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기 변호사의 법률톡톡]

송문기 변호사.
송문기 변호사.

2023. 02. 03. 실시된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선거 결과가 발표되었다. 감사하게도 대전지역 법조계의 어르신들이 격려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선·후배와 동기 변호사님들 및 박사과정 등에서 만나뵙게 된 변호사님의 지지를 받아 대의원에 당선되었다. 격려에 감사드리고 뜨거운 사명감과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모든 각종 선거에 공직선거법이 직접 적용되거나 준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공직선거법은 선거라는 헌법제도를 입법부·사법부가 형성·규율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률로서 그 벌칙에 따라 종종 선출직이 당선무효가 되어 재보선을 치르게 되는 등, 매우 중요한 법률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가 종종 경험하는바 입후보자들이나 당선자들이 자신은 공직선거법의 해당 조항을 잘 몰랐다는 사유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호소가 과연 법적인 효과가 있을까? 마침 금년 3월 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도 예정되어 있고, 지난번 큰 물의를 야기했던 대전서구체육회장선거 등도 있어서 선거법 관련 사안들을 우리 모두 충분히 살펴보고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형법 제16조에는 법률의 착오(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이는 형법 제15조의 사실의 착오와 대비되는, 규범의 착오로서 위법성의 인식에 관한 규정이다. 이를 강학상 금지착오라고 하기도 하며, 조문을 보아도 변호인이나 피고인이 무죄라고 다툴만한 부분은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일반인이 법규범의 존재를 아예 몰랐다면 어떻게 될까. 통설과 달리 규정 자체를 모르는 법률의 부지만으로는 금지착오로 볼 수 없어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다.

그렇다면 법규범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으나, 자신의 행위가 법규범을 위반하는 행위인지 진지하게 고찰하지 아니하고 불법행위를 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일반적으로는 금지착오가 인정되지 않고 유죄가 된다.

그런데 행위자의 특정 행위가 법규를 위반하는지에 관하여 권위있는 기관이나 변호사의 충분한 검토회신을 거쳤고, 이를 믿은 점에 있어서 과실이 없었다면 형법 제16조의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가 된다. 예컨대 60세의 부녀자(다만 겨우 국문을 해득할 수 있는 정도라는 사정이 있었다.)가 신문지상에 보도된 내용을 참작하고 관할 공무원과 자기가 소송을 위임한 변호사에게 문의하여 확인하였기 때문에 이를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결정한 대법원 판결(74도3680)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와 같이 금지착오는 행위자의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되는 쟁점인데, 특히 선거법에 저촉되는지를 다투어야 하는 사건에서 금지착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선거법에 관하여는 선거관리위원회와 통상 질의·회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선거관리위원회는 권위있는 국가기관이므로, 행위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하여 질의한 뒤 답변을 신뢰하여 행동하였다면 그 행위자에게 금지착오를 인정하는 판례가 존재한다. 이제 유형별로 관련 판례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① 우선 행위자가 법률전문가가 아니었으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자문을 구하는 등의 검토도 없이 스스로 선거법을 판단하여 행위한 사건인데, “(...) 공직선거법에 관하여 비전문가인 스스로의 사고에 의하여 피고인의 행위들이 의례적인 행위로서 합법적이라고 잘못 판단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라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96도620)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변호인으로서도 무죄를 이끌어내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② 두 번째로 행위자가 법률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자문을 구하고 그 자문에 따라서 행위한 사건인데, “(...) 광역시의회 의원이 선거구민들에게 의정보고서를 배부하기에 앞서 미리 관할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그들의 지적에 따라 수정한 의정보고서를 배부한 경우는 형법 제16조에 해당하여 벌할 수 없다. (...)”라고 판시한 대법원의 판결(2005도835)이 있다. 이러한 유형은 행위자가 관공서와 유권기관의 회신·의견을 신뢰하였으니 행위자의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법원이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③ 세 번째로 행위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자문을 구하고 행위하기는 하였지만 그 질의·회신의 내용이 실제 행위자의 행위와 상당히 달랐던 사건인데, “(...) 피고인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한 내용은 선거에 즈음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사건 유인물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한 경우 선거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질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피고인이 억울하게 연고도 없는 남양주시로 전출발령을 받은 것에 대하여 동료나 지인에게 구두답변을 대신하여 그 경위를 기재한 유인물을 교부하는 경우에 선거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질의한 것이고, 선거관리위원회가 회신한 내용도 그러한 행위는 선거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거나 선거법상 후보자 비방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에 불과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 내지 자문을 한 후 이 사건 유인물을 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피고인의 범행은 형법 제16조에서 말하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라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2000도1696)이 있다. 따라서 행위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자문을 하더라도 그 자문의 내용이 정확해야 할 것이고, 회신의 취지에 맞는 행위를 하여야 할 것이다.

④ 그런데 네 번째 유형은 특히 조심해야 할 사안이다. 행위자가 법률전문가인 경우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더라도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법원이 더 엄격하게 판단한다. 피고인이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국회의원이었던 경우로서, “(...) 피고인이 그 보좌관을 통하여 관할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에게 문의하여 이 사건 의정보고서에 선거구 활동 기타 업적의 홍보에 필요한 사항 등의 내용을 게재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답변을 들은 것만으로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고, 그 결과 자신의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그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 (...)”라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2005도3717)이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통상 일반인에게 문제되는 강력범죄, 재산범죄 등의 사안에서는, 행위자의 법률에 대한 부지나 오인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를 다툴 일이 없기는 하다. 그러나 법률규정의 해석과 적용이 특히 복잡한 선거법과 행정절차에 있어서는 행위자들이 관공서에 질의·회신 절차를 거치는 것은 물론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변호사의 자문과 검토를 거쳐 최선을 다해 그 위법성을 사전 인지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참고 1: 금지착오가 고의를 조각하는지, 책임을 조각하는지에 관하여 학설이 갈린다. 위법성의 인식에 관한 것이므로 책임조각으로 보는 학설이 더 타당한 것으로 보이나, 현재 판례는 범의를 조각한다고 하여 고의를 조각하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참고 2: 형법 제16조의 법률의 착오는 단순히 법률의 부지가 아니라는 판례로서, “(...) 형법 제16조에서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법률의 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도5026 판결,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0도1696 판결 등 참조). (...)”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도15931 판결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

참고 3: 코인과 사기에 관하여 지난 2023. 01. 25.(송문기 변호사의 법률톡톡···“피해자가 된 가해자들, 가해자가 된 피해자들”)에 먼저 기고하였다. 그런데 이후 투자자들을 사기의 공범으로 보아야 할 정황이 있는 사기 사건에 관한 기사가 한국일보에서 2023. 02. 06. “2조원대 코인 다단계… '브이글로벌' 30대 대표는 교주처럼 받들어졌다 [사건 플러스]”라는 제하로 보도되었다. 위 보도에 나온 피해자들을 대리한 변호사 역시 “"상위 직급자들이 교주처럼 이씨를 추켜세우면서 오히려 사업이 확장된 측면이 있다"며 "처음부터 공모한 축에 속하진 않았더라도 이들 역시 사기에 고의적으로 가담했다고 봐야 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코인 및 다단계나 폰지 사기에 관련하여 지난번에 기고한 문제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독자 여러분들이 주의하시도록 한 번 더 말씀드린다.

[송문기 변호사]
*대전광역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인사위원회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실무수습 제도개선TF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당선(2023.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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