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정권 따라 학생생활교육→민주시민교육→미래생활교육
소신도 줏대도 없는 교육행정

[이미선 기자]  "내버려 둬요~정권 바뀌면 다시 조례 만들고 부서명도 또 변경하면 되겠죠~...."

정치와 행정을 코미디로 만들고 시민들의 냉소를 유발하는 것은 누구인가. 그 업에 종사하는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임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최근 대전교육계는 '학교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조례' 폐지와 대전교육청 본청 '민주시민교육과' 명칭 변경이 이슈다. 

앞서 대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본청 교육국 '민주시민교육과'를 '미래생활교육과'로 변경하는 안을 입법 예고, 오는 3월부터 미래생활교육과로 명칭이 변경된다.

학생생활교육과→민주시민교육과 →미래생활교육과까지, 해당 부서의 다채로운 명칭 변경과 달리 업무 분장은 ▲미래시민교육 ▲경제·통일·역사 ▲학생생활지도 ▲양성평등 ▲학교폭력예방 및 근절 ▲대안교육 등 그다지 달라진 것도 없다. 

지도·체벌 등의 의미가 강조된 학생생활교육과가 전근대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3년을 넘게 버티다 민주시민교육과로 바꾸더니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채 1년도 안 돼 미래생활교육과로 변경했다.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교육은 전문성과 자주성을 갖추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예속되어선 안된다"던 설동호 대전교육감의 발언이 민망할 뿐이다.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모습.(화면 갈무리)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모습.(화면 갈무리)

제정된 지 1년여 밖에 되지 않은 '대전광역시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활성화 조례'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해당 조례 제4조 1항은 학교민주시민교육의 기본 원칙을 '민주주의, 법치주의, 기본권 보장 등 대한민국헌법의 기본 가치와 이념을 계승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주의 기본원리와 제도, 합리적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 설득과 경청, 노동·연대·환경·평화 등의 가치와 이를 위한 교육감의 책무, 기본계획, 위원회 구성, 협력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한 제9대 대전시의회 이한영·이용기·이중호·박주화·송활섭·이효성·김선광·김영삼·김진오·송인석·정명국·이병철·박종선·이재경 의원은 해당 조례 폐지안을 발의, 오는 8일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심사를 거쳐 10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들은 학교민주시민교육이 '교육기본법' 제2조의 기본이념에 따라 교육과정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해당 조례의 폐지 이유를 밝혔다. 

시민사회단체의 "기본법이 존재한다고 조례를 폐지한다는 것은 국회가 있으니까 시의회도 폐지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에 할 말이 없는 폐지 이유다. 

특히 틈만 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외치던 시의원들이 역설적으로 가장 편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정권 따라 조례나 부서명 등 교육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걸 실제로 보여주고 얼마나 좋아요? (웃음) 정말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이네...만약 정권 바뀌면 그때는 또 뭐로 바뀌고 뭐가 제정될지 이제는 그게 궁금하지 않아요?"

누군가의 우스갯소리에 입맛이 쓰다. 소신도 줏대도 없는 행정과 수적 강세로 유불리만 쫓는 정치.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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