신의 탐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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