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팔순 된 우리 어머니 
무릎에 박힌 인공관절처럼
가지 줄기 몸통 할것없이 
철봉을 덧대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호해야 할 나무지만
예전 우리를 보호해주던 나무란다

가만 듣던 낀둥이
담 결려 돌지 않는 내 목에
살짝 핫팩을 대어준다

마을을 지켜주던 나무가 이제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 사람도 그렇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그렇다.
마을을 지켜주던 나무가 이제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 사람도 그렇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그렇다.

우리동네에 보호수가 있다. 400년 넘은 느티나무인데 언제 벼락을 맞았는지 가운데가 쪼개져 두 동강이 된 채 공원 한견에 서 있다. 그야말로 고목이고 노목이다. 

유등천 산책을 오가며 보호수라는 표지석을 들여다 본다. 저것은 사람들이 보호할 나무란 뜻이겠지.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처럼... 그렇다는 듯 나무는 몸뚱이에 잔뜩 보호장구를 지니고 있다. 쪼개진 줄기에 시멘트, 중력을 못 이기는 가지에 목발 철봉... 

하루는 중학생 낀둥이에게 무심코 말했다. 저 보호라는 건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주던 나무란 뜻일걸?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네이버를 뒤질 것도 없다. 그건 참거짓이 아니라 해석의 문제다. 나는 그렇게 해석하고 싶었다. 

보호받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늙고 병 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호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위로와 격려를, 감사와 칭찬을, 애정과 관심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바람이 조금 따뜻해진다.

* 카카오톡 오픈채팅 '이지완_시인(참)칭관찰자시점'에서 더 많은 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